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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헌법전문에 넣자고 했더니 '문재인 광주공약' 회의가 끝났다"

[인터뷰] '문재인 호남 대승' 공신, 강기정 전 의원... 정무수석 하마평에 오르기도

등록|2017.05.14 00:01 수정|2017.05.14 15:12

▲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압승을 얻기까지 힘을 보탠 강기정 전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대선기간 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남소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광주·전남 1호 공약으로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날 회의는 '광주·전남 공약은 다 됐네요'라는 말과 함께 바로 마무리됐다."

강기정 전 의원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당사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당시 문재인 캠프가 꾸려졌던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당내 경선 중이었던 당시, 강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광주 공약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날 광주·전남 공약을 대략 확정하는 자리였다. 이개호(국가균형발전특보) 의원, 신정훈(전남선거대책본부장)·김기식(정책특보)·홍종학(정책본부장, 이상 캠프 당시 직책) 전 의원 등 20여 명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공약 초안이 나왔는데, 5.18과 관련된 여러 공약이 있더라. 너무도 소중했지만 대체로 각론이었다. 그래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광주·전남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공약을 내놓은 건 그가 최초였다. 3일 후 경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를 약속했고, 국민의당은 "정략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논평을 냈다. 전날 TV토론에서 불거진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도 이를 통해 점점 수그러들었다.

"지난 해 5.18, 문재인이 '광주 책임져달라' 부탁"

강 전 의원은 "지난 총선 후 독일에 가 있을 때 이 공약을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된 강 의원은 탈당 대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같은 해 7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방문연구원으로 갔다가 지난 1월 귀국한 바 있다.

"독일은 1945년 나치가 망한 뒤 지금까지 나치 잔재를 청산하고, 생활 속에서 나치의 문제를 교육하는 등 새로운 독일 건설과 민주주의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아직도 나치 청산이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5.18 이야기만 나오면 '아직도 5.18이냐'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광주에서 정치했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항상 생각해왔고, 민주주의의 뿌리인 5.18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5.18의 전국화·세계화 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고, '아직도 5.18이냐'는 말도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

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이 공약을 발표한 3월 20일에도, 다시 한 번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러한 생각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광주송정역에서 금호타이어 노조위원장을 만났었는데 그 자리에 배석했었다. 면담을 마치고 기차 시간이 좀 남아 독일에서 했던 고민을 전달했고, 그러면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문 후보 광주유세 나란히 선 강기정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광주송정역에서 집중유세를 시작하기 앞서 강기정 전 의원과 인사한 후 시민들을 향해 돌아서고 있다. ⓒ 남소연


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호남 압승'에 크게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접전을 펼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경쟁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을 두 배 이상 득표율로 따돌렸다(광주 61.6%-30.1%, 전남 59.9%-30.7%, 전북 64.8%-23.8%).

강 전 의원은 지난 해 총선에서 아픔을 겪었음에도 당을 떠나지 않았고, 이번에 캠프 종합상황실장에 이어 선대위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으며 광주와 여의도를 오갔다. 선거 막판에는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에 맞서, 나흘간 광주에서 맞불 뚜벅이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에 무등산 입구에서 뚜벅이 유세를 할 때, 갑자기 한 어르신이 제 앞에 서더라. 그 어르신은 제가 차고 있던 어깨띠를 툭툭 치면서 '강 의원은 배알도 없는가. 문재인이, 민주당이 작년 총선 때 강 의원 잘라블지 않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제가 '그걸 문재인이 했겄습니까. 그때 이해찬이고 누구고 다 잘리고 안합디여'라고 답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좋은 정당이 무엇이고 그 정당에 참여하는 정당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입·탈당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참 안 좋게 보이더라. 지난 해 총선이 끝난 뒤, 5월 18일이었을까. 묘역 참배 후 무등산 밑 자그마한 막걸리집에서 문 대통령, 김경수 의원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광주를 잘 좀 책임져달라'라고 말하더라. 이후 독일에 갔다가 예상보다 빨리 대통령 탄핵이 진행돼, 예정보다 더 일찍 한국에 돌아와 열심히 선거에 임했다."

"정무수석? 아무 것도 모른다"

강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호남 압승을 예상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총선 때도 많은 사람들은 표가 나뉠 거라고 예상했다. 모두가 광주 지역구 8석을 두고 3:5, 4:4를 말할 때, 저는 8:0 아니면 0:8을 말하며 어느 쪽이든 표가 몰릴 걸로 예측했다. 이번에도 우리가 득표율 7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안 전 의원의 마지막 뚜벅이 유세 효과로 60% 정도의 표를 얻은 것 같다. 어쨌든 대단한 승리였다.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 '이야, 호남 참 대단하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기분 좋게 울리기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전략적, 전술적으로 잘 대처한 것은 맞다. 하지만 호남이 전적으로 그것 때문에 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호남은 더 큰 가치에 투표한 것이다. 이걸 (민주당이) 잘못 판단하면 오만에 빠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호남을 찾아 정치쇼가 아닌, 거의 호남 특보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도 호남에 와 때로는 반성, 때로는 다짐, 때로는 약속하며 진정성 있게 다가갔고, 호남 출신 인사도 여러 명 등용했다. 그럼에도 호남이 이러한 전략·전술에 투표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것이 도움은 됐겠지만, 호남은 자신들이 품고 있던 정권교체를 향한 염원에 투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싫어해도 정권교체, 적폐청산,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더 큰 가치에 투표한 것 같다."

▲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압승을 얻기까지 힘을 보탠 강기정 전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대선기간 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남소연


강 전 의원은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을 봐서라도 문 대통령에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문 대통령도 국민의당의 요구가 합리적이라면 가급적 모두 수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스맨(yesman)'이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에 협조하는 것이 진정으로 사는 길이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과 힘을 합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다. 특히 호남에선 지난 해 총선 이후 1년 만에 완전 뒤바뀐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호남은 국민의당을 질책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국민의당을 협력 대상 1순위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당에서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민의 뜻에 맞다면 가급적 다 수용해야 한다. 내각 구성 등 정부의 운영에 있어서도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1 정도 양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통 크게 10 정도를 양보해야 한다."

한편 강 전 의원은 여러 인물과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의 뜻이고, 대통령이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인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무수석과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제안도 받은 바 없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강 전 의원은 현재까지 진행된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 "신선하다는 느낌이다. 인사 대상자 개개인을 떠나 청와대 문화가 모처럼 신선해진 것 같다"라며 "군림하고, 지시하고, 음습했던 청와대에서 열린 청와대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보기 좋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후속 인사도 좋은 사람으로 잘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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