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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대상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란?

하청노조 증거 제시, 현대중공업은 "존재하지 않아"

등록|2017.05.08 15:40 수정|2017.05.08 15:40
김종훈 국회의원은 8일 하청노조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관련 증거를 언론에 공개했다. 28일째 고공농성 중인 소속 조합원 2명 역시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울산 노동계가 적폐청산 1호로 삼는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는 무엇이고 또 공개된 증거자료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살펴봤다. - 기자 말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란?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예산 지원에 관한 것이지만 하청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는 노동자의 재취업과 고용승계를 가로막는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아래 현중하청지회)지회장이 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종훈 의원과 함께 가진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원 블랙리스트 국정조사 추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울산 노동계에서 적폐청산 1호로 삼는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는 원청업체가 하청노조 노조원이 소속된 하청업체를 폐업시킨 뒤 노조원만을 선별해 리스트에 올리고 타 하청업체 재취업과 고용승계를 가로막는 부당노동행위 행태를 일컫는다.

현중하청지회는 이런 방식으로 인해 현재 200여 명의 노조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현재 울산 북구 염포산 터널 교각에서 28일째 고공농성 중인 현중하청지회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이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랄한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최수상


노조 간부, 노조원 솎아내기 위한 블랙리스트

현중하청지회에 따르면 노동계 블랙리스트는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 결성 해인 2003년과 이듬해인 2004년 사이 하청노조원들이 속한 업체들이 폐업되고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이 재취업과 고용승계가 가로막힌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2010년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조선업 활기로 뜸하던 블랙리스트 문제는 최근 조선업 불황에 이어 2016년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중하청지회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재 50개 업체가 폐업리스트에 올라 있고 이는 하청지회 노조원과 간부들을 솎아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주요 노조 간부 80%가 업체 폐업으로 인해 해고된 사실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 "블랙리스트 만들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고 만들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홍보팀 관계자는 "앞서 수차례 밝힌 바 있지만,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고 그런 리스트를 만든 사실도 없다"며 다만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업체의 일감이 없어지고 일자리도 줄어들다 보니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언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운영 증거, 녹취 파일 내용은?

현중하청지회가 8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블랙리스트 운영 증거 사례는 모두 5가지다.

첫 사례는 2017년 3월 10일과 22일 있었던 하청노조 지회장과 업체대표 A씨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하청노조 조합원을 고용하면 원청에서 폐업을 유도하며 압박한다고 하청업체 대표가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이 하청업체 대표는 노조원 1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가 23일 약속을 번복하며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두 번째 사례는 또 다른 하청업체대표 B씨가 다른 업체폐업으로 고용승계에서 배제된 하청노조원 2명을 채용하기 위해 고용절차를 진행하던 중 1명은 원청의 블랙리스트 전산에 걸려 고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나머지 1명은 원청 관리자로부터 직접 연락이 와 채용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는 대화 내용이다.

B씨는 지난달 10일 하청노조 지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전산에 걸린 사람들은 지금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게 회사(원청)에서 하는 거냐 했더니 '(원청관리자로부터)하청노조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원청에서 하청노조 조합원 블랙리스트를 풀어야 하청업체들이 채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하청업체 대표 C씨의 말이다. C씨는 올해 2월 22일 하청노조 사무장과의 통화에서 "하청노조원을 받으려 해도 (원청)운영지원부에서 출입증 발급이 안 되기 때문에(중략) 예전에는 풀어놓아서 6명을 받았지만, 지금은 승인을 안 해주니까"라고 말했다.

네 번째 사례는 하청업체 대표 D씨가 올해 3월 21일 하청노조 사무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원청이 하청노조 조합원 블랙리스트 만들어 놓은 것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D씨는 "내가 볼 때도 중공업(원청) 애들이 자꾸 트집을 잡는데 왜 잡고 있는 이유를 난 모르겠다고 (중략) 하청도 노조할 수 있는데 왜 원청에서 우리 작업, 우리 거 하청노조 사람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놨냐"고 말했다.

다섯 번째 사례는 하청업체 대표 E씨가 취업 알선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하청노조 조합원이 원청의 블랙리스트 전산에 걸려 있는지 확인하는 내용이다. E씨는 지난 3월 24일 조합원의 취업 상담을 하는 하청노조 지회장에게 "원청 전산에는 문제가 없죠? (지회장 : 미포에 있었던 사람인데 전산에 제가 볼 때 중공업까지는 아마 안 그럴 거예요) 왜 미포에 문제 있으면 이쪽(중공업)도 다 걸지"라며 전산 확인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사실 아니다"

이같은 증거 공개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현중하청지회가 주장하는 블랙리스트 운영은 사실이 아니며 특히 전산망의 블랙리스트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례3에서 원청의 블랙리스트 전산망에 걸려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해당 근로자가 기존 하청업체에서 받은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았을 경우 출입증이 이중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창민 현중하청지회 지회장은 "노동계 블랙리스트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질적인 범죄행위"라며 "향후 추가로 증거들을 공개할 것이고 증언대회와 국정 조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 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뉴스행동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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