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춤추게 한 원순씨의 특별한 노동절 선물
[取중眞담] 전 직원에 1일 특별휴가... 타 관공서로 확산될까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서울시가 올해 노동절을 맞아 전 직원 특별휴가를 실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신청사 건물. ⓒ 권우성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소식 때문에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췄어요.^^ !!!"
지난 27일 서울시청 온라인 게시판 '행정포털-원순씨의 생각'에 한 서울시 공무원이 올린 댓글이다. 그가 하루 종일 신이 난 까닭은 공무원이 된 이래 처음으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울시 공무원들은 목전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사무나 대 시민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원, 병원, 민원부서 등 현업기관 직원을 빼고는 모두 노동절 특별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날 쉬지 못하는 직원도 5월 2일, 4일, 8일 중 하루를 쉬게 된다. 실제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전 직원 1만8천여명 가운데 약 74%가 노동절에 쉬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이렇게 결정하고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들에 권장 공문을 보낸 덕에 자치구 공무원들도 80%가량 쉬게 됐다.
"20년 넘게 왜 우린 노동자가 아닌지 불만스러웠는데..."
서울시는 시 공무원들이 작년 말부터 20여 차례나 열린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의 안전관리를 위한 특별 비상근무를 해온데다 AI, 해빙기 대비 각종 비상근무로 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을 고려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노동존중특별시'를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이 이같은 결정을 내부 게시판에 올리자, 환호하고 감격해하는 직원들의 댓글이 줄을 이어 달렸다.
한 직원은 "재직기간 20년이 넘는 동안 늘 '왜 우린 노동자가 아닌 건지' 하는 마음이었다"며 "드디어 노동자로 신분 격상을 시켜주신 시장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오늘 점심 먹으면서 공무원은 왜 노동자가 아니냐며 열변(?)을 토했는데 특별휴가 계획이 내려와서 너무 놀랐다"며 "(노동절날)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도 노동자라서 노동절날 쉬니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고민했었다"며 노동절이 휴일이 아니었으면 곤란했을 뻔했던 사연도 올라왔다.
기자가 만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서울시가 노동절 휴무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부러웠다"며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을 촉매로 해서 내년엔 모든 관공서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징계 안 받으려면 휴가 다 써야 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8일 오후 시장 집무실이 있는 시청 6층 라운지에서 직원들을 만나 "5월 징검다리 휴가를 모두 쓰는 직원들이 가장 적은 실국장은 징계하겠다고 했다"며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 김정민
노동절 휴무, 내년엔 타 관공서로 확산될까
서울시를 포함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노동절에 쉬는 것은 엄두를 못 낼 일이었다.
법률상 일반 기업에는 노동절이 휴일로 지정돼있지만, 관공서에는 휴일로 안 돼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공무원노조 법원노조는 이같은 규정이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의 휴일에 관한 최소한의 필요한 보장조차 하지 않아 인간으로서의 인격이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는 납득하기 힘든 사유로 합헌결정을 낸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공무원 역시 이미 헌법상 노동권과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보장받고 있는 노동자이자, 시민의 일원인데 그동안 노동절에 쉬지 못했다"며 "올해부터 바꿨으면 한다. 우선 서울시장령으로 노동절 특별휴일을 실시하고, 앞으로 문제가 되는 법령 개정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다 쉬며 기념하는 노동절에, 세상이 다 아는 노동자인 공무원만 휴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2017년의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도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게 아닐까.
내년 노동절엔 어느 특별한 지자체장의 '선의'에 의한 게 아니라,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자신들의 축제를 당당하게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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