우리가 서로를 '적'으로 몰면 안 되는 이유
다자간 양강 구도 고착은 '상충적 유권자(Ambivalent Voters)' 때문(3)
두 차례에 걸쳐 '상충적 유권자(Ambivalent Voters)'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이들로 인해 판이 형성되고 정리될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상충적 유권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선거가 끝나도 이들은 여전히 상충적 유권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고, 또 새로운 정권이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 바꿔나가는데 이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안철수, 안철수-문재인 양 캠프가 예전의 진보-보수, 영·호남 지역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더 크게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말>
성공과 실패, 그 반복된 역사
1987년 6월 항쟁은 해방이후 대한민국이 진짜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던 몇 안 되던 기회를 '피'로써 쟁취한 사건이었다. 바로 그 전 해였던 86년 10월에는 건국대학교에서 '용공'을 넘어서 '공산혁명분자'라는 마타도어 속에 단일사건으로 최대 구속사건이 일어나는 정국이었으나, 그로부터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군사독재 정권은 기만적인 행태이긴 하지만 항복을 하고 말았다. 역사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서 민주개혁진영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어야 했다. 그것은 김대중이 정권을 잡느냐, 김영삼이 정권을 잡느냐를 넘어서,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다시 바로잡고, 모순된 우리 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난한 투쟁으로 획득한 헤게모니는 오로지 제도 정치권에게 다 돌아갔고 그해 정치권은 김대중과 김영삼으로 갈라졌고, 민주개혁진영도 갈라졌으며, 민주주의는 그만큼 더뎌졌다.
그런데 87년 대선에서 어느 한 쪽(김대중 또는 김영삼)이 승리하면 그 승리한 쪽 혼자서 대한민국 사회개혁 '미션'을 모두 수행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절대 불가능 했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뿌리 깊은 반동체제가 고착화 되어 있으며, 따라서 민주개혁진영은 똘똘 뭉쳐 그 숨어있는 구악(舊惡)을 압살(壓殺)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아예 깨져 버렸으니 더 한 걸음 나가지 못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이후 1990년 1월 22일, 민주개혁진영의 한 축이라 믿었던, 김영삼이 권력의 품에 안기는 3당 합당이 일어났다. 이로써 그 대한민국은 지역주의와 패권주의, 정치사술과 조작, 혐오주의와 패배주의가 온통 점철된 암울한 역사로 기록되었다. 심지어 유신정권 시절 어용국회의원이었던 '유정회' 출신이 떡 하니 '무균질 정치인'이라는 사기극까지 벌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은 쪼그라들었고, 그만큼 사회개혁의 속도는 더뎠으며, 민중들의 고통의 크기는 커져만 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한때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이명박-박근혜 9년의 기간 동안 우리사회는 70년대 유신시절이나 볼 법한 일들이 횡횡했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참여정부 인사의 호언장담과 달리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이로 인한 시민의 황망함은 극에 달했다.
어디선가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촛불이 켜졌고, 그것이 1600만개로 번졌다. 대한민국을 통치하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단죄를 받고 감옥에 처넣어졌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진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 역사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자! 최고 권력자를 탄핵해서 감옥에 보냈으니 우리는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권력이 바뀌면 사회대개혁이 이뤄지고, 양극화도 완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며, 더 없이 좋은 날이 올 것인가?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고, 우리 누이와 딸이 여성이라고 혐오 받지 않는 세상이 올까?
김대중과 문재인, 김영삼과 안철수
필자는, 새롭게 시작되는 이번 정부는 그 누가 최고 권력자가 되더라도 유례없는 무능력을 노출하고 혼란의 시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새로운 권력은 급조한 비전과 계획으로 시작할 것이기에 혼란은 필연이라 보인다. 과거는 다 떠나지 않고 남아있고, 미래는 왔으되 퍼지지 않은 기묘한 교차점에서 어쩌면 방향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선거기간 전후, 협치니 연정이니, 다양성과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지금 서로 생채기만 주는 선거상황을 보았을 때, 선거가 끝난 후가 더 걱정된다.
누가 정권을 잡게 되어도 의회 의석수를 비롯해 구 야권은 대한민국 사회개혁을 위해 서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벌어지는 꼴을 보자니 속이 폭폭 썩는다. 이러다가는 정말 말만 많은 '아무말 대잔치 정권'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강하게 드는 것이다.
진부한 설정일지 모르나, 지금의 문재인 캠프는 김대중 진영, 안철수 캠프는 김영삼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고 선명했으나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지의 폭이 넓지 않아 결국은 5.16군사쿠데타의 원조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되었던 허약함을 가졌던 김대중 진영, 그리고 상대적으로 정체성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그로 인해 오히려 확장성이 넓어, 결국은 구악 패거리와 온통 섞여 이도저도 되지 않았던 김영삼 진영.
이 두 진영은 정권을 잡았으되, 온전히 대한민국을 바꾸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 진영에 속한 개개인의 계급적 상승은 이뤘을지는 몰라도, 민중들이 그렇게 갈망했던 대한민국의 전면적 개조에는 다다를 수 없었다. 그럴 힘이 부족했고, 부족한 김에 그의 '적'들에게 동화되었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적과의 동침'을 했고 그 적은 바로 '재벌'이었다. 대한민국은 그래서 재벌공화국이 된 것이다. 벗어날 수 없었고, 헤어날 수 없었다. 재벌 총수 몇몇을 감옥에 가둔다고 재벌공화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진대, 이재용이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다들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우려가 든다.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를 고민을 해야
상충적 유권자에 대한 설명은 이미 여러 번 설명했으니 생략한다. 대신 두 진영에 부탁 좀 하자.
향후 당장의 역사적 역할은 그 담당자가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혼자 못한다. 그거 알고 겸손해지기 바란다. 반동의 체제는 뿌리 깊게 박혀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 세대가 다 지나도 가능할까 말까 하다는 판단이다. 김대중-노무현이라는 정권을 거쳤지만 단숨에 망가지는 허약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보라!
문재인-안철수, 또는 안철수-문재인이 차례로 정권을 창출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구세력은 절대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는다. 또 다시 4.3 제주폭동으로, 여순반란사건으로, 5.18 광주사태로, 그리고 찬란한 2016년과 17년을 빛낸 촛불혁명은 탄핵반란사건으로 이름지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제발 선거 시기에 검증을 하든 네거티브를 하든 상대방을 완전히 등 돌리게 하지 말라!
1. 문제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다. 문-안 캠프는 극렬지지자의 저열한 행태에 자제를 요구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일반 유권자의 눈에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라.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상충적 유권자는 극단으로 갈라 치는 것을 싫어한다. 극렬한 지지자들의 무리한 행태가 표를 갉아 먹는다. 아이돌 팬클럽 수준조차 이르지 못하는 정치인 캠프·팬덤이어야 하겠는가?
2. 이번 선거는 정국 상황에 밀린 검찰에서 - 그러나 언제 다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야수이기도 하다 – '일정정도' 과거를 청산해 주고 있다. 모든 언론이 박근혜 게이트의 적나라한 실체를 기록하고 있으니 대통령 선거만큼은 미래를 이야기 하라. 태도와 콘텐츠 모두 포지티브로 시작해야 한다.
3. 진보 특유의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의식이나 배타의식은 결국 유권자에 대한 '계몽'이 되고 만다.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 유권자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50대, 중졸,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홍보하라, 강요하지 말고!
4. 홍준표가 밉더라도, 그 진영이 막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우리 국민임을 잊지 말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증명할 수 있다. 민주주의란 적을 가슴에 품고 가는 제도, 라는 말을 잊지 말라!
5. 전무후무한 대선이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대선은 문재인이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이고 안철수로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다.(문 지지자와는 가장 시각차이가 크겠다) 더 큰 문제는 이 시기 이후 교체된 정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칫 어영부영 몇 년 허비하다 '김무성' 정권이 들어설 공산이 크다.(정치공학 이야기는 나중에!) 향후 양 진영이 '협치'를 전제해 둔다면 제발 정권교체 그 너머 시대도 좀 고민 좀 하자.
맺으며
지난 겨울, 200만 명이 넘는 촛불이 한꺼번에 모인 경험을 가지게 되니, 몇 십만 명이 모였다는 뉴스를 '애걔~ 겨우 그것밖에 안 모였어?'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의 피에 흐르는 '민주주의 DNA'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놈들의 횡포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죽창을 들고 나선 동학농민군의 울분부터 시작해서 4.19의 함성, 5.18의 봉기, 6.10항쟁의 뜨거움이 우리의 혈관에 '민주주의 DNA'를 전해 주어, 이번에 이렇게 찬란하게 꽃 피운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것이 비록 약해보이지만 어깨 걸고 함께 만나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한 '촛불 하나'가 아닐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미래는 촛불로 완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충적 유권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선거가 끝나도 이들은 여전히 상충적 유권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고, 또 새로운 정권이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 바꿔나가는데 이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안철수, 안철수-문재인 양 캠프가 예전의 진보-보수, 영·호남 지역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더 크게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말>
1987년 6월 항쟁은 해방이후 대한민국이 진짜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던 몇 안 되던 기회를 '피'로써 쟁취한 사건이었다. 바로 그 전 해였던 86년 10월에는 건국대학교에서 '용공'을 넘어서 '공산혁명분자'라는 마타도어 속에 단일사건으로 최대 구속사건이 일어나는 정국이었으나, 그로부터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군사독재 정권은 기만적인 행태이긴 하지만 항복을 하고 말았다. 역사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서 민주개혁진영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어야 했다. 그것은 김대중이 정권을 잡느냐, 김영삼이 정권을 잡느냐를 넘어서,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다시 바로잡고, 모순된 우리 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난한 투쟁으로 획득한 헤게모니는 오로지 제도 정치권에게 다 돌아갔고 그해 정치권은 김대중과 김영삼으로 갈라졌고, 민주개혁진영도 갈라졌으며, 민주주의는 그만큼 더뎌졌다.
그런데 87년 대선에서 어느 한 쪽(김대중 또는 김영삼)이 승리하면 그 승리한 쪽 혼자서 대한민국 사회개혁 '미션'을 모두 수행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절대 불가능 했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뿌리 깊은 반동체제가 고착화 되어 있으며, 따라서 민주개혁진영은 똘똘 뭉쳐 그 숨어있는 구악(舊惡)을 압살(壓殺)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아예 깨져 버렸으니 더 한 걸음 나가지 못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이후 1990년 1월 22일, 민주개혁진영의 한 축이라 믿었던, 김영삼이 권력의 품에 안기는 3당 합당이 일어났다. 이로써 그 대한민국은 지역주의와 패권주의, 정치사술과 조작, 혐오주의와 패배주의가 온통 점철된 암울한 역사로 기록되었다. 심지어 유신정권 시절 어용국회의원이었던 '유정회' 출신이 떡 하니 '무균질 정치인'이라는 사기극까지 벌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은 쪼그라들었고, 그만큼 사회개혁의 속도는 더뎠으며, 민중들의 고통의 크기는 커져만 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한때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이명박-박근혜 9년의 기간 동안 우리사회는 70년대 유신시절이나 볼 법한 일들이 횡횡했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참여정부 인사의 호언장담과 달리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이로 인한 시민의 황망함은 극에 달했다.
어디선가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촛불이 켜졌고, 그것이 1600만개로 번졌다. 대한민국을 통치하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단죄를 받고 감옥에 처넣어졌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진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 역사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자! 최고 권력자를 탄핵해서 감옥에 보냈으니 우리는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권력이 바뀌면 사회대개혁이 이뤄지고, 양극화도 완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며, 더 없이 좋은 날이 올 것인가?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고, 우리 누이와 딸이 여성이라고 혐오 받지 않는 세상이 올까?
김대중과 문재인, 김영삼과 안철수
필자는, 새롭게 시작되는 이번 정부는 그 누가 최고 권력자가 되더라도 유례없는 무능력을 노출하고 혼란의 시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새로운 권력은 급조한 비전과 계획으로 시작할 것이기에 혼란은 필연이라 보인다. 과거는 다 떠나지 않고 남아있고, 미래는 왔으되 퍼지지 않은 기묘한 교차점에서 어쩌면 방향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선거기간 전후, 협치니 연정이니, 다양성과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지금 서로 생채기만 주는 선거상황을 보았을 때, 선거가 끝난 후가 더 걱정된다.
누가 정권을 잡게 되어도 의회 의석수를 비롯해 구 야권은 대한민국 사회개혁을 위해 서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벌어지는 꼴을 보자니 속이 폭폭 썩는다. 이러다가는 정말 말만 많은 '아무말 대잔치 정권'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강하게 드는 것이다.
진부한 설정일지 모르나, 지금의 문재인 캠프는 김대중 진영, 안철수 캠프는 김영삼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고 선명했으나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지의 폭이 넓지 않아 결국은 5.16군사쿠데타의 원조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되었던 허약함을 가졌던 김대중 진영, 그리고 상대적으로 정체성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그로 인해 오히려 확장성이 넓어, 결국은 구악 패거리와 온통 섞여 이도저도 되지 않았던 김영삼 진영.
이 두 진영은 정권을 잡았으되, 온전히 대한민국을 바꾸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 진영에 속한 개개인의 계급적 상승은 이뤘을지는 몰라도, 민중들이 그렇게 갈망했던 대한민국의 전면적 개조에는 다다를 수 없었다. 그럴 힘이 부족했고, 부족한 김에 그의 '적'들에게 동화되었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적과의 동침'을 했고 그 적은 바로 '재벌'이었다. 대한민국은 그래서 재벌공화국이 된 것이다. 벗어날 수 없었고, 헤어날 수 없었다. 재벌 총수 몇몇을 감옥에 가둔다고 재벌공화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진대, 이재용이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다들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우려가 든다.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를 고민을 해야
상충적 유권자에 대한 설명은 이미 여러 번 설명했으니 생략한다. 대신 두 진영에 부탁 좀 하자.
향후 당장의 역사적 역할은 그 담당자가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혼자 못한다. 그거 알고 겸손해지기 바란다. 반동의 체제는 뿌리 깊게 박혀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 세대가 다 지나도 가능할까 말까 하다는 판단이다. 김대중-노무현이라는 정권을 거쳤지만 단숨에 망가지는 허약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보라!
문재인-안철수, 또는 안철수-문재인이 차례로 정권을 창출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구세력은 절대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는다. 또 다시 4.3 제주폭동으로, 여순반란사건으로, 5.18 광주사태로, 그리고 찬란한 2016년과 17년을 빛낸 촛불혁명은 탄핵반란사건으로 이름지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제발 선거 시기에 검증을 하든 네거티브를 하든 상대방을 완전히 등 돌리게 하지 말라!
1. 문제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다. 문-안 캠프는 극렬지지자의 저열한 행태에 자제를 요구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일반 유권자의 눈에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라.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상충적 유권자는 극단으로 갈라 치는 것을 싫어한다. 극렬한 지지자들의 무리한 행태가 표를 갉아 먹는다. 아이돌 팬클럽 수준조차 이르지 못하는 정치인 캠프·팬덤이어야 하겠는가?
2. 이번 선거는 정국 상황에 밀린 검찰에서 - 그러나 언제 다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야수이기도 하다 – '일정정도' 과거를 청산해 주고 있다. 모든 언론이 박근혜 게이트의 적나라한 실체를 기록하고 있으니 대통령 선거만큼은 미래를 이야기 하라. 태도와 콘텐츠 모두 포지티브로 시작해야 한다.
3. 진보 특유의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의식이나 배타의식은 결국 유권자에 대한 '계몽'이 되고 만다.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 유권자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50대, 중졸,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홍보하라, 강요하지 말고!
4. 홍준표가 밉더라도, 그 진영이 막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우리 국민임을 잊지 말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증명할 수 있다. 민주주의란 적을 가슴에 품고 가는 제도, 라는 말을 잊지 말라!
5. 전무후무한 대선이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대선은 문재인이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이고 안철수로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다.(문 지지자와는 가장 시각차이가 크겠다) 더 큰 문제는 이 시기 이후 교체된 정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칫 어영부영 몇 년 허비하다 '김무성' 정권이 들어설 공산이 크다.(정치공학 이야기는 나중에!) 향후 양 진영이 '협치'를 전제해 둔다면 제발 정권교체 그 너머 시대도 좀 고민 좀 하자.
▲ 우리시대 촛불의 의미는 무엇인가?박근혜와 이재용이 감옥에 가도 시대를 바꿔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우리 시대 촛불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톺아보자. 목숨바쳐 시대를 앞서간 우리 선배들의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 최요한
맺으며
지난 겨울, 200만 명이 넘는 촛불이 한꺼번에 모인 경험을 가지게 되니, 몇 십만 명이 모였다는 뉴스를 '애걔~ 겨우 그것밖에 안 모였어?'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의 피에 흐르는 '민주주의 DNA'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놈들의 횡포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죽창을 들고 나선 동학농민군의 울분부터 시작해서 4.19의 함성, 5.18의 봉기, 6.10항쟁의 뜨거움이 우리의 혈관에 '민주주의 DNA'를 전해 주어, 이번에 이렇게 찬란하게 꽃 피운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것이 비록 약해보이지만 어깨 걸고 함께 만나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한 '촛불 하나'가 아닐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미래는 촛불로 완성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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