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책이라고, '행복주택' 꼭 바꿔야 하나?
[공약 확대경]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약들... 기존 정책과 중복 요소 많아
▲ 지난 2016년 9월 6일 서울 자곡동 LH행복드림관에서 청년들이 행복주택 모형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후보 5명(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이 내놓은 10대 공약을 보면, 현 정부에서 시행되는 행복주택과 닮은 꼴 공약이 많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이 입주 대상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유승민 등 행복주택 공약과 비슷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월세 30만원 이하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5만실 공급'을 공약했다. 가격 면에서 행복주택과 별 차이 없다. 행복주택 월세도 30만원 이하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 16㎡형의 임대료는 대학생은 보증금 2737만 원에 월세 10만9000원, 사회초년생이 2898만 원에 11만5000원이다. 서울 상계장암지구(21㎡, 31㎡)도 보증금 4206만∼1358만 원, 월세 7만4000∼20만 원 정도다.
행복주택의 공급 규모와 차이점도 드러나지 않는다.
행복주택은 2014년 2만6000호, 2015년 3만8000호, 2016년 3만8000호가 사업 승인을 받았고, 올해는 4만8000호의 사업 인가가 예정돼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모두 15만호, 연 평균 3만7500호 수준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청년 1~2인 가구 주택 2022년까지 15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5년간 15만호를 공급한다는 건데, 행복주택의 공급 계획 규모(4년간 15만)보다 낮은 수준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매년 5만호의 청년 공동임대주택 보급'을 약속했는데, 이는 올해 예정된 인가 계획(4만8000호)과 비슷하다.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대도시 역세권 청년 주택 20만실 확보'는 서울시 '청년 주택' 정책과 판박이다. 서울시 청년주택도 도심 역세권(역 반경 500m 이내)에 청년층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정책이다.
"비슷한 정책 혼란만 가중, 비싼 집값 문제를 건드려야"
문재인 후보(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대)와 홍준표 후보(상경 대학생 기숙사 건립), 심상정 후보(기숙사 수용률 30% 의무)가 내놓은 '기숙사' 공약도 색다를게 없다. 교육부는 현재 민자 기숙사와 공공기숙사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는 등 기숙사 공급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주택 공급이나 기숙사 확대 등은 새로운 공약으로 보기엔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차기 정부에서 이런 내용의 주택 정책이 다른 이름으로 시행되면, 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우려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혼부부나 청년, 노인 등 이미 나와 있는 임대주택 제도가 너무 많고, 일반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정책 시행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비싼 집값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장은 "주거의 기본 문제는 비싼 집값이고, 이 때문에,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라면서 "비싼 집값이라는 근본 문제를 다뤄서, 해법을 모색하는 공약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색다른 공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2년간 한시적으로 주거정착금을 지원(문재인 후보)하거나,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한 대학생에게 월 20만원씩 주거수당을 지급(심상정 후보)하는 공약은 주거취약층에 대한 새로운 금융 지원책으로 볼 수 있다.
1~2인 가구가 60㎡ 이하 소형주택 구입시 취득세 면제와 대출 금리 인하(유승민)를 해주는 공약도 주목할 만하다.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주택난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공약으로 보인다.
송 연구위원은 해당 공약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이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재원조달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지원 대상 계층도 선별할 수 있는 세부 기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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