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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TV토론에서 문재인이 거둔 가장 큰 성과

단일화 논의를 봉쇄시킨 회심의 일타

등록|2017.04.26 15:12 수정|2017.04.26 15:13
JTBC가 주관한 4차 TV토론에서 문재인은 이전과는 달리 처음부터 버벅거렸다. 유승민이 공무원 채용공약과 관련하여 재원 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캐묻자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며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기는 모습을 노출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 후 동성애 문제가 도마에 올랐을 때도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 말하는 등 불안불안한 모습을 여러번 연출했다. 토론회 말미에 홍준표가 동성애 문제를 다시 꺼낼 때 "동성혼을 반대한다" "차별해선 안 된다"고 바로 잡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러나 이 모든 악재를 한 방에 뒤집는 만루홈런이 토론회 후반부에 나왔다. 그 전날 바른정당에서 유승민에게 후보 단일화를 압박한 걸 빌미삼아 참가자들에게 단일화 의향을 기습적으로 물어보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 했던 3당 후보들은 깜짝 놀라서 제각각 단일화 가능성 자체를 서둘러 덮기에만 급급했다.

▲ JTBC 화면 캡처 ⓒ 문성


문재인 : 바른정당에서 유 후보님 안 후보님 홍 후보님 세 사람의 3당 후보 단일화 추진하는 것으로 언론이 보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승민 : "저는 단일화 하지 않습니다. 후보 동의 없이는 단일화 안되는 것은 문 후보님도 잘 아실 겁니다. 문 후보님이 왜 그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까. 잘못될까봐 그럽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일화 할 일 없습니다."
안철수 : "그럴 일 없습니다. 선거 전에는 그런 연대는 없다고 정말 거짓말 하지 않고 백번도 넘게 말한 것 같습니다."
홍준표 : "그런 것을 왜 물어요? (후보 단일화는)생각도 없는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되니까 자기네 살길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하게 제기됐던 단일화 논의가 돌발 질문 한 방으로 단번에 정리되고 물 밑으로 가라 앉고 말았으니, 문재인 입장에선 대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자평할 수 있을 터다. 대선 승리에는 큰 지장이 없다지만 보다 더 확실한 다자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문 캠프로선 최선이었을 테니까.

물론 이로써 단일화 논의가 완전히 수습되고 마무리될 것이라 예단하는 건 너무 성급한 태도라 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언제 어떤 방향으로 똬리를 틀지 끝까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도 "후보 단일화는 적폐연대"란 말을 덧붙이며 성사 가능성을 거듭 경계한 것 아닌가.

글을 맺기 전에 한 가지 더. 이 장면을 생각하니, 심상정이 유승민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응원하는 그림이 문득 떠오른다. 문 캠프의 선거전략과 상관 없이, 유승민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에서 대선 후보로 뽑아놓고서 지지율을 문제삼아 그를 흔드는 것은 전혀 바르지 못한 짓이다. 그런 정당이 '바른'이란 수식어를 당명에 달고 있단 자체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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