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을 기다렸다, 드디어 내일 심판하는 날"
[편집국장의 편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후회 하지 않으려면...
▲ "어린이날 선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줄게!" <오마이뉴스> 웹디자이너 봉주영 팀장이 이안이를 안고 찍은 사전투표 인증샷. ⓒ 봉주영
▲ "세연아, 네가 살아갈 세상이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했어."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김지현 <오마이뉴스> 기자가 세연이와 함께 찍은 사전투표 인증샷. ⓒ 김지현
"어린이날 선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줄게!"
<오마이뉴스> 웹디자이너 봉주영 팀장이 이안이를 안고 찍은 투표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적은 글입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세연이 아빠' 김지현 기자(편집부)도 투표 인증샷 위에 이렇게 적었네요. "세연아, 네가 살아갈 세상이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했어." 털털한 외모와 달리 섬세한 감성을 소유한 김지현 기자, 그렇게 한 표를 행사하고서 "괜스레 울컥"했다고 합니다.
"9시에 연인이 도착한다고 해봐. 4~5시가 되면 두근거려 역에 나가는 거지요. 촛불 시작이 작년 10월, 탄핵소추가 12월이니, 나흘 일찍 나간 게 아니라 7개월째 기다려온 것이니까요. 2014년 4.16부터겠지요. 생명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 국민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이 뭐하는지도 모르는 나라, 유족을 오히려 멸시하고 조롱하는 나라. 이게 나라냐며 새 나라를 기다려온 열망이 이렇게 표출되는 거지요."
▲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5.9 대선은 분노한 촛불시민들이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면서 앞당겨진 선거입니다. 하지만 대선 날짜 몇 달 앞당기자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닙니다. 엄동설한에서도 광장에 모여 '이게 나라냐'고 외친 촛불시민들은 총체적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가 유린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했습니다. 촛불혁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으로 보낸 것에 그칠 수 없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우리 삶이 바뀌어야 진짜 촛불혁명입니다.
'장미 대선'이 아니라 '촛불 대선'입니다.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역사적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 정권에서 비롯된 인적, 제도적 적폐청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 시급한 개혁과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의사와 요구가 최우선으로 반영되는 공정한 법과 제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촛불광장은 '박근혜 탄핵'만 외친 게 아닙니다. 양극화·불평등 해소와 노동권 보호, 재벌개혁과 복지확대 등 민생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어떤 후보가 이러한 촛불혁명의 요구를 잘 실현할 수 있을지, 5.9 대선에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결연하게 선택할 때입니다.
지난겨울, 갓난아이를 맡기고 촛불광장에 나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시간,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흘렸던 뜨거운 눈물, 일면식도 없는 시민과 붙어 앉아 같은 마음으로 구호를 외치며 나눴던 촛불. 잠시 잊고 있었다면 다시 기억해 주세요. 그 순간들은 상처이자 감동이고, 촛불로 직접 써내려간 민주주의의 새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촛불 대선입니다. 우리 모두 이안이와 세연이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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