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km 달려가서 투표해라? 유학생은 웁니다
남아공 대사관에 추가 투표소 설치 묻자 "유권자 적어 불가능" 답변
나는 올해 초까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가슴은 뜨거웠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의 그 날까지는 함께하지 못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아래 남아공)에서 유학 중이어서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민들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 탄핵 전날, 새벽에 깨어서 박근혜 탄핵을 마음속으로 외쳤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거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축제'라고 했지만 나를 비롯해 수많은 재외국민들이 축제에서 소외됐다. '이게 나라냐!' 라고 외쳤던 나는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일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것과 같은 불이익을 당했다. 그것은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정책 때문이다. 나는 나의 권리를 제약시킨 대한민국 선거 정책에 항의하면서 문제점을 제기한다.
나는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거주하고 있고 남아공 대사관은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에 있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에 따르면 해외 공관별로 '각 국 소재 공관 및 출장소'를 통하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려는 남아공 한인들은 프레토리아에 있는 대사관에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케이프타운에서 투표소가 있는 프레토리아까지 가려면 자그마치 1800km를 달려가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대략 400km이니 4배가 넘는 거리이다.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가난한 유학생 신분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대사관 이외의 '출장투표소'를 설치하려면 재외국민 수가 4만 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남아공 거주 재외국민은 4만 명 이하이기 때문에 케이프타운에 '출장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관련 기사 :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한 표 보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재외국민 참정권을 가장 뒤늦게 보장한 후진국이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미국은 이메일이나 우편 등을 통해 연방투표기관(Federal Voting Assistance Program, FVAP)을 통하여 신청한 후 공관을 통하거나 팩스와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군인들은 그들의 아내 혹은 투표가 가능한 사람들을 통해서 대리투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유럽 국가 또한 유사한 방식으로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방법에 대한 신뢰 문제나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들은 비용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형식적이고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하면서 재외국민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재외국민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불평등한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
후진국형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을 개선하라
2012년 첫 번째로 시행된 재외국민 선거 당시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투표를 했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훌륭한 참정권 행사라고 칭찬했다. 물론 그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보도 행위다. 재외국민 모두가 그렇게 희생하면서 투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이 할 일은 영웅적 투표행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의 선거 선진국처럼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어떤 국민 누구든지 행사해야 하는 참정권 행사를 영웅적 스포트라이트로 비추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제약시키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축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는 모두가 누린 축제가 아니라 투표소에서 가까운 재외국민만 누린 반쪽짜리 축제다. 나는 19대 대선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서 소외됐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한다. 선거 후진국인 대한민국 재외국민으로 겪어야 하는 부당한 대우를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겪지 않도록 개선하기를 호소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아래 남아공)에서 유학 중이어서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민들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 탄핵 전날, 새벽에 깨어서 박근혜 탄핵을 마음속으로 외쳤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거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축제'라고 했지만 나를 비롯해 수많은 재외국민들이 축제에서 소외됐다. '이게 나라냐!' 라고 외쳤던 나는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일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것과 같은 불이익을 당했다. 그것은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정책 때문이다. 나는 나의 권리를 제약시킨 대한민국 선거 정책에 항의하면서 문제점을 제기한다.
나는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거주하고 있고 남아공 대사관은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에 있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에 따르면 해외 공관별로 '각 국 소재 공관 및 출장소'를 통하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려는 남아공 한인들은 프레토리아에 있는 대사관에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케이프타운에서 투표소가 있는 프레토리아까지 가려면 자그마치 1800km를 달려가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대략 400km이니 4배가 넘는 거리이다.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가난한 유학생 신분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대사관 이외의 '출장투표소'를 설치하려면 재외국민 수가 4만 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남아공 거주 재외국민은 4만 명 이하이기 때문에 케이프타운에 '출장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관련 기사 :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한 표 보냅니다)
▲ 제 19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소 현황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프레토리아에 위치한 대사관에만 투표소가 지정이 되어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재외국민 참정권을 가장 뒤늦게 보장한 후진국이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미국은 이메일이나 우편 등을 통해 연방투표기관(Federal Voting Assistance Program, FVAP)을 통하여 신청한 후 공관을 통하거나 팩스와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군인들은 그들의 아내 혹은 투표가 가능한 사람들을 통해서 대리투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유럽 국가 또한 유사한 방식으로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방법에 대한 신뢰 문제나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들은 비용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형식적이고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하면서 재외국민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재외국민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불평등한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
▲ 남아공 대사관의 재외선거 관련 답변남아공의 유권자가 4만명이 되지 않기에, 추가로 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 조승
후진국형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을 개선하라
2012년 첫 번째로 시행된 재외국민 선거 당시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투표를 했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훌륭한 참정권 행사라고 칭찬했다. 물론 그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보도 행위다. 재외국민 모두가 그렇게 희생하면서 투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이 할 일은 영웅적 투표행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의 선거 선진국처럼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어떤 국민 누구든지 행사해야 하는 참정권 행사를 영웅적 스포트라이트로 비추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제약시키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축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는 모두가 누린 축제가 아니라 투표소에서 가까운 재외국민만 누린 반쪽짜리 축제다. 나는 19대 대선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서 소외됐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한다. 선거 후진국인 대한민국 재외국민으로 겪어야 하는 부당한 대우를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겪지 않도록 개선하기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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