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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명분 필요... 정유라만 지원하는 건 이상했다"

[이재용 13차 공판] 전 마사회 감독 "독일서 허송세월... 승마계에 '최순실이 실세' 소문"

등록|2017.05.12 15:42 수정|2017.05.12 15:42

▲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2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재센터 지원 의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1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 선수의 승마훈련을 위해 독일에 갔던 관계자 눈에도 삼성의 지원은 이상했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13차 공판을 열어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장애물종목 선수이기도 한 박 전 감독은 최씨 측근 박원오씨로부터 독일 승마훈련 지원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막상 독일 현지에선 어떤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고, 그는 이 기간을 "허송세월"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7~8월, 박원오씨는 박 전 감독에게 연락해 '삼성이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는데, 정유라만 지원하면 언론에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장애물 등 다른 종목도 지원하기로 했다, 박 감독에게도 좋은 기회'라며 독일에 오라고 했다. 앞서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조사 때 자신의 합류를 두고 박씨는 "구색 맞추기"에 빗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2일 법정에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색 맞추기'란 표현의 실체를 두고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한참 설전을 벌였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특혜를 바라고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특검 논리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재판장, 배석판사 할 것 없이 박 전 감독에게 거듭 물었다. 그는 박원오씨와 대화한 게 3년 전이라 기억이 불분명하다는 진술을 유지하면서도 "명분이라는 표현은 썼다"고 했다. 또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한다"는 말도 분명히 들었다고 덧붙였다.

왜 '명분'이 필요했을까. 박 전 감독은 "대기업에서 한 명만 지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좀 이상하다"며 "그래서 전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삼성이 대통령과 친한 최순실에게 무엇인가 부탁했거나 부탁하려고 정유라에게 특혜지원을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진술했다. 다만 12일 법정에선 이 발언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조서가 자신이 진술한 대로 쓰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또 "2014년말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이후 승마계에 최순실이 진짜 실권자란 소문이 돌았고, 2015년 1~2월경 박원오씨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씨의 영향력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는 특검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4월 27일 8차 공판에서 2015년 1월경 최순실씨와 정유라 선수를 다룬 기사 링크가 담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휴대폰 문자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그의 문자에는 왜 정유라 기사가 있었을까). 박 전 감독은 다만 최씨가 영향력이 막강한 '비선실세'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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