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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제주옛집에서 보낸 이틀 밤

등록|2017.05.08 08:30 수정|2017.05.08 08:30

▲ ⓒ 정가람


▲ ⓒ 정가람


▲ ⓒ 정가람


▲ ⓒ 정가람


▲ ⓒ 정가람


제주 숙소를 검색하다 찾은 제주옛집.
옛집의 원형을 살리며 주인이 손수 고쳤다는 집.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마을 속 작은 옛집에서 묶고 싶었다.
어릴 적 오부 외갓집 생각도 나고
아이들에게 옛집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주인이 세계여행을 하며 사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 아이들 손님이 있을 경우 사전 조율을 후 예약이 가능했다.
도착한 지미봉 아래
종달리 옛집은 생각보다 더 옛집이었다.

삐걱대고 낮은 문,
집안 곳곳에서 보물찾기처럼 발견하는 옛 물건들.
아이들은 퍼즐과 카드가 있어 즐거워했고
남편은 토굴 같은 서재에서 탄 테이블에 이문세와 들국화를 올려놓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우리 집 최장신 탓에 남편은 낮은 문을 드나들다
머리를 아주 세게 여러 번 부딪혀 혹이 나긴 했지만.

마을 어귀에 주차하고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야 하고
세탁기도 없고
휴대용 하이라이트 한구뿐인 좁도 '더운' 부엌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카레, 김밥, 어묵탕을 끓여 네 끼를 지어먹으며
두밤을 지냈다.

떠나는 날엔 비가 와
비오는 좁은 돌담길에서 아이들은 집을 찾느라, 노느라 헤매기도 하고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며 젊은 전인권의 노래를 들으며 달다란 믹스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물놀이 모래 놀이 하는 가족여행에서 세탁기는 필수라
다음번엔 재고를 하겠지만
한 번쯤, 옛 생각하며 머물만한
'사슴 민박'-주인이 백석의 사슴을 무척 사랑하여
집안 곳곳 사슴 장식물에 시집.

시 한 줄 읽지 못하고 왔지만
수돗가 감나무 아래 종이 달려있던 풍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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