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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 과정의 문제점과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 10년

[주장] 제2공항과 강정해군기지는 제주가 극복해야 할 과거의 유산

등록|2017.05.26 17:57 수정|2017.05.26 17:57

▲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 제주도민일보


2015년 말, 국토부는 '제주 공항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용역' 결과 성산읍 온평리를 중심으로 한 일대를 제주 제2공항부지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로 1년 반 동안 해당 공항부지와 소음피해 지역에 해당되는 지역 주민들은 주민동의 절차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공항부지 선정을 백지화하라면서 반대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국토부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공항건설게 박차를 가하고 있고, 최근 기본계획수립 용역도 안된 상태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발주했다. 특히 국토부는 과업지시서에서 그동안 논란을 의식한 듯 입지타당성 검토도 포함하고, 안개 일수 등 기상 문제와 천연동굴 등 현황조사도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군기지 문제와 오름 절취 문제는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잘못된 첫 단추는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된 '제주 공항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의 완벽한 부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2012년, 제주도가 발주하고 국토연구원에서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 연구' 용역에서는 "제주공항의 위치가 달라질 경우 제주도내 공간구조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존 공항 확장대안이 유리할 것으로 검토"된다고 제시됐다. 그러나 2015년에 국토부가 발주한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기존 공항확장방안에 대한 설명이 단 두 페이지에 불과해 기존공항확장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객관적이고도 형평성 있게 비교 검토하는 부분이 빠져 있어 객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했다. 용역진 스스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기존공항확장안과 제2공항 신설의 장단점을 비교검토 하지 않아 도민들이 판단할 객관적 기준 자체가 없다.

더군다나 용역진이 인용하는 기존공항 확장론은 2012년 1차 제주도의뢰 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 기존 공항확장안 4개의 대안 중 예산이 가장 많고 활주로 간의 이격거리가 가장 긴 4안만을 선택했고 또 이것마저 당시의 계획안대로가 아니라 용역진이 새로이 작성한 계획과 예산방법에 의해 사업비가 4조 원 이상이 더 추가된 전혀 새로운 안이었다. 기존 공항확장안을 완벽히 왜곡, 새로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확장안인 것이었다.

사전타당성 용역진은 왜 이러한 자의적인 안을 만들어 냈냐는 질문에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기존 공항 확장안이 현실성이 없어 새롭게 작성했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그 판단을 왜 용역진 스스로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용역 과업 지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물론, 과거에 전혀 언급된 바 없는 기존 공항확장안을 용역진이 만들어 내 제시한 것이라 조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즉 제2공항의 확정을 전제로 기존 공항확장안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의혹은 천연동굴조사 문제와 오름 절취 문제로 이어지면 더욱 확산된다.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진은 용역보고서 말미에 최적입지 선정 사유를 언급하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및 곶자왈과의 중첩이 없으며, 관리보전지역(경관, 생태계, 지하수자원)과 훼손을 최소화하고 산재된 용암동굴과도 중첩되지 않음'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수산동굴위치와 사업부지와의 거리를 제대로 제시하지도 못하는 점 등을 이상하게 여겨 성산읍제2공항반대대책위가 용역진에게 용역보고서에서는 동굴 관련 조사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동굴조사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용역진의 대표연구자는 동굴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더욱이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용역' 결과에 의하면 공항법에 의거하여 비행기 이착륙에 필요한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활주로 인근의 장애물 저촉 여부를 검토한 결과 대수산봉과 대왕산, 낭끼오름 등을 비롯한 주변 오름 10개를 절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세계자연유산이니 유네스코 3관왕이니 하며 떠드는 와중에 일출봉 맞은 편 동부오름군락의 오름을 10개나 없애야만 공항이 들어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선회접근 경로를 이동하여 오름 저촉여부를 최소화한다 하더라도 대수산봉을 40미터 이상 절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와 제주도는 오름절취는 없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진은 활주로 안전비행에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장애물 저촉여부를 항공법의 기초적인 데이터에 의거해 조사결과를 내놨는데 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진은 당시에 이러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정은 당초 사전타당성검토 용역 당시 정석비행장을 제2공항 후보지에서 제외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오름 훼손을 지목했다. 실제로 원희룡 지사는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주의 오름이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이 오름 절취 문제를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진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하나는 오름 절취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해 고의로 보고서에 누락시킨 조작 의혹이다. 반대로 오름 절취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는 완전한 무능 용역이다. 둘 다 어느 쪽의 결론이 나더라도 완벽한 부실 용역이라는 문제제기에는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이 외에 정석비행장의 안개일수 조작과 소음측정 관련 평가점수의 배정 부실 등 수많은 부실용역의 증거들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제2공항을 거론하며 남부탐색구조부대라는 명칭의 공군기지를 제2공항 부지에 같이 들어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실상 제2공항이 공군기지와 겸용하는 공항이란 것이 밝혀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제주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주민들의 부실용역 검증과 전면재검토 요구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공항건설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추진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입지선정의 문제점을 뒤로 하고서라도 주민들의 동의절차를 국가는 폭력으로 밀어붙였고 남은 것은 찬반으로 나뉘어 지금도 서먹하게 지내는 마을공동체의 파괴와 씻을 수 없는 국가폭력의 상처와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해군의 34억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 철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기회는 평등하게 해야 과정은 공정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결과는 정의롭게 된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부터 주민들의 동의와 수용성 여부를 철저히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시작된 제주해군기지와 제주제2공항 건설 사업은 어느면에서 보나 동일한 얼굴로 다가오는 괴물같은 국책사업일 뿐이다.

지금 성산읍 지역주민들과 제주도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작을 투명하게, 과정을 공정하게 원점에서부터 다시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작에서부터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국책사업도 주민과 함께해야 진정한 국가안보사업이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동의하고 인정하는 국책사업이야말로 진정한 국책사업이다. 설촌 800년이 넘는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고 이주시키는 폭력적인 국책사업은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문상빈님은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입니다.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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