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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당은 위기 아닌 호기? 전화위복 맞은 바른정당

'배신자' 걷어내고 '진짜 보수' 명분 찾아... "소신 투표 분위기 확산" 기대도

등록|2017.05.04 18:49 수정|2017.05.04 20:42

이화여대앞 지지 호소하는 유승민 후보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일, 바른정당 현역 의원 14명이 '보수 단일화'를 주창하며 탈당을 결의했다. 하루 이틀 사이 일부 의원이 잔류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창당 이래 최대 위기였다. 일부 보도에서는 당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이들의 탈당 이후 당은 일부 동정 여론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창당 이래 최대 관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들이 탈당을 모의하던 지난 2일 오전 8시께, 모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가 '바른정당, 장제원, 바른정당 탈당' 순으로 랭크될 정도였다.

"오히려 전화위복... 더욱 일사불란해질 것"

특히나 유 후보가 집단 탈당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끝까지 간다>라는 '읍소 동영상'의 '좋아요'는 현재까지(4일 오후 4시 40분 기준) 2만 7천여 개가 붙었다. 그 아래는 '홍준표는 이기자' '힘내라' 등의 응원 댓글이 4000여 개가 달렸다.

가시적 효과도 컸다. 바른정당이 같은 날 보도 자료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의 모금액 금액이 2억 9천만 원인데 반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모인 후원금은 약 3억 3730만 원에 달했다. 지난달 17일부터 1일까지 170명이 접수된 온라인 당원 신청도 2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4069명이 가입됐다(4일 오후 3시 기준).

후보의 완주를 돕기로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그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은 창당 때부터 일관되게 양보다 질을 강조했다"면서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국민에게 얼마나 혁신적인 보수의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했다"고 복기했다.

그는 또한 이들의 탈당으로 당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의원 숫자 30명을 넘으면서 의사 통합이 안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창당 초기에 (당론으로 정한) '18세 투표권'도 뒤집어지지 않았나"라면서 "(탈당 이후) 오히려 혁신 보수 세력이 자기 정체성을 확고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의당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순 없지만, 그래도 그 전보다는 훨씬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캠프 분위기도 상승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한동안 낮은 지지율로 침체돼 있던 캠프도 활력을 찾았다. 진수희 총괄본부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전날 서울 강남역 유세에 갔는데 깜짝 놀랐다"면서 "(집단 탈당으로) 국민이 유 후보를 다시 보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진 본부장은 이 같은 변화를 전하다 목이 메기도 했다. 그는 이어 "후보도 토론이 끝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면서 "유세할 때도 목소리 톤이 바뀌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캠프 정책통인 조해진 전 의원은 "(지금 반등 상황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전 의원은 "나갔다고 실망하고, 잔류한다고 좋아하고... 그러면 (탈당파들과) 같은 사람이 된다"면서 "보수 개혁은 워낙 먼 대장정이라 여러 난관이 있는 게 당연하고, 지금도 그 난관을 덮는 중이니 길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완주 효과'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인가다. 캠프 측 관계자들은 당장의 기대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심 지지세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진 본부장은 "남은 기간 관전 포인트는 누가 되느냐보다, 유승민이 얼마나 표를 받느냐에 있을 것"이라면서 "사표 방지 심리보다 소신 투표 분위기가 세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서 유승민을 새로 주목하거나 신뢰하는 것보다, 오히려 유 후보가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주목해 사람을 보고 소신껏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지율이 현재까지는 답보상태였지만, 며칠 사이 사표냐 아니냐를 떠나 유 후보에게 소신 투표하려는 유권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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