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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방석만 있나? 여기 마약이불도 있어요~

등록|2017.04.23 09:31 수정|2017.04.23 09:31

▲ ⓒ 배주연


▲ ⓒ 배주연


아이가 화장실을 가면서 안방문을 제대로 닫고 가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 같다. 가끔 개와 공모를 한다. 빼꼼 열린 그 틈을 머리로 비집고 개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느라 방심한 틈을 타 이불 위에 냉큼 자리를 잡더라.

그러더니 거실에 있는 자신의 솜방석과 달리 이 오리털 이불이 움직일 때마다 서걱서석 가랑잎 밟는 소리가 나자 재밌었는지 왔다갔다 했다. 그러나 좀 지나자 시들해져서 드러눕더라.

모이앱에 기사를 다 쓰고 난 후에 개에게 가라고 손짓을 하며 눈을 크게 뜨자, 녀석은 넉살좋게 "왜 이러세요. 다 알면서~"란 표정으로 배를 드러낸다. 머리랑 배를 쓰다듬어 주고 볼과 이마, 콧등에 뽀뽀도 쪽쪽쪽. 이미 녀석의 애교에 녹아내린 터라, 차마 내쫓지 못하고 사진 한 장 찍어주었다. 이쯤되면 개가 사람 머리 위에 있음을 또다시 깨닫게 된다.

이제 뉴스를 보면서 흥미로운 기사는 페북에 공유하며 글수다를 떠는데, 숨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와다. 아래를 쳐다보니 녀석은 오리털이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귀여워 얼른 사진을 찍는데 촬영음도 무시한 채 잠을 잔다. 개 맞니? 허걱. 이게 바로 '마약이불'? ㅋㅋ

근래에 어느 대선 후보가 반려동물 복지정책 관련하여 유세를 하면서 '마약방석'이란 말이 떠돌았다. 후보가 처음 보는 강아지를 품에 안았는데, 어찌나 편안했는지 그 애가 스르륵 눈을 감았단다. 알고보니 그 후보는 오랜동안 반려동물을 키워서 스킨십에 익숙하다고.

혼자 이불 위에서 곤히 잠든 개를 보다가 그 30년 장인의 마약방석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건 나의 체취에 그간 개의 기습으로 녀석의 냄새까지 골고루 스며있는 이 이불을 '마약이불'이라 일컫어 본다.

참고로 나도 이 이불을 좋아해서 '이불인간으로 변신을 잘한다. 지금 11시가 되었어도 여전히 글수다를 떨고 있으니, 개를 보내고 난 후엔 내가 마약이불 속으로 들어가 합체하여 이불인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이니 실컷 변신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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