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명 전원 정규직 전환에도 덤덤한 그녀, 왜?
[김경년의 I.인터뷰.U] 다산콜센터'재단' 노조 심명숙 지부장
'김경년의 I.인터뷰.U'는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보다 사람 살 만한 따뜻한 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만나 인터뷰합니다. I.인터뷰.U는 서울시의 브랜드 I.SEOUL.U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기자 말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 그런데 너무 많이 기다려서 그런지 기쁘긴 하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네요."
지난 20일 오후 만난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심명숙 지부장(41)은 오랜 투쟁 끝에 정규직 전환이란 목표를 이뤄낸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날인 19일 서울시는 다산콜센터를 '재단'으로 출범시켜 상담사와 교육스태프 등 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 405명 전원을 5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 9월 노조를 설립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간 지 햇수로 무려 6년만의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7296명 중 6974명(95.6%)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이제사 꿈을 이루게 됐다(관련기사 : 박원순, 다산콜센터 상담사 405명 전원 '정규직' 전환).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의 특정 업무 자체를 외부에 맡기는 민간위탁 방식인데다 인원이 많은 탓에 행자부의 공무원 총액인건비 제한에 부딪혀 정규직 전환이 미뤄져 왔고, 그 대안으로 서울시가 찾은 것이 재단 설립이다.
기간이 기간인 만큼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은 며칠을 걸려 풀어놔도 다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리띠를 매거나 피켓을 들고 시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여야 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시위를 이어갔다. 때론 머리를 밀고 삭발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조례통과를 위해 시의원들을 쫓아다녀야 했다.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위해 시청 정문 앞으로 가는 와중에 만난 경찰관들이 "잘 해결됐다고 들었다. 한턱 쏘라"고 인사말을 전할 정도로 심 지부장은 이 바닥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6년만의 쾌거, 그러나 심 지부장은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년까지 신분보장이 이뤄지긴 했지만, 앞으로 직급조정이나 임금협상 등 처우개선을 위한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산콜센터 전화상담사 8년차인 심 지부장은 "이제 성희롱, 욕설 등 웬만한 '진상 전화'에는 이제 이력이 났다"면서도 "요즘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신종 수법이 진화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I.인터뷰.U'에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장을 초대했다.
"다음달부터 정규직, 분명 축하받고 기뻐할 일인데..."
- 축하한다. 다음달 1일부터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된다. 센터 분위기는 어떤가.
"분명 축하인사를 듣고 기뻐할 만한 일인데 차분하다. 직원들 모두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 의외다. 축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는데다 아직 위탁업체 관리직원들이 같이 있고, 재단의 정식적인 급여도 받은 적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근로조건이 바뀌고 내 삶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 재단 설립으로 5월 1일부터 정규직이 되면 당장 무엇이 달라지나.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었다가 재단의 정직원이 되는 거다. 무엇보다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이 생길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달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보건소, 시 산하기관들의 대 시민 행정민원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이들 기관의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그 기관이 아니라 다산콜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즉, 궁금한 게 있어서 서울시의 행정기관에 전화했을 때 실제로 연결되는 곳은 다산콜센터다."
- 왜 해당 기관이 아닌 다산콜센터가 그 많은 전화를 다 받아야 하나.
"시민들은 민원이 생겼을 때 구청업무인지 시청업무인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무작정 시청으로 전화하지만, 시청에 오는 전화문의의 60%는 실제 구청 업무다. 소관 기관으로 전화를 돌려주기도 하고, 가능한 업무는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 많은 민원전화를 시청 공무원들이 받았지만 지금은 다산콜센터가 받아 처리하는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전화민원만 담당하나.
"그렇다. 전화민원은 우리가 처리하고, 인터넷 민원은 '응답소'가 맡는다. 물론 직접 방문하는 민원인은 시청 '열린민원실'이 처리한다."
- 다산콜센터에는 상담사 몇 명이 어떻게 근무하나.
"현재 2개 위탁업체 소속 370명의 상담사가 팀을 나눠 24시간 근무하는 체계다. 많을 땐 540명까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일이 힘들어 자연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줄어들었다."
"진상전화 거는 사람들, 법을 피해가며 '진화'한다"
- 지부장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원래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중 지난 2010년 다산콜센터에 근무하는 친구의 소개로 하게 됐다."
- 최근 들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다산콜센터의 전화상담사들이 꼽히고 있다. 요즘 상담사들을 가장 괴롭히는 민원 사례는 어떤 게 있나.
"성희롱이나 욕설 등을 법으로 제재하다 보니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전화들도 진화하고 있다.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사람을 전화번호로 걸러 전담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이들을 피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가리거나 공중전화, 타 공공기관 전화를 우회해 연결한 다음 1시간 넘게 일반 상담사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길이나 교통수단에 대해 10번도 넘게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계속 한 다음 실제로는 가지 않겠다고 하거나, 처음에 얘기했던 게 낫겠다고 해서 상담사들을 허무하게 한다. 상담사들을 일부러 괴롭히는 것이다. 아무리 길게 답변을 해도 실적은 1건뿐이잖나.
야한 내용의 노래가사를 전화로 물어봐서 안 된다고 하면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담당자가 읽어볼 수밖에 없다. 결국 성희롱을 당하는 것이다."
-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다산콜센터는 지금까지 늦어진 이유가 뭔가.
"민간위탁이라서 그렇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의 경우는 공무직으로 전환하기 쉬운데, 민간위탁의 경우는 좀 힘들다."
- 간접고용과 민간위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간접고용은 시가 청소, 경비 등 파견업체의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인데, 민간위탁은 해당 업무를 아예 바깥에 있는 별도 회사에 외주를 줘 버리는 것이다. 다산콜센터는 민간위탁인데다, 다른 곳보다 인원이 많아서 어려웠던 것 같다."
- 상담사들이 꼭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이유가 뭔가.
"우선 다산콜센터는 일시적인 업무가 아니라 서울시의 상시지속적인 업무라서 시가 직접 고용해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한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경력이나 급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또 위탁업체는 서울시 눈치를 보다 보니 민원이 발생하면 상담사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에 민원보고가 되면 업체평가에 페널티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대로 맞게 대답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담사에게 민원인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사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전화 못 받게 해라', '징계해라'고 항의하는 민원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분보장이 안 되니까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에도 취약한 것이다. 상담사가 불이익을 받으면 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민원인, 즉 시민들에게 간다."
"끝은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 '힘내라'는 시민 응원으로 이겨내"
-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지난 2012년 처음 노조를 만들고나서부터 서울시에 계속 요구를 했다. 시는 소속 위탁업체랑 교섭을 하라고 미뤘고, 우리는 시청 앞에서 집회도 하고 1인시위도 하면서 투쟁을 이어갔다. 2014년 12월 시가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할 때까지는 거의 매일 1인시위와 집회를 계속했다."
- 2014년에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계속 투쟁을 한 이유는.
"노조가 처음 요구했던 것은 공무직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행자부 총액인건비 제한 때문에 재단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무직 전환은 이미 법과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역시 행자부의 협의가 필요한 재단 설립으로 간다고 하는 게 믿음직하지 않아 압박을 한 것이다."
- 다행히 다산콜센터는 행자부가 동의해줬다.
"재단 설립이 대시민서비스를 잘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인정받은 것 같다."
- 지금까지 투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언제 될까', '끝은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많았다. 어렵사리 행자부를 통과했는데 작년 시의회 조례 통과 때도 시의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시의원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그 수단이 꼭 과거 시장의 측근인사 꽂기 수단이었던 재단이어야 하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의회에 몰려가서 선전전을 해야 했고, 결국 임시회 마지막 날인 작년 9월 9일 통과됐다. 그러나 그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그만둔 동료가 1백여명이 넘는다. 그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 왜 그렇게 많이 그만뒀나.
"건강해서 들어왔는데 아파서 그만둔 사람들이 많다. 허리디스크, 허리, 목, 팔, 손목 아픈 사람이 많다. 감정노동 직업이다 보니 우울증 앓는 사람도 많고. 병가라도 쓰면 무급이라서 질병을 얻으면 회사를 그만둘 상황이 되는 거다. 육아휴직이 1년밖에 안 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면 그만두기도 한다."
- 투쟁하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시민들의 지지다. 우리의 투쟁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가면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인데 왜 아직 직고용 안 되고 있나', '박원순 시장 뭐하고 있냐'고 전화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청에서 1인시위 할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해결 안 됐냐, 힘내라'고 격려해줬다. 시민단체들, 노조단체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시의원을 설득하는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큰 힘이 됐다."
- 급여수준을 밝힐 수 있나.
"콜센터 업계 전반의 급여수준이 낮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세전 180만원, 세후 160만원 정도 받는다. 휴일 근무 해야 170-180만원 받는다."
- 공무직으로 전환되는 것과 재단 직원이 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공무직은 서울시 본청 안으로 들어오는 건데 재단은 본청에서 떨어진 독립기구로 가는 것이다. 다산콜센터 업무는 원래 본청 공무원들이 하던 일이니까 공무직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 독립기구로 갔을 경우에는 기관 대 기관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서울시 업무를 안내하기 위한 조직인데 한 단계 건넌 조직이 될 경우 업무 협조가 잘 될까 우려된다. 시민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시 본청 사이 원활한 정보공유를 위해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할 것이다."
- 박원순 시장 취임 이래 대부분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정년이 보장된 것 외에 처우개선, 승진문제 등 갈 길이 멀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는 6급부터 1급까지의 직급을 만들고 호봉제와 성과연봉제를 적용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급수별로 직무를 어떻게 둘 건지 연구용역을 따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포괄적 고용승계로 가면서 민간업체 경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인데 구체적인 것은 이제부터 협상 과제다."
- 끝으로 협상 상대인 서울시와 박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산콜센터가 재단으로 전환되면 단순히 직원 고용문제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적 개선 방안도 도출해야 하지 않겠나. 그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상담사들인 만큼 우리들의 요구를 잘 반영해줬으면 한다."
▲ 6년만에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심명숙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지부장이 정규직 전환 투쟁의 현장이었던 서울시청 정문 앞에 다시 섰다. 심 지부장은 "기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처우개선을 위한 또 다른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 김경년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 그런데 너무 많이 기다려서 그런지 기쁘긴 하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네요."
지난 20일 오후 만난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심명숙 지부장(41)은 오랜 투쟁 끝에 정규직 전환이란 목표를 이뤄낸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날인 19일 서울시는 다산콜센터를 '재단'으로 출범시켜 상담사와 교육스태프 등 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 405명 전원을 5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 9월 노조를 설립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간 지 햇수로 무려 6년만의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7296명 중 6974명(95.6%)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이제사 꿈을 이루게 됐다(관련기사 : 박원순, 다산콜센터 상담사 405명 전원 '정규직' 전환).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의 특정 업무 자체를 외부에 맡기는 민간위탁 방식인데다 인원이 많은 탓에 행자부의 공무원 총액인건비 제한에 부딪혀 정규직 전환이 미뤄져 왔고, 그 대안으로 서울시가 찾은 것이 재단 설립이다.
기간이 기간인 만큼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은 며칠을 걸려 풀어놔도 다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리띠를 매거나 피켓을 들고 시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여야 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시위를 이어갔다. 때론 머리를 밀고 삭발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조례통과를 위해 시의원들을 쫓아다녀야 했다.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위해 시청 정문 앞으로 가는 와중에 만난 경찰관들이 "잘 해결됐다고 들었다. 한턱 쏘라"고 인사말을 전할 정도로 심 지부장은 이 바닥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6년만의 쾌거, 그러나 심 지부장은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년까지 신분보장이 이뤄지긴 했지만, 앞으로 직급조정이나 임금협상 등 처우개선을 위한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산콜센터 전화상담사 8년차인 심 지부장은 "이제 성희롱, 욕설 등 웬만한 '진상 전화'에는 이제 이력이 났다"면서도 "요즘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신종 수법이 진화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I.인터뷰.U'에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장을 초대했다.
"다음달부터 정규직, 분명 축하받고 기뻐할 일인데..."
- 축하한다. 다음달 1일부터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된다. 센터 분위기는 어떤가.
"분명 축하인사를 듣고 기뻐할 만한 일인데 차분하다. 직원들 모두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 의외다. 축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는데다 아직 위탁업체 관리직원들이 같이 있고, 재단의 정식적인 급여도 받은 적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근로조건이 바뀌고 내 삶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 재단 설립으로 5월 1일부터 정규직이 되면 당장 무엇이 달라지나.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었다가 재단의 정직원이 되는 거다. 무엇보다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이 생길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달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보건소, 시 산하기관들의 대 시민 행정민원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이들 기관의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그 기관이 아니라 다산콜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즉, 궁금한 게 있어서 서울시의 행정기관에 전화했을 때 실제로 연결되는 곳은 다산콜센터다."
- 왜 해당 기관이 아닌 다산콜센터가 그 많은 전화를 다 받아야 하나.
"시민들은 민원이 생겼을 때 구청업무인지 시청업무인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무작정 시청으로 전화하지만, 시청에 오는 전화문의의 60%는 실제 구청 업무다. 소관 기관으로 전화를 돌려주기도 하고, 가능한 업무는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 많은 민원전화를 시청 공무원들이 받았지만 지금은 다산콜센터가 받아 처리하는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전화민원만 담당하나.
"그렇다. 전화민원은 우리가 처리하고, 인터넷 민원은 '응답소'가 맡는다. 물론 직접 방문하는 민원인은 시청 '열린민원실'이 처리한다."
- 다산콜센터에는 상담사 몇 명이 어떻게 근무하나.
"현재 2개 위탁업체 소속 370명의 상담사가 팀을 나눠 24시간 근무하는 체계다. 많을 땐 540명까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일이 힘들어 자연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줄어들었다."
▲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야간집회를 열고 있는 다산콜센터 상담사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시위를 벌여오기도 했다. ⓒ 다산콜센터지부
"진상전화 거는 사람들, 법을 피해가며 '진화'한다"
- 지부장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원래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중 지난 2010년 다산콜센터에 근무하는 친구의 소개로 하게 됐다."
- 최근 들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다산콜센터의 전화상담사들이 꼽히고 있다. 요즘 상담사들을 가장 괴롭히는 민원 사례는 어떤 게 있나.
"성희롱이나 욕설 등을 법으로 제재하다 보니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전화들도 진화하고 있다.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사람을 전화번호로 걸러 전담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이들을 피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가리거나 공중전화, 타 공공기관 전화를 우회해 연결한 다음 1시간 넘게 일반 상담사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길이나 교통수단에 대해 10번도 넘게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계속 한 다음 실제로는 가지 않겠다고 하거나, 처음에 얘기했던 게 낫겠다고 해서 상담사들을 허무하게 한다. 상담사들을 일부러 괴롭히는 것이다. 아무리 길게 답변을 해도 실적은 1건뿐이잖나.
야한 내용의 노래가사를 전화로 물어봐서 안 된다고 하면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담당자가 읽어볼 수밖에 없다. 결국 성희롱을 당하는 것이다."
-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다산콜센터는 지금까지 늦어진 이유가 뭔가.
"민간위탁이라서 그렇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의 경우는 공무직으로 전환하기 쉬운데, 민간위탁의 경우는 좀 힘들다."
- 간접고용과 민간위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간접고용은 시가 청소, 경비 등 파견업체의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인데, 민간위탁은 해당 업무를 아예 바깥에 있는 별도 회사에 외주를 줘 버리는 것이다. 다산콜센터는 민간위탁인데다, 다른 곳보다 인원이 많아서 어려웠던 것 같다."
- 상담사들이 꼭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이유가 뭔가.
"우선 다산콜센터는 일시적인 업무가 아니라 서울시의 상시지속적인 업무라서 시가 직접 고용해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한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 경력이나 급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또 위탁업체는 서울시 눈치를 보다 보니 민원이 발생하면 상담사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에 민원보고가 되면 업체평가에 페널티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대로 맞게 대답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담사에게 민원인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사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전화 못 받게 해라', '징계해라'고 항의하는 민원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분보장이 안 되니까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에도 취약한 것이다. 상담사가 불이익을 받으면 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민원인, 즉 시민들에게 간다."
▲ 서울시는 시내 25개 자치구의 52개 대표전화를 시 민원전화인 120다산콜센터와 연계한 통합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통합기념식이 열린 지난 2009년 11월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20다산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끝은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 '힘내라'는 시민 응원으로 이겨내"
-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지난 2012년 처음 노조를 만들고나서부터 서울시에 계속 요구를 했다. 시는 소속 위탁업체랑 교섭을 하라고 미뤘고, 우리는 시청 앞에서 집회도 하고 1인시위도 하면서 투쟁을 이어갔다. 2014년 12월 시가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할 때까지는 거의 매일 1인시위와 집회를 계속했다."
- 2014년에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계속 투쟁을 한 이유는.
"노조가 처음 요구했던 것은 공무직으로의 전환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행자부 총액인건비 제한 때문에 재단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무직 전환은 이미 법과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역시 행자부의 협의가 필요한 재단 설립으로 간다고 하는 게 믿음직하지 않아 압박을 한 것이다."
- 다행히 다산콜센터는 행자부가 동의해줬다.
"재단 설립이 대시민서비스를 잘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인정받은 것 같다."
- 지금까지 투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언제 될까', '끝은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많았다. 어렵사리 행자부를 통과했는데 작년 시의회 조례 통과 때도 시의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시의원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그 수단이 꼭 과거 시장의 측근인사 꽂기 수단이었던 재단이어야 하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의회에 몰려가서 선전전을 해야 했고, 결국 임시회 마지막 날인 작년 9월 9일 통과됐다. 그러나 그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그만둔 동료가 1백여명이 넘는다. 그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 왜 그렇게 많이 그만뒀나.
"건강해서 들어왔는데 아파서 그만둔 사람들이 많다. 허리디스크, 허리, 목, 팔, 손목 아픈 사람이 많다. 감정노동 직업이다 보니 우울증 앓는 사람도 많고. 병가라도 쓰면 무급이라서 질병을 얻으면 회사를 그만둘 상황이 되는 거다. 육아휴직이 1년밖에 안 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면 그만두기도 한다."
- 투쟁하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시민들의 지지다. 우리의 투쟁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가면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인데 왜 아직 직고용 안 되고 있나', '박원순 시장 뭐하고 있냐'고 전화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청에서 1인시위 할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해결 안 됐냐, 힘내라'고 격려해줬다. 시민단체들, 노조단체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시의원을 설득하는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큰 힘이 됐다."
- 급여수준을 밝힐 수 있나.
"콜센터 업계 전반의 급여수준이 낮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세전 180만원, 세후 160만원 정도 받는다. 휴일 근무 해야 170-180만원 받는다."
- 공무직으로 전환되는 것과 재단 직원이 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공무직은 서울시 본청 안으로 들어오는 건데 재단은 본청에서 떨어진 독립기구로 가는 것이다. 다산콜센터 업무는 원래 본청 공무원들이 하던 일이니까 공무직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 독립기구로 갔을 경우에는 기관 대 기관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서울시 업무를 안내하기 위한 조직인데 한 단계 건넌 조직이 될 경우 업무 협조가 잘 될까 우려된다. 시민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시 본청 사이 원활한 정보공유를 위해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할 것이다."
- 박원순 시장 취임 이래 대부분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정년이 보장된 것 외에 처우개선, 승진문제 등 갈 길이 멀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는 6급부터 1급까지의 직급을 만들고 호봉제와 성과연봉제를 적용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급수별로 직무를 어떻게 둘 건지 연구용역을 따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포괄적 고용승계로 가면서 민간업체 경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인데 구체적인 것은 이제부터 협상 과제다."
- 끝으로 협상 상대인 서울시와 박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산콜센터가 재단으로 전환되면 단순히 직원 고용문제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적 개선 방안도 도출해야 하지 않겠나. 그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상담사들인 만큼 우리들의 요구를 잘 반영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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