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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라 쓰면 선거법 위반? 선관위 해석 비상식적"

선관위, 투표참여 현수막에 '촛불' 표현 문제 삼아 게시 불허... 대전단체들 강력 반발

등록|2017.05.02 15:04 수정|2017.05.02 15:04

▲ 선관위가 투표참여 현수막에 '촛불'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 특정정당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게시를 불허하자,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2일 오전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촛불민심 왜곡, 폄훼하는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선관위가 투표참여 현수막에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특정정당을 반대한다며 현수막 게시를 불허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지역 88개 시민·사회·종교단체 및 정당 등으로 구성된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이하 대전운동본부)'는 2일 오전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촛불민심 왜곡, 폄훼하는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전운동본부는 지난겨울 박근혜퇴진 촛불집회를 주최해 왔던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가 조직을 전환하여 새롭게 출범한 단체다.

이들은 촛불집회의 결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학가 등에 '투표참여독려 현수막 걸기 캠페인'을 준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대전선관위 직원에게 현수막 문구에 대해 상의했고, '게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 25장의 현수막을 이미 게시했다. 또한 추가로 게시하기 위한 현수막 제작을 하던 중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는 것.

이들이 준비한 문구는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 '투표가 촛불입니다. 죽 쒀서 개주지 맙시다',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투표로 새나라!', '투표참여로 국정농단 없는 깨끗한 나라를!' 등이다.

이중 선관위가 문제를 삼은 것은 '적폐청산'도 아니고, '국정농단'도 아닌, '촛불'이다. 대전선관위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다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특정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3항에 해당, 규정위반이라고 판단했다.

▲ 선관위가 투표참여 현수막에 '촛불'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 특정정당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게시를 불허하자,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2일 오전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촛불민심 왜곡, 폄훼하는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에 대해 대전운동본부는 선관위가 '촛불민심'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 규탄 발언에 나선 김종서 배재대 법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촛불'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특정정당을 반대한다고 해석한 것은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반함은 물론, 민주주의 꽃인 선거의 의미를 훼손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킨 반헌법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대식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도 "촛불이 민심이었다. 그 촛불민심에 의해서 대선이 치러지게 됐고, 10일만 지나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새 정부는 촛불이 요구해 왔던 모든 적폐를 청산해야만 한다"며 "그런데 선관위는 촛불의 뜻을 왜곡하고 적폐적 발상, 구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촛불'이 대체 누구를 반대하고, 누구를 유리하게 한단 말인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것은 바로 '선관위'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촛불'은 민심의 상징이다, '촛불' 속에 담긴 민심은 특정 정당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라며 "'촛불민심'은 국민을 외면한 채 국정농단과 헌정질서를 유린한 정치권과 위정자들에 대한 심판이다. 특정 정당이 아닌 국민의 뜻을 대변하겠다고 자처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 공직자들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이번 대선은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대선으로 부패한 권력자와 이에 부화뇌동했던 권력의 부역자들을 끌어내리고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첫 대선"이라면서 "그런데 선관위가 유독 '촛불'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아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현수막 게시를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촛불민심'에 담긴 뜻을 곡해하고, 특정 정당의 지지 혹은 반대라는 구시대의 인식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며 "촛불민심의 요구는 대선뿐만 아니라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고 있다. 1700만 촛불 민심의 뜻조차 헤아리지 못한 선관위의 행태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민심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치러져야 한다. 규제와 통제라는 구시대적 선거관리 임무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관위의 행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선관위는 촛불민심을 왜곡한 투표참여 현수막 게시 금지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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