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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 등장하는 밥차, 정체가?

당진YMCA 청소년 사랑의 밥차 동행기

등록|2017.05.02 10:07 수정|2017.05.02 10:07

▲ 청소년 사랑의 밥차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 한수미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경이면 어김없이 충남 당진우체국 앞 KT광장에서 밥차가 학생들을 기다린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다.

봉사자들은 혹여 밥이 식기라도 할까 봐 그 전날부터 미리 재료를 손질한 뒤 당일 오후 3시부터 거리로 나와 즉석으로 음식을 준비한다. 갓 지은 밥이 완성될 때쯤 저 멀리서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얘들아, 밥 먹고 가."

당진YMCA 사랑의 밥차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130여 명이 함께 마련한 밥차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충남 당진YMCA 청소년 사랑의 밥차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당진YMAC는 밥으로 청소년과 소통함으로서 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올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시작됐다. 이를 위해 시민 130여 명이 참여했고 총 5200만 원을 모으며 사랑의 밥차를 마련해 70일 간의 준비 끝에 지금까지 오게 됐다.

등굣길 찾아가는 사랑

사랑의 밥차는 매주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구터미널 KT 광장에서 청소년을 만난다. 또 첫째 주와 셋째 주에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이른 아침 학교 앞으로 향한다. 이때는 아이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주먹밥 등을 전한다. 등굣길 사랑의 밥차의 경우에는 선생님들이 더 좋아한다고.

봉사자 백계순 여성유권자연맹 당진지부장은 "밥차 덕분에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고 수업에 집중해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밥차 소식을 듣고 교실에서 다시 나와 주먹밥을 받아 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제는 단골손님도

처음 밥차를 시작할 때, 낯설어 다가오지 못한 아이들이 다수였던 반면 지금은 오히려 단골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다. 다음 메뉴는 무엇이냐며 묻기도 하고 밥을 먹고 깨끗이 정리하는 학생들이 여럿이다. 금요일의 경우 80~1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밥 차를 통해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식사 메뉴는 다양하다. 육개장부터 카레, 김치덮밥, 미역국 등이다. 또 매달 첫째 주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려 청소년들이 끼와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열혈 봉사단 함께해

밥차엔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를 주최하는 당진YMCA를 비롯해 밥차 마련을 위해 함께한 시민들은 물론 건강지도사밥상팀과 파프리카를사랑하는모임(당진감리교회),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3개 조로 나눠 번갈아가며 봉사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한 실정이다.

당진YMCA 권중원 사무총장은 "더 많은 봉사자와 후원금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이 배불리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계순 지부장은 "비록 힘들어도 애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것으로도 만족한다"며 "당진에 배고픈 아이들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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