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실패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대선 게릴라칼럼] 지지자뿐만 아니라 비지지자도 포용해야
▲ 문재인이 대통령!제19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문재인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탄생하였다. 국민들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갈 선장으로 문재인을 선택한 것이다. 이념 대립과 지역감정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현실이었다.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든지 등장할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그만큼 치열할 선거전이었고,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낸 선거였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대통령은 문재인이고 그를 지지했던, 그렇지 않았던 결과에 따라야 한다. 함께 선전한 모든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문재인의 당선을 축하하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국정을 잘 이끌길 기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 문재인은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을 던졌던 반대편 국민들의 대통령도 돼야 한다. 승자가 먼저 다가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들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도 사실상 대립 양상이 그대로 전개되었던 이유다. 대통령 스스로 패거리를 지어 자신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대통령에 머무르다 보니 반대편의 저항은 거세게 다가온다. 뭘 해도 만만치 않은 반대세력 때문에 국정이 발목을 잡히곤 했던 이유다.
청년실업 등 국내에 산적한 문제는 물론이고 대북문제와 중국을 비롯한 대외 문제에서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하고 최상의 전문가를 내세워야 겨우 접근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때에 패거리 정치로 또다시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결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자신에게 반대했던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은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국정을 공유해야 하고, 그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자신에게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만을 편하게 쓰려고 들지 말고, 반대편 사람도 국정경험이 풍부한 인재는 과감히 자리를 내줘야 한다. 반대편에 있었던 훌륭한 인재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린 마음이 국민적 화합을 이끌어 내고 어려운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았던 진영논리에 갇혀서도 안 된다. 자신의 생각은 항상 옳고, 상대방이 하는 일은 뭐든 반대하는 태도는 또다시 혼란을 자초하게 된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도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고 고치도록 요구해야 하며, 비록 상대방이 하는 일이라도 잘한 것은 칭찬을 하면서 격려해야 한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마저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선거 과정에서야 그렇다고 하지만 이제는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 잡은 마당이다.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어 국정을 수행한다면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편 가르기와 맹목적 지지층 때문이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면서도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차가운 냉소를 보내는 태도를 보여왔다. 심지어는 국가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편을 갈라 반대편에는 지원을 못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더 지원해주는 작태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은 뭘해도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었다. 국가지도자로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굳이 헌법을 읽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라고 요구할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여소 야대의 국회와 맞서야 한다. 힘으로 누를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국회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면서 그들을 설득해 나갈 묘안을 생각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여소 야대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대립되어 있는 구조는 아니다. 여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양당 대립구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려운 현안에 대해서는 미리 협조를 구하면서 설득과 토론을 통해 원만한 협의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도 수긍할 수 있는 고른 인재 등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상대방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극단적인 태도로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과거의 태도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문재인의 발목을 잡았던 패거리와 꼼수가 왜 논란이 되었는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결단을 하고, 그 결단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지라는 명령이다.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는 방법은 절차의 투명성과 결정의 객관성에 있다. 독단적인 의사결정이나 주관적인 태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이유다. 측근들 몇 사람이 밀실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태도, 공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이너서클에 의해서 국정이 운영되고 이권이 분배되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록 선거 과정에서는 자신에게 등을 돌렸지만 먼저 손을 내밀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국정수행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기 마련이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편가르기 자세로 옥신각신하는 국민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태도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 벌써부터 상대 후보나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조롱거리로 삼는다. 비록 문재인 후보가 바라는 사항은 아니지만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국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런 저열한 행동을 멈춰달라고 간곡히 호소해야 한다.
국민 통합 없이는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과거의 리더십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 원만한 국정수행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이나 그 지지자들이 통합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들이 따뜻한 손을 내미는 여유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정책만을 고집하지 말고,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수준 낮은 집단으로 매도하거나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로 폄하하는 방식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서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협량한 태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성공할 수 없음을 각인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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