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선 재수생' 문재인이 승리한 7가지 이유

[문재인 시대 - 승리 요인] 4년간의 '재수' 준비와 당의 결속으로 1위 방어전 성공

등록|2017.05.10 00:12 수정|2017.05.10 01:21

'당선유력'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정권교체와 국정안정을 이룰 적임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인 5.9 조기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승리한 요인은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권교체 열망과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은 '준비된 대통령'을 내건 문 당선자를 선택했다. 그가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에도 포기하지 않고 4년 동안 끈질기게 준비해온 덕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기회를 만나 재수에 성공한 셈이다.

[대선 재수생] 4년 벼린 권력의지, 안정적 지지율 확보

문 당선자는 18대 대선 이후부터 패배 요인을 차분하게 복기하며 일찌감치 '다음'을 준비해왔다. 2015년 2월 당 대표 선출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그는 당내 분열 사태 속에서도 필리버스터, 총선 승리 등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야권의 유력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문 당선자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에서 20%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야권 1위 자리를 지켰고, 촛불과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30%대로 뛰어올라 차츰 세를 확장해갔다. 박원순·반기문·안희정·황교안·안철수 등 여러 경쟁자들이 나섰지만, 수년간 다져온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당선자가 대선 기간에 확 치고 나가진 못했지만, 지지율이 확 빠진 적도 없었다"라며 "4년 동안 당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아왔기 때문에 반기문·안철수가 치고 올라왔을 때도 문 당선자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준비된 대통령] 원내 제1당 후보로서 국정운영 경험 강조

다양한 정책과 구상을 발표하며 안정감을 강조한 전략 역시 '1위 굳히기'에 힘을 보탰다. 문 당선자는 120석에 달하는 민주당의 인적 역량을 기반으로 총 32건의 공약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 도시재생 뉴딜사업 ▲ 미세먼지 ▲ 보육 등의 다양한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시해 '준비된 지도자'라는 신뢰감을 주었다.

문 당선자 본인도 유세를 다닐 때마다 원내 제1당 소속과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하며 "준비된 문재인이 준비된 민주당과 함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겠다", "대통령 될 준비 끝났다. 국정운영 설계도도 완성했다"라고 거듭 밝혀왔다.

특히 이번 대통령은 국정을 연습하는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그의 '준비된 후보'론은 수개월간의 대통령 공백을 종식시키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충분했다.

실제로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4월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의 선결과제를 가장 잘 해결해 나갈 적임자로 문 당선자가 36.3%를 얻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문 당선자가 오랫동안 정권교체의 대안이자 대표선수로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1위를 빼앗기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정권교체와 동시에 국정의 장기 혼란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국민들이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남 퍼스트] 대세론으로 '전략적 선택' 유도

문 당선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 결속에 공을 들인 점도 승리를 견인했다. 첫 번째가 '호남 퍼스트' 전략이었다. 야권의 본산인 호남에서 표심의 결속을 이루지 못하면 '문재인 대세론'이 전국적으로 힘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본격적인 당내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자마자 지지율 1위 성적표를 들고 호남을 찾아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 유권자들이 대선 때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더해 부인 김정숙씨의 '호남 특보' 활동과 호남 출신 인사들의 캠프 대거 합류로 지역 민심 얻기에 주력한 결과, 민주당의 첫 순회경선지인 호남 경선에서 60.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이 순풍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확장됐다.  

개표 결과에서도 문 당선자는 전북과 전남, 광주에서 경쟁상대인 안 후보를 약 2배의 격차로 누르고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은 문 당선자에게 몰표를 주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내부 결속] 안희정·이재명 끌어안으며 경선후유증 최소화

토밤 마주앉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호프집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초대해 잔을 기울이며 경선기간 쌓인 회포를 풀고 있다. ⓒ 남소연


경선 후에는 당내 결속에 박차를 가하며 후유증 최소화에 주력했다. 초반에는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과 문 당선자의 '양념' 발언으로 적전분열의 위기를 겪었지만, 서둘러 경쟁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지사를 끌어안으며 상처 봉합에 나섰다.

그는 내부 통합을 위해 '원 팀(One Team)',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제시하며 안희정·이재명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적극 포용했다. '비문재인' 진영의 박영선·이종걸 의원을 삼고초려의 노력 끝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안 지사 쪽 기동민 의원을 후보에게 가장 밀착해야 하는 수행팀장으로 썼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총선 당시 탈당·분당 사태 등의 심각한 위기가 있었지만 유연성을 발휘하며 잘 헤쳐나간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큰 패착은 없었기 때문에 방어전에서 잘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당-후보 일체화] 불협화음 단속, '경쟁적 협력관계' 강조

당 중심의 선대위 구성도 내부 결속의 일환이었다. 경선 캠프와 당의 불협화음으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2012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문 당선자는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자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으면 누구라도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8대 대선 때와는 달리 유세 때마다 지역구 현역 의원들을 전부 무대로 올려 소개하는 등 내부 단결에 힘을 쏟았다. 문 당선자의 한 측근은 "후보가 직접 옆에 세워 두고 이름을 불러주니 의원들도 사기가 돋아 더 열심히 선거를 도왔다"라고 말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때는 현수막이 떨어져도 하루 종일 방치된 반면, 이번에는 떨어진 지 30분 만에 원상복구가 됐다"라며 "선대위의 전반적인 업무가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 당이 내분 없이 모두가 하나가 돼서 바쁘게 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라고 귀띔했다.

당내 결속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 추이에서도 드러났다. 문 당선자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85~90% 사이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문 당선자와 비슷한 30%대를 유지하며 정당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후보와 당의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 벌어졌던 2012년 대선과는 확연히 달랐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경기 화성병)은 "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 등 훌륭한 대선후보들이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냈고, 과거 어느 때보다 당과 후보가 혼연일체가 돼 선거운동을 해왔다"라며 "상대적으로 국민들께 안정감과 든든함을 드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집중적 방어전] 네거티브 공세·색깔론에 '초스피드' 대응

문 당선자 측의 적극적인 방어전도 선두 유지에 한몫했다. 지지율 그래프가 확 꺾이는 극적인 상승을 연출해내진 못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번 오른 지지율은 공고하게 지켜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상으로 한때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지지율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최대 위기는 국민의당 경선이 끝나면서 형성된 안철수 후보와의 '양강 구도'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안 양자 가상 대결 시 안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 당선자 측은 곧바로 '김미경 교수 1+1 임용 의혹', '단설유치원 자제 발언 논란' 등을 두고 집중 공세를 퍼부으며 1위 사수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후 안 후보가 'MB 아바타' 발언 등의 자충수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남풍'을 일으키며 '실버크로스(2·3위 간 지지율 역전)'의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홍준표 검증 공세를 강화하며 1·2위 격차를 유지해갔다.

문재인 캠프는 당선자를 겨냥한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격에도 신속하게 조치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대선레이스 중반에 '송민순 문건' 논란이 불거지자 고발 조치 등으로 정면 돌파했고, 문 당선자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두고는 법적 대응과 함께 동료들의 증언을 공개하며 역공했다. 'NLL 논란' 등에 휘말린 지난 대선 때처럼 여권의 프레임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외에도 TV토론 당시 '동성애 반대' 발언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지만 이틀 만에 사과하며 빠르게 수습해 논란의 여파가 길게 가지 않았다.

[보수의 지리멸렬] 정권교체 바라는 '촛불 민심'에 올라탄 측면도

'노란리본 태극기' 든 문재인-이재명문재인 대통령 당선자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과 '노란리본 태극기'를 들고 있다. ⓒ 남소연


다만, 문 당선자의 개인기보다는 외부적인 환경 여건을 주된 승리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정권교체' 프레임이 가장 강력한 투표 동인이었던만큼 제1야당의 주자인 문 당선자가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5자 구도 속에서 보수 표심이 안 후보와 홍 후보로 갈라졌기 때문에 문 당선자가 강력한 견제 없이 무난하게 당선을 확정지은 측면도 있다.

이상일 대표는 "광장에 촛불이 켜지고 탄핵이 추진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야당의 대표주자로서 손쉽게 정권교체론이 올라탄 측면도 있다"라며 "만약 그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무난하게 대세론을 가져갔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권교체 여론이 강력한 다수였는데도 문 당선자의 지지율은 압도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안희정·안철수 등의 대안을 찾는 시도가 끊임없이 발생했다"라며 "정권교체의 기대에 부응할 주자인건 맞지만, 4년 동안 준비한 후보치고는 자력으로 압도적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평가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