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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노동자 반대로 전태일 동상에 못 갔다

[현장] 노동자들 "고공농성 노동자 외면하는 안 후보, 전태일 만날 자격 없다"

등록|2017.05.01 12:22 수정|2017.05.01 14:13

안철수 후보 유세 막은 노동자 "전태일 동상 찾을 자격 없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에서 ‘청년 전태일이 꿈꿨던 참다운 노동의 미래’ 노동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유세차량을 동상 옆에 정차하자'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이 "안 후보가 광화문광장 인근 광고탑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악법 철폐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전태일 동상을 찾을 자격이 없다"고 동상을 둘러싸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노동자들의 반대로 전태일 동상 앞에 가보지도 못하고 유세를 취소했다.

안철수 후보는 127주년 노동절을 맞아 오전 11시 서울 청계천 전태일 동상 앞에서 '청년 전태일이 꿈꿨던 참다운 노동의 미래 –청년 전태일과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유세를 예고했다. 최근 보수 행보를 이어온 안 후보가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진보 유권자 표심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오전 11시 안철수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노동자들이 전태일 동상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30분 전부터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 30여 명이 전태일 동상 주변에 모였다. 이들은 '노동악법 철폐', '노동3권 쟁취'라고 쓰인 큰 팻말을 들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철수 후보의 유세가 있으니 비켜달라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거부했다. 차헌호 공동투쟁위원회 공동대표의 말이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차례 유세를 벌였다. 인근 광고탑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지만, 안 후보는 이를 외면했다. 노동자들이 안 후보 옆 5m까지 갔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방해되니 저리 가라'고 했다. 최소한 우리가 왜 고공농성을 하는지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

안 후보의 노동공약을 보면 전태일 동상 앞에 올 자격이 없다. 다른 후보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겠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안 후보는 2022년까지다. 또한 무늬만 정규직인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으면서 전태일 동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차라리 홍준표 지유한국당 후보처럼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으니 전태일 동상에 오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끝내 자리를 비키지 않자,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지자들에게 "안철수 후보가 메이데이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지만, 누가 주동했는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이) 전태일 동상 앞 집회 중이다. 안 후보는 말싸움, 입씨름, 폭력을 싫어하신다"면서 유세 취소를 전했다.

이후에도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노동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지지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쫓아내서 좋냐", "전태일이 정의당 거냐?", "심상정 도우라고 해서 운동하느냐"라고 소리 질렀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오전 11시 45분 당사에서 노동정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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