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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중앙일보 페이스북, 문재인 치매 의혹 부추기는 의도는?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언론사 SNS 모니터보고서(D-16)

등록|2017.04.23 20:31 수정|2017.04.23 20:31
페이스북 게시물로 올라온 기사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댓글까지 포함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브리핑에서는 기사뿐 아니라 댓글까지 검토해보았습니다.

문재인 후보 치매 의혹... 무비판적인 수용 괜찮은가

문재인 후보에게 달리는 악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치매'입니다. 한 블로거가 지난달 11일 올렸던 게시물로부터 비롯된 사실무근의 '치매' 의혹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이 허위의혹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던 남성이 검찰 조사에 회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댓글에서 이 표현은 잠잠해지질 않고 있습니다.

주로 문 후보가 말을 자주 바꾸니 치매 아니냐며 빈정거리는 식입니다. 간혹 진심으로 치매설을 검증하자는 댓글도 있습니다. 치매설을 제기한 사람이 재판에 회부되었다는 기사에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면 건강검진증명서를 떼어오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치매'라는 단어가 문 후보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담고 유통되는 겁니다.

가짜뉴스 전광판 된 중앙일보 페이스북

문제는 이 허위사실을 가십거리로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언론사가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다는 겁니다. 모니터링 기간이었던 3월 27일부터 4월 20일 사이에 중앙일보는 문재인과 치매를 함께 제목에서 언급한 기사를 2번 게시했습니다. <'文 치매' 의혹 제기한 블로거, 결국… "반성하고 글 내립니다">(3/27), <'문재인 치매 의혹' 제기한 블로거 근황>(4/6)이라는 기사입니다.

3월 27일 게시물의 내용은 "신중하지 못한 구성, 표현, 첨부 자료에 대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블로거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이는 의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신중하지 못한 구성과 표현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4월 6일 게시물은 "'문재인 치매? 치매 의심증상 8가지 보여'란 글을 게시했던 분..."이라는 내용이 달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 중앙일보 페이스북 화면 게시글에서는 문재인 '치매' 의혹이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당 기사를 클릭해 들어가면 의혹을 제기한 블로거가 올렸던 이미지가 그대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문재인 치매'라는 키워드로 걸리는 가짜뉴스의 전광판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 치매 의혹 글을 기사 전면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문재인과 ‘치매’라는 키워드를 한 화면에 배치한 중앙일보 페이스북 ⓒ 민주언론시민연합


문재인 말실수 보도하며 '치매 의혹' 태그 단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4월 13일, 문재인 후보가 전날 있었던 대선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이름을 유시민이라고 잘못 불렀다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이날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전날 토론에 대해 다룬 기사를 두 건 올렸는데, 하나는 조선일보의 주 관심사인 후보의 안보관에 관한 기사(<대선 토론/'미국이 北 타격하면?' 文 "美 말리고 北에도 연락" 安 "美 中 정상과 통화 후 군사대응태세">)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문 후보의 말실수에 관한 기사인 <대선토론/文 '이재용→이재명' '유승민→유시민'으로 잘못 불러>입니다. 그날 토론의 다른 쟁점들을 도외시한 채 문재인이 말실수를 한 부분을 가장 크게 다뤄야만 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이 페이스북 게시글에 걸린 기사를 클릭해 들어가니 아예 태그가 '#문재인 치매 루머'라고 달려있었습니다. 이쯤되면 조선일보가 문재인 후보의 '말실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유통시키려고 하는지 그 속내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게시물에는 "진심 이정도면 알츠하이머", "아무래도 좀 이상하긴 하네. 병원에 가서 진단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진단서 전국민 공개해야하는 것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댓글들이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기사였을까요? 온라인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치매'의혹을 제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판을 깔아주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요?

▲ 4월 12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의 말실수를 보도한 온라인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하단에 ‘#문재인 치매 루머’라는 태그를 단 데에서 악의마저 엿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 언론사 페이스북 계정, 무책임한 멘션과 태그 자제해야

페이스북 게시물은 이제 많은 언론소비자들에게 유통됩니다. 클릭 한 번에 쉽게 게시물이 올라가는 페이스북이라고 해서 기사에 대한 책임감이 지면에서보다 옅어지진 않아야합니다. 특히 국내 유력 언론사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은 영향력은 더욱 큽니다. 따라서 각 언론사의 페북지기는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고 멘션 한마디, 태그 하나도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이번 모니터 기간에 문재인 치매 설과 연관된 기사를 올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페북지기의 태도는 분명 부적절합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기사라고 해서 팩트 전달에 임하는 자세가 가볍거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무책임하게 쓰는 것은 중단해야 합니다.

▲ 조선일보의 문재인 치매 태그 기사에 달린 댓글 화면 갈무리 문재인 후보를 ‘알츠하이머’, ‘치매’라고 빈정거리는 댓글들이 등장한다. 해당 글에는 138개의 댓글이 달렸고 문 후보를 ‘치매’라고 일컫는 댓글도 상당수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및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xe/vot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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