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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동화 속 세상...'권정생' '김환영'전 열려

대전원도심 특별한 미술관, 미룸갤러리와 계룡문고북갤러리

등록|2017.05.04 11:11 수정|2017.05.04 11:12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는 가운데, 대전 원도심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올만한 두 개의 전시가 5월 2일 시작되었다.

하나는 골목길 미술관인 미룸갤러리(중구 대흥동)의 '김환영 展-동심童心에 그린 화畵'이고, 다른 하나는 계룡문고 북갤러리(중구 선화동)에서 진행되는 권정생 유품, 작품 전시 '권정생을 기억하다'이다.

▲ 미룸갤러리에서 진행중인 ‘김환영 展’ 의 모습. 이 작품은 '내 친구'와 '모여드는 아이들'이라는 두개의 작품을 하나의 종이에 찍은 것이다. 김영환 작가는 ‘세상의 물건들이 너무 흔하게 낭비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판도 아끼고 종이도 아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며, 한 판에 2~3개의 작품을 함께 찍끼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언뜻 보면 하나의 작품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 임재근


미룸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김환영 展'은 한국 동화 출간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작품 중 하나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삽화를 그린 김환영 작가의 삽화용 판화 작품전이다.

5월 2일부터 16일까지 15일간에는 1980년 태백 탄광촌 아이들이 바라본 어른들의 삶을 시로 표현한 작품인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의 삽화용 판화 42점을 전시하고, 17일부터 31일까지는 우리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아이들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담은 '해를 삼킨 아이들'의 삽화용 판화 32점을 교체 전시한다. 미룸갤러리는 그 동안 한 작가의 작품을 중간에 교체하여 전시해왔다.

미룸갤러리 김희정 관장은 "가정의 달 오월의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본인이 주인공이고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세대라는 것을 모르고 산다"며, "일상 내내 책가방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다 보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 손을 잡고 전시를 보면서 아이들이 아이들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동화 속 세상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이 전시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 미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김환영 작가(왼쪽)과 김희정 관장(오른쪽) ⓒ 임재근


김환영 작가는 "2006년 가평에서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작품을) 작업할 당시, '세상의 물건들이 너무 흔하게 낭비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판도 아끼고 종이도 아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판화 작품들은 1호부터 5호를 넘지 않는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한 판에 2~3개의 작품을 함께 찍은 작품들도 눈에 띠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언뜻 보면 하나의 작품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 계룡문고 북갤러리 오픈전시로 권정생 유품, 작품 전시 ‘권정생을 기억하다’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5월 2일부터 8월 26일까지 이어진다. ⓒ 임재근


같은 날 계룡문고 북갤러리에서는 권정생 유품, 작품 전시 '권정생을 기억하다'가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강아지똥>, <몽실 언니> 등을 썼던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의 10주기를 추모하여 진행되는 전시다.

전시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들 외에도 선생이 생전 창작활동을 하면서 써왔던 안경과 볼펜 등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이어지고, 전시기간 내에 '오소리네 집 꽃밭' 그림 작가 정승각 선생님과의 만남(5월 13일), '작은 사람 권정생'의 저자 이기영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6월 16일), '몽실언니' 낭독회(7월 7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연계하여 진행한다.

전시가 진행되는 계룡문고 북갤러리는 계룡문고 내 헌책방이었던 '노란 불빛의 책빵'을 전시실로 탈바꿈하였고, 이번 전시는 북갤러리 오픈 기념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계룡문고 현민원 이사는 "지금은 수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묻혀버리고, 엄한 것들을 내쫓고 있는 시대"라며, "생명존중, 평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선생님의 10주기를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철학과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북갤러리 첫 전시회로 선생님의 전시를 택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 권정생 유품, 작품 전시 ‘권정생을 기억하다’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들 외에도 선생이 생전 창작활동을 하면서 써왔던 안경과 볼펜 등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 임재근


김환영 화가는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41살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가평에서 살다가, 지금은 충남 보령의 골짜기 마을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권정생(1937-2007) 작가는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다.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안동 일직으로 터를 옮겼고, 1968년부터 일직예배당 문간방에 살며 글을 썼다.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으로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이후 직접 지은 5평짜리 오두막집에서 강아지와 둘이서 사는 검소한 삶을 실천하며 살다가 지병이었던 결핵과 신부전증이 악화되어 2007년 5월 17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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