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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권 등장", 도쿄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일본 도쿄 한인회 사무실에서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열려... 100여 명 참여

등록|2017.05.19 09:43 수정|2017.05.19 09:43
"오늘 아침에 그거 봤어? 한국에서 한 거."
"이야. 대통령 연설 정말 감동적이더라."

18일 일본 도쿄 한인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온 참가자들의 화제는 단연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기념사를 종이로 뽑아와 들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기념사 장면을 다시 보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의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도쿄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 지난해의 두배 이상 되는 100여명이 모였다.

▲ 도쿄 재일한국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예전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 박철현


사회를 맡은 도쿄민주포럼 양동준 박사는 "매년 조금씩 늘긴 했지만, 별다른 홍보도 안 했는데 갑작스레 이렇게나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며 "내년부턴 진짜 큰 곳을 빌리든지 해야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자정에 공항에 가야한다는 홍인섭씨는 아예 캐리어백을 들고 왔고, 한국에서 오늘 도착했다는 유영현씨는 집보다 먼저 기념식장을 찾았을 정도다.

작년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결국 관뒀다는 유씨는 "사업을 하고 있어 솔직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 박근혜가 무슨 짓을 할 줄 모르지 않느냐"라며 "올해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에도 넣겠다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 아무 거리낌없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 도쿄 재일한국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가자들이 향을 올리고 단체로 묵념하고 있다. ⓒ 박철현


이날 기념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김달범 민주포럼 대표는 "문 후보가 당선되는 날 한국에 다녀왔는데 분위기가 달랐다"며 "5.18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하자는 진짜배기 정권이 등장했다. 주위의 숱한 이상한 시선을 받아가면서도 이 기념식을 계속 해 온 것이 비로소 보상받는 기분이다. 진심으로 감개무량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옥순 한인회 명예회장도 기념사에서 "굳이 제 생각을 뭘 빼고 보태고 하겠는가? 그냥 문재인 대통령님의 오늘 명연설을 못 들으신 분들도 있을 테니 그것을 읽는 걸로 제 인사를 대신하겠다"며 10여분간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래서일까.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목소리는 그 여느 때보다 우렁찼다. 매년 느껴왔던 비장함과 우울함은, 이날 행사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열어둔 창문너머로 전해져 오는 따스한 저녁 봄바람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멜로디에 맞춰 도쿄 하늘로 퍼져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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