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고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 왔다면?
[체험기] 심각한 고장 아닌 경우가 대다수... 연료통 뚜껑 제대로 안 닫혀도 점등
8일 새벽, 장거리 출장을 가기 위해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하고 난 후였다. 계기판 하단에 빨갛게 '체크엔진' 경고등이 뜬다. 이 경고등은 즉시 운전자에게 정비를 유도하는 주요한 자가진단장치다. 분명 아침에 출발할 때는 계기판에 이상이 없었고, 일단 이 차는 새로 바꾼 지 한 달도 안 됐지 않은가?
갑자기 엔진에 심각한 고장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방금 넣은 기름이 말로만 듣던 가짜휘발유란 말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뇌리를 스친다. 윈도우화면에 뜬 블루스크린의 두려움 따위에 견줄 바가 아닌 무시무시한 공포가 엄습한다. 왜 하필이면 이 시간인가. 이른 시간이라 정비소가 문을 열었을 리는 없었다. 이 무서운 경고등을 바라보며 출장을 어떻게 마쳤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출장을 마치기가 무섭게 지정정비소부터 찾았다. 운전 중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엔진경고등이 점등되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정비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 고장 진단용 스캐너에 연결하여 원인을 찾아보겠으니 일단 기다려보라고 한다. 10여 분 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나를 정비사가 부른다.
"혹시, 오늘 주유 중에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하지 않으셨나요?"
"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스캐너로 검사하면 그런 일상적인 정보까지 나오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스캐너로 점검해보니 고장코드가 '증발 가스 대량누설'이라고 뜨는데, 이럴 경우 십중팔구는 주유 중 시동을 끄지 않거나 주유구 뚜껑이 덜 닫혔을 때이거든요."
"그럴 경우 엔진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경고등까지 뜨는 거죠?"
"엔진경고등이 켜지면 엔진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으면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일환으로 경고등이 켜지게 되어있어요. 요즘 나오는 차들은 환경규제에 아주 민감해요."
그랬다. 엔진경고등은 차에 엄청난 고장이 있을 때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차량 자가진단장치인 엔진경고등은 주유방법과 꽤 연관이 많았다. 주유하기 이전까지 켜져 있지 않았다가 주유를 하고 난 후 엔진경고등에 불이 켜졌다면,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았거나 주유를 마치고 연료통 뚜껑이 덜 닫힌 경우라고 한다.
주유직후 경고등이 뜰 경우, 차를 세우고 연료통 뚜껑을 '띠릭' 소리가 나도록 정확히 장착해 다시 닫기만 해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실제로 엔진경고등 때문에 정비소를 찾는 차량의 절반 정도가 이 문제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차량 설명서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
'주의 : 연료캡을 완전히 잠그지 않을 경우 엔진경고등이 켜 질 수 있으나 이는 차량이나 부품의 고장이 아닙니다. 연료캡을 "딸깍" 소리가 나도록 다시 잠그십시오. 재장착 후에도 엔진경고등이 켜졌을 경우에는 직영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으십시오'
'엔진경고등 : 엔진의 정상적인 작동을 제어하는 엔진 전자제어 장치나 배기가스 제어에 관계되는 각종 센서에 이상이 있을 때나, 연료공급장치(연료탱크, 연료필터 연결부, 연료 라인 등)의 누유, 증발 가스 제어장치 부분의 누수 발생 시 켜집니다. 주행 중에 켜지면 가능한 한 빨리 직영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의뢰하십시오, 일반적으로 견인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정비를 의뢰하십시오.'
차를 바꾸고 처음으로 펼쳐본 차량설명서에는 정말로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결론은. 시동을 켜놓고 주유를 하거나 연료통 뚜껑을 덜 잠그면 엔진경고등이 점등되지만, 꼭 고장은 아니라는 것. 엔진경고등은 심각한 고장일 때 점등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내 상식과는 너무 달랐다.
주유 후 엔진경고등이 뜰 경우 가짜 휘발유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 안심하고, 곧바로 연료통 뚜껑부터 확인하길 권한다. 하지만 엔진을 끄고 주유를 했고, 연료통 뚜껑도 제대로 닫혀있는데도 계속 엔진경고등이 들어온다면?
이때는 연료 감지 센서의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간혹 연료가 연료통에서 누수돼 연료감지 센서가 감지해 경고등이 켜진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바로 정비소에 가서 점검부터 받아야 한다.
그리고, '주유 중 엔진 정지'는 배기가스 배출 저감은 물론 화재예방을 위해서도 필수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전기로 인해 주유 중이던 차량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실제로 주유소 화재사고 원인은 대부분은 바로 정전기와 스파크가 원인이다.
또, 기름혼동 사고도 막을 수 있다.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 혼유가 발생하게 되면, 시동을 꺼둔 상태에서는 바로 조치할 수 있지만 시동 중인 차량에 혼유가 되면 엔진을 바꿔야 하는 불상사까지 생길 수 있다. 꼭 엔진경고등이 아니더라도 '주유 중 엔진 정지'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나부터 바로 실천하리라.
▲ 계기판 하단에 선명하게 점등된 엔진경고등 ⓒ 김학용
갑자기 엔진에 심각한 고장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방금 넣은 기름이 말로만 듣던 가짜휘발유란 말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뇌리를 스친다. 윈도우화면에 뜬 블루스크린의 두려움 따위에 견줄 바가 아닌 무시무시한 공포가 엄습한다. 왜 하필이면 이 시간인가. 이른 시간이라 정비소가 문을 열었을 리는 없었다. 이 무서운 경고등을 바라보며 출장을 어떻게 마쳤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혹시, 오늘 주유 중에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하지 않으셨나요?"
"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스캐너로 검사하면 그런 일상적인 정보까지 나오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스캐너로 점검해보니 고장코드가 '증발 가스 대량누설'이라고 뜨는데, 이럴 경우 십중팔구는 주유 중 시동을 끄지 않거나 주유구 뚜껑이 덜 닫혔을 때이거든요."
"그럴 경우 엔진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경고등까지 뜨는 거죠?"
"엔진경고등이 켜지면 엔진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으면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일환으로 경고등이 켜지게 되어있어요. 요즘 나오는 차들은 환경규제에 아주 민감해요."
그랬다. 엔진경고등은 차에 엄청난 고장이 있을 때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차량 자가진단장치인 엔진경고등은 주유방법과 꽤 연관이 많았다. 주유하기 이전까지 켜져 있지 않았다가 주유를 하고 난 후 엔진경고등에 불이 켜졌다면,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았거나 주유를 마치고 연료통 뚜껑이 덜 닫힌 경우라고 한다.
주유직후 경고등이 뜰 경우, 차를 세우고 연료통 뚜껑을 '띠릭' 소리가 나도록 정확히 장착해 다시 닫기만 해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실제로 엔진경고등 때문에 정비소를 찾는 차량의 절반 정도가 이 문제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차량 설명서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
▲ 차량설명서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는 엔진경고등 항목. ⓒ 김학용
'주의 : 연료캡을 완전히 잠그지 않을 경우 엔진경고등이 켜 질 수 있으나 이는 차량이나 부품의 고장이 아닙니다. 연료캡을 "딸깍" 소리가 나도록 다시 잠그십시오. 재장착 후에도 엔진경고등이 켜졌을 경우에는 직영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으십시오'
'엔진경고등 : 엔진의 정상적인 작동을 제어하는 엔진 전자제어 장치나 배기가스 제어에 관계되는 각종 센서에 이상이 있을 때나, 연료공급장치(연료탱크, 연료필터 연결부, 연료 라인 등)의 누유, 증발 가스 제어장치 부분의 누수 발생 시 켜집니다. 주행 중에 켜지면 가능한 한 빨리 직영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의뢰하십시오, 일반적으로 견인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정비를 의뢰하십시오.'
차를 바꾸고 처음으로 펼쳐본 차량설명서에는 정말로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결론은. 시동을 켜놓고 주유를 하거나 연료통 뚜껑을 덜 잠그면 엔진경고등이 점등되지만, 꼭 고장은 아니라는 것. 엔진경고등은 심각한 고장일 때 점등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내 상식과는 너무 달랐다.
주유 후 엔진경고등이 뜰 경우 가짜 휘발유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 안심하고, 곧바로 연료통 뚜껑부터 확인하길 권한다. 하지만 엔진을 끄고 주유를 했고, 연료통 뚜껑도 제대로 닫혀있는데도 계속 엔진경고등이 들어온다면?
이때는 연료 감지 센서의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간혹 연료가 연료통에서 누수돼 연료감지 센서가 감지해 경고등이 켜진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바로 정비소에 가서 점검부터 받아야 한다.
그리고, '주유 중 엔진 정지'는 배기가스 배출 저감은 물론 화재예방을 위해서도 필수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전기로 인해 주유 중이던 차량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실제로 주유소 화재사고 원인은 대부분은 바로 정전기와 스파크가 원인이다.
또, 기름혼동 사고도 막을 수 있다.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 혼유가 발생하게 되면, 시동을 꺼둔 상태에서는 바로 조치할 수 있지만 시동 중인 차량에 혼유가 되면 엔진을 바꿔야 하는 불상사까지 생길 수 있다. 꼭 엔진경고등이 아니더라도 '주유 중 엔진 정지'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나부터 바로 실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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