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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9년 민낯 보여준 홍준표 동성애 혐오 발언

[대선 게릴라칼럼] 동성애에 적대적 태도 보이는 홍준표, 위험하다

등록|2017.04.28 17:06 수정|2017.04.28 17:06

JTBC 토론 참석한 홍준표 후보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이면서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급기야 홍 후보는 27일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가 아니라 엄벌을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였다.

홍 후보의 말을 보면 그는 법적인 규제를 통한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반대'를 뛰어넘는 '엄벌'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그가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적 취향인 동성애 문제를 '찬반'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런데 '엄벌'은 '반대'와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동성애 문제에 대한 홍 후보의 위험한 발언을 그냥 정치 공세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홍 후보가 동성애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 그리고 '엄벌'이라는 표현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서 분석하려고 한다.

동성애 문제, 정치쟁점화되는 방식이 이상하다

우선 결과만 놓고 볼 경우, 홍준표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문제를 정치적으로 크게 이슈화하여 정치적 균열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다만, 이것이 인권 신장의 관점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동성애 문제는 정치적 균열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은 그렇지 않았었다. 그동안 이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는 여러 공방이 이뤄졌지만 정치권 차원에서 크게 논쟁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 방향이 참 이상하다. 보통은 동성애 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어 진보적 정치세력이 이것을 정치적으로 공론화를 하고 이에 대해서 보수 세력이 반박하면서 정치 쟁점화가 된다. 그런데 지금 나타나는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그동안은 주로 시민 사회 영역에서 이 사안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공론장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동안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를 해야 하는 민주당 세력이 약화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존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차별금지법 문제에 대해서 2012년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 두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두 후보의 태도 변화를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엄밀하게 따져보면 지금 동성애 문제는 범진보 진영 내에서 리버럴 계통에 있는 기존 민주당 세력과 진보 정당 및 인권 단체 사이에 균열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홍준표 후보는 갑자기 동성애 문제를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기존 민주당 세력에 속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입장을 후퇴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보수·진보 사이에서 크게 논쟁이 될 이유는 별로 없었다. 그러므로 홍 후보의 이러한 태도는 방어적 차원에서 대응한 것으로 보기 힘들며 공세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후보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동성애 문제에 부정적인 문화적 보수 세력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며 또 하나는 보수 세력에 불리한 현재의 정치적 균열구조의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차별 문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홍준표 후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적인 규제를 통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가 표현한 '엄벌'이 갖는 의미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인 처벌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이 발언이 갖는 부정적 의미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려고 한다.

첫째, 사회적 차별 문화를 조장하게 된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반인권적 태도는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이것을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차별과 배제에 대한 태도가 동성애에 그치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보수 정권 시기 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극우 진영의 마타도어, 차별, 혐오 등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바 있다. 동성애에 대한 배타적 의식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동성애 문제가 메인 타깃이 되고 있지만 그 타깃은 점점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징후도 나타난 상황이다.

이미 홍준표 후보는 '5.18 국가유공자 가산점 재검토' 발언을 한 바 있다. 극우 진영이 제기한 '5.18' 국가 유공자 특혜설은 가짜뉴스다. 이것은 광주민주화운동과 호남에 대한 부정적 의식화를 의도한 것으로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홍준표 후보는 '재검토'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 자체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성적 취향에 대한 통제 시도는 자유민주주의에 위배

둘째, 동성애에 대한 '엄벌'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엄벌' 발언은 법적인 규제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권력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정치적 발언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공세, 행정적 조치, 캠페인과 같은 통제 시도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취향의 문제로써 매우 사적인 영역이다. 이와 같은 사적인 영역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와는 배치된다.

개인에 대한 권력의 미시적 통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와 친화성이 높아진다. 미시적 통제는 눈에 띄는 가시적 대상을 상대로 한 것과 눈에 띄지 않는 비가시적 대상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인간의 신체에 체화된 규율 및 생활 습관 그리고 두발, 복장 등은 공개된 영역에서 외부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시적인 대상이다. 그런데 성적인 요소는 은밀하면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사실 전자만으로도 이미 개인에 대한 권력의 포박 수위는 높다. 그런데 그것이 후자에까지 이르게 되면 이는 개인에 대한 권력의 미시적 통제가 극에 달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와 같은 미시적 통제를 극단적으로 지향한 것이 전체주의 사회다. 전체주의는 반자유주의적, 반인간주의적 성격이 뚜렷하므로 자유민주주의와는 상극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동성애 문제에 대한 홍 후보의 발언은 전체주의적 요소가 다분하다.

물론 동성애 문제에 대한 홍 후보의 인식을 근거로 홍 후보가 전체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반인권적 태도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보수에 의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 이것이 진정한 적폐

필자는 이 문제를 보면서 한국 사회가 지난 보수 9년의 시기 동안 여러 가지로 매우 나빠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폐, 즉 이데올로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서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후보는 2012년에는 차별금지법 문제에 있어서 찬성하였지만, 지금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선행조건으로 내걸면서 입장이 후퇴하였다. 이것은 전형적인 보수 세력 눈치 보기 행태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후퇴하였다. 그리고 그 후퇴의 절벽 끝에서 촛불 항쟁을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 탄핵을 주도하고 촛불 민심을 중시하는 두 후보는 좀 더 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차별금지법 문제에 있어 두 후보의 입장은 후퇴하였다.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개혁 경쟁을 해야 할 상황에서 보수 눈치 보기, 보수 경쟁을 하겠다는 말인가?

이것은 보수 세력에 의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증명하는 매우 뼈아픈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세력에 의한 의식의 식민화 현상, 이것이 진정한 적폐임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보수 세력에 의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 그리고 보수 세력의 '반노무현' 정치 전략을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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