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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혜성' 황대헌 "평창은 하늘이 준 기회"

[인터뷰] 올라운더 가능성 보이는 기대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

등록|2017.05.04 13:52 수정|2017.05.04 13:52
그야말로 혜성 같은 등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지난 달 8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32회 전국남녀 쇼트트랙 종합선수권 및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대회에선 대이변이 일어났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였던 만큼 경쟁은 살벌했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인들이 대거 선발됐는데 그 중심에는 황대헌(부흥고)이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이기에 선배들에게 져도 괜찮다는 '깡'으로 도전했다는 이번 선발전. 그는 두 번의 선발전에서 모두 2위에 올라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새로운 얼굴이 됐다. 잠재력 넘치는 이 신인의 패기는 9개월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의 재기를 만들 원동력이 될 것이다.

▲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된 황대헌 ⓒ 박영진


데뷔부터 파란 몰고 온 신인

황대헌은 사실 이미 검증된 기대주였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동계 유스올림픽을 비롯해 굵직한 대회들을 휩쓸고 다니며 금빛 명맥이 끊긴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얼굴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대표팀의 서이라, 박세영(화성시청)이 부상으로 시즌 첫 국제대회였던 월드컵 1차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선발전 순위에 따라 차순위였던 홍경환(한국체대)과 황대헌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에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차 월드컵에서 그는 1000m 세계 신기록을 새로 쓴 것은 물론 팀동료였던 임경원(화성시청)과 함께 메달을 싹쓸이 했다.

"세계 신기록은 정말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어요. 코치 선생님, 장비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자 부활전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한 번 도전해보자'고 제안하셨던 건데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낸 데는 단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그는 매일 안양에서 서울 송파구까지 먼 거리를 오고가며 훈련에 매진한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오전에만 2시간 동안 쉼 없이 빙판을 가로지르며 스케이트 훈련에 들어간다. 이후 오후 2시부터 다시 스케이트 훈련을 2시간 동안 한 후 곧바로 지상훈련을 연이어 진행하면 하루가 금세 저문다. 이런 훈련을 일주일에 6일 가량 이어왔다.

불과 2년 전인 중학교 3학년에는 허리와 발 부상으로 수술을 받을 만큼 힘겨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낸 후에는 달콤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올라운더 새싹이 보이는 기대주

최근 쇼트트랙의 추세는 과거처럼 어느 한종목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전 종목을 고루 잘 타야만 챔피언에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지난 3월에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도 서이라가 예상을 깨고 남자부 종합 우승을 할 수 있던 이유는 그가 500m부터 3000m 슈퍼파이널까지 개인전 전 종목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황대헌 역시 이번 선발전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고른 성적을 거두면서 충분히 올라운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대헌은 1, 2차 월드컵에 이어 5, 6차 월드컵에 다시 한번 출전해 무더기 메달을 수확했다. 5차 월드컵에선 500m에서 마지막 결승선을 앞두고 기습적인 발 내밀기로 리우 형제 중 한 명을 제치고 은메달을 따냈고 1000m에서도 2위에 올랐다. 여기에 6차 월드컵 1000m에선 네덜란드의 간판 싱키 크네흐트와 접전을 펼친 끝에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보완할 점이 더 많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주니어와 시니어는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나요. 외국 선수들의 기량도 그렇고요. 일단 레이스를 앞에서 더 끌 수 있도록 체력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지난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 남자 1000m에서 나란히 1,2등으로 들어온 임경원(왼쪽), 황대헌(오른쪽). 황대헌은 이 대회에서 1000m 세계신기록을 바꿔 놓았다 ⓒ 박영진


평창, 꿈의 무대가 현실이 되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황대헌은 가장 치열한 종목인 쇼트트랙의 대표가 됐다. 그가 올림픽을 처음 본 것은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빅토르 안(러시아, 안현수)이 여자부의 진선유(현 단국대 코치)와 함께 올림픽 3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쇼트트랙은 8개의 금메달 중 무려 6개를 싹쓸이 해오며 역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성적 중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11년 전 이 올림픽을 시청자로서 봤던 황대헌은 그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은 현실이 됐다.

평창의 꿈을 담금질하기 위해 그는 오는 7일 태릉선수촌으로 입촌해 본격적인 대표팀 생활에 돌입한다. 태릉 내에서도 가장 독한 훈련을 하기로 유명한 쇼트트랙 대표팀이지만 황대헌은 "긴장되지만 설렌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경험하고 싶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올림픽에서 개인전보다는 계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근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한 지가 벌써 두 시즌이나 됐을 정도로 계주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지난 시즌에도 메달권에는 근접했지만, 금메달을 따내는 데는 실패했다. 남자 쇼트트랙이 상향평준화가 되면서 중국, 헝가리, 네덜란드, 러시아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라들이 올라왔고, 무려 8개 국가가 경쟁하는 형국을 이루면서 계주는 개인전보다도 금메달을 따기 어려운 종목이 돼버렸다. 황대헌은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비시즌 동안 맹훈련을 할 것을 다짐했다.

아직까지도 자신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가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황대헌. 평창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올림픽은 하늘이 주시는 기회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나가는 정말 좋은 기회인데, 그런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웃음)."
덧붙이는 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명단

남자 대표팀
1순위: 서이라
2순위: 임효준
3순위: 황대헌
4순위: 김도겸
5순위: 곽윤기

여자
1순위; 심석희
2순위: 최민정
3순위: 김아랑
4순위: 이유빈
5순위: 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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