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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재인 정부에게 말한다

청소년이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등록|2017.05.16 09:24 수정|2017.05.16 09:24
청소년에겐 투표권이 없다. 때문에 모든 선거에서 그래왔듯이 이번 19대 대선에서 청소년은 뒷전으로 밀려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기존 성인들은 청소년이 자주적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로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았던 촛불 가운데 청소년은 꽤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청소년만의 시국대회를 열기도 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거리로 쏟아졌다. 이제 청소년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청소년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투표권과 관련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청소년들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비록 19대 대선에선 투표할 수 없었으나 청소년은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자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계속 깨어있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것을 청소년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한 번 들어보고자 한다.

"내 꿈을 맘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익명을 요청한 고등학교 2학년 18살 박 양은 작곡가 지망생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전진하고 있는 그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멋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청소년이다. 실용음악학과에 가기 위해 어릴 적부터 음악학원에 다니며 자신만의 꿈을 키워온 그지만 항상 벽에 부딪히곤 했다고 한다. 편견이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어른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네가 무슨 작곡이냐?"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박 양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알게 모르게 무시 당하는 이유에는 청소년이라는 신분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박 양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며 "나라가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 내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이라는 신분과 더불어 정유라의 특혜 입학을 보며 그가 느꼈을 불안감과 허탈감은 대한민국 모든 청소년이 느낀 것과 동일했을 것이다. 박 양은 이어 문재인 후보의 당선 소식을 듣고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이후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박 양에게 물었던 마지막 질문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였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인상적이었다. 박 양은 "청소년은 무시받고 차별받는 풍토가 아직 많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이를 개선하고 어른과 청소년이 조화롭게 살며 청소년이 꿈을 마음껏 펼치며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박 양은 확고한 자신만의 꿈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청소년이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을 겪은 적이 많았다. 그 속에서 박 양은 국가에 대한 분노를 느끼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그런 풍토가 문재인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다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강 군(18, 부천시)은 청소년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있었다. 청소년 참정권을 강하게 주장한 그는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도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 참정권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은 참정권을 얻어내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만 18세 참정권을 위한 수많은 청소년 집회도 개최된 바 있으며 지난 2월 임시국회에도 상정되는 등 진전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9대 대선에서 청소년이 투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청소년 참정권 관련 발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강 군은 문재인 정부가 청소년 투표권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만 18세 참정권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월 국회에서는 무산되긴 했지만 강 군의 바람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이다. "참정권 연령을 낮추어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밝힌 그는 청소년 투표권에 대하여 상당히 강한 염원을 보였다.

강 군은 이에 덧붙혀 "문재인 정부가 청소년 참정권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박근혜와 같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9년 동안 정부의 행태를 보며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보이는 듯 했다.

'사회의 숨은 영웅이 대접받는 나라'

소방관을 희망진로로 삼고있는 박 군(18)은 정유라 특혜 입학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모두가 고생 끝에 힘들게 대학에 입학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님 뒷바라지로 손쉽게 대학에 진학한 이런 사회 현실을 보면서 크게 분노했고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한 그는 소방관이란 직업 역시 많은 사람들이 소방관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유라처럼 어떤 사람은 손쉽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가운데는 소방관과 관련된 부분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관련 공약 중에서 '치안, 소방, 의료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명시한 바가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해온 편이다. 박 군은 이 점을 언급하며 "그간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젠 소방관도 다른 공무원들과 같이 대우도 많이 받고 상황이 많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어 상당히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한계란 없다. 저마다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래의 '영웅'을 꿈꾸는 이가 있다. 이런 미래의 영웅이 대접받는 그런 사회, 청소년은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다!

요새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면 '이게 나라다!'라고 쓴 댓글들이 많다. 그렇다. 이제야 나라가 나라다운 꼴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노동자, 성 소수자,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은 아직도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은 아직 소외되었다.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도 없고, 참정권도 없으며 미래의 꿈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문 대통령이 청소년들에게도 부디 "이게 나라다!"를 외치게 할 수 있는 진짜 대통령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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