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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원 전 남친 재력, 이렇게 자세히 알려줄 것 까지야

1시간 동안 함소원 '전 남친' 이야기만 한 <택시>, 그 참을 수 없는 속물성

등록|2017.05.04 19:09 수정|2017.05.04 19:09

▲ 배우 함소원, 인간 함소원이 아닌 대부호와의 열애설만이 부각된 토크쇼 ⓒ cj e&m


3일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택시>에는 배우 함소원이 출연했다. 함소원은 한국 활동을 접고 중국에서 활동 중이었기에 한국에서는 소식만 간간이 들을 수 있는 연예인이었다. 당연히 인지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tvN은 방영 전부터 '단독 출연'을 강조하며 함소원의 출연을 열심히 홍보했다. 함소원의 출연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화제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 화제성이 근거가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다.

이슈가 되는 인물을 방송사에서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누군가는 작품의 성공으로, 누군가는 사업의 성공으로, 또 누군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 등이 화제가 되어 방송에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슈가 되는 상황은 다양하고 어떤 이슈든 덮어놓고 좋고 나쁨을 따지기는 힘들다. 어떤 이슈든 화제성을 담보한다면 그 이슈를 가장 크게 부풀려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방송사고 그 이슈를 궁금해하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곧 성공적인 방송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함소원의 정체성... '함소원' 없는 '함소원' 토크쇼

▲ 함소원이라는 사람이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 cj e&m


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 해도, 함소원의 정체성은 너무나 모호하다. 추자현이나 장나라처럼 한국에서까지 화제 될 정도로 중국에서 성공한 배우는 아니다. 그 스스로도 '뷰티 광고 모델로 주로 활동했다'고 말할 만큼,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가 출연했다는 7개의 작품도 중국에서조차 유명한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마디로 배우로서의 정체성으로 단독 토크쇼의 주인공이 됐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함소원의 화제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근간은 바로 그의 연애사에 있다. 물론 개인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함소원의 경우, 이미 결별한 전 연인이 '부호'라는 이유라는 것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가십은 연예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유명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대중이 느끼는 쾌락은 분명히 있고 그런 관음증을 충족시켜 시청률을 올리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유명인들은 그런 소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많은 것을 포기하지만 막대한 부를 쌓기도 한다.

그러나 함소원이라는 인물이 가진 가십의 초점은 바로 '사귀었던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가' 하는 지점이다. 함소원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슈퍼카, 전용기, 전 남자친구 소유의 토마토 농장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방송 이후 함소원이 결별선물로 받았다는 평당 5000만 원짜리 40억 아파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만남과 이별 자체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의 영역이고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함소원은 연예인이고, 자신의 SNS에서도 스스럼없이 열애로 인해 누릴 수 있었던 럭셔리 라이프 사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고 그를 바탕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연애사가 인터넷이나 방송이라는 매체 등을 통해 공개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더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대중의 평가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에 출연한 함소원 스토리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함소원'은 없다. 그가 사귄 남자, 그가 탄 차, 그가 누리는 생활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함소원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일차원적이었다.

속물인가 아닌가, 이중적인 시선을 이용하는 방송

▲ 결국 화제가 된 함소원의 <택시> ...돈에대한 이중성 ⓒ cj e&m


결국 함소원은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성과보다는 남자친구, 그것도 지금은 헤어진 전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화제성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함소원의 이야기는 H양 비디오 논란, 노출 화보 논란 등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 그가 배우로서 보여준 성과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할 수 없었다. 단독 토크쇼라는 행운 역시 배우로서의 활동으로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배우로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배우도 아니고, 함소원이라는 사람 자체로서도 아닌 단순히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가진 '재력' 때문에 화제성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한국 방송에서는 유독 재력에 대한 매력을 중요시한다. 김구라로 대표되는 '속물주의' 화법에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재력가라는 사실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김구라는 토크쇼에서 종종 게스트들의 집안 내력을 읊으며 금수저들의 '스펙'을 강조한다. 뭐든지 잘하고 능력 있는 엄마 친구 아들이나 딸을 뜻하는 '엄친아' '엄친딸' 같은 단어들은 본래 그들 스스로 능력이 있다는 의미였지만, 어느 순간 의미가 퇴색되어 '금수저'를 통칭하는 말로 쓰이고는 한다. '돈도 실력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김구라뿐 아니라 박명수 역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얼마 벌었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한다. 이 질문에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물론 그런 질문을 하는 그들 스스로도 자신이 버는 액수나 가진 재력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한편으로는 돈을 우상시하면서도 돈은 직설적으로 내뱉기는 힘든 속물적인 것이라는 이중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빙빙 둘러서 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이슈 몰이 하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는 '재력'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을 만들어 낸다.

누가 어떤 집안과 결혼을 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그 사람 자체가 아닌 집안을 보고 만나는 것이 결코 이상한 행동도 아니다. 얼마나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느냐는 문제보다는 경제적으로 얼마나 더 안정적일 수 있느냐는 물음이 더 큰 화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면서도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은 속물 취급당하기 일쑤다. 한 편에서는 얼굴이나 성격을 따지듯 조건을 따지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 팽배하면서도 다른 한 편에서는 비난이 쏟아진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 전반에 걸쳐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능력보다 행운이나 요행으로 인생역전을 하려는 태도는 이해는 되지만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함소원이 화제가 된 이유 역시 그런 이중적인 시선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지금 사귀고 있지도 않은 '전 연인'의 경제력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 그가 받은 40억 아파트와 누렸던 화려한 생활 등에 쏟아지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방영 후 각종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그의 기사만 보더라도 분명히 <택시>의 다른 회차보다 화제성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비난을 쏟아내지만 은밀한 호기심을 완전히 누를 수도 없다. 이런 분위기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단순히 '돈'에 대한 열망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방송에 마음 한 편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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