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님, 사드 대란 '묘수'가 있습니다
[대선 게릴라칼럼] SOFA 규정 살펴 미국에 재검토 요구해야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 참관하기에 앞서 군복 상의를 입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한미 양국 정부가 26일 새벽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함으로써 한국의 미래는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대선 이후 한중관계의 회복부터가 불투명해졌다.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장기화될 우려도 커졌다.
북한이 사드 배치를 구실로 삼아, 그리고 미중간의 예상되는 갈등을 이용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과 사드가 적대적으로 동반성장하면서, 그리고 미국의 방어력이 강해졌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판단할 경우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이다.
민주적 절차도 국익도 외면한 황교안 권한 대행 정부의 만행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미국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겉으로는 사드 배치를 한국 대선 이후에 할 것처럼 말하면서 속으로는 사드 배치를 은밀히 강행했다. 이러한 이중 플레이는 동맹국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조차 저버린 처사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도 사드 문제가 한국의 대선에서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절차도 건너뛰고 기만 전술을 총동원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말았다. 이는 명백한 한국 주권의 침해이자 대선 개입이다.
또 하나 명백해진 것이 있다. 기습적인 사드 배치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 혹은 '전략적 신중함'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사드 배치가 차기 정부로 넘어갈 때 그나마 성립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존 입장 되풀이하는 문재인, 이 점을 주목해야
하지만 문 후보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는 26일 오후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17 통합화력격멸 훈련'을 참관한 뒤 기자들에게 "곧 대선인데 대선을 앞두고 지금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일은 아니다"라고 사드 배치 강행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이 시기에 이르렀으니 마지막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서 다음 정부에서 사드 문제를 다양한 외교적 카드로, 특히 북핵 폐기를 위한 여러 가지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도록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는 문 후보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호응하기는커녕 기습적이고 기만적인 방식으로 사드 배치를 대선 이전에 완료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완료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문재인 후보도 결국 이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하지만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은 체념해서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체념해버리면, 많은 국민의 염원이자 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SOFA 규정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기지 제공이 완료된 이후에도 "어느 일방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시설과 구역에 관한 협정을 재검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즉, 사드 배치가 완료되어도 차기 한국 정부가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미국도 이에 응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SOFA 규정에 따라 미국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문 후보가 공약한 사드 배치 추진시 '국회 비준 동의'의 대전제도 사드 중단이다.
이제 한국은 운명적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진짜 '헬조선'의 문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갈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야말로 이 시대의 간절한 요청이다.
문재인 후보의 역사적인 응답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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