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생리통으로 응급실행... 여전히 요원한 '생리공결제'

타 질환과 형평성 논란 등으로 실시 쉽지 않아... 부작용 부각하는 건 옳지 않아

등록|2017.05.30 17:36 수정|2017.05.30 17:36

▲ 통증 ⓒ pixabay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견뎌야 할 날이 있습니다. 여자들만 아는 고통인 '생리통' 때문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리통은 많은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지난 2006년 교육부가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리공결제(생리로 인한 결석을 수업일수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시행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도입한 취지와 달리 악용, 남용 문제와 남학생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으로 인해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아예 폐지해버린 사례가 많습니다.

생리공결제는 여학생의 신체적 차이를 보호해주는 제도이므로 여대 내에서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생리공결제 실시 대학, 성신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

지난 2006년 성신여대는 '생리공결제'를 요구하는 붉은 현수막을 내걸었고 그 결과, 현재 학기에 3회, 한 달에 한번 온라인을 통해 신청이 가능합니다.

덕성여대는 2013년 2학기부터 시행했으며 신청방식에 불편을 느낀 학우들이 많아 2015년 5월부터 이용 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교내 건강증진센터에서 진료 시 진료확인서를 받고,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진료 2~3일 이후 온라인으로 확인서를 개별 출력하면 됩니다.

동덕여대는 총학생회의 공약으로 나왔던 생리공결제 시행이 확정되어 2017년 2학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학칙개정 요청서를 학사지원팀에 보냈고 두 번의 면담을 가진 후 확정됐다고 합니다. 학기당 최대 4회(월 1회) 신청이 가능하며,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직전 신청일 기준으로 15일 경과 후 차기 공결신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동덕여대에서 생리공결제가 시행되면, 서울 소재 4년제 여대 중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여대만이 생리공결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인데요. 세 대학교 중 서울여대는 지난 2014년에도 생리공결제 논의가 있었습니다(참고로 저는 서울여대 학생입니다).

당시 서울여대 총학생회 '님과 함께'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생리공결제 시행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해 1차 간담회를 여름에 진행했고, 더 추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총학생회, 학생지원팀, 학사지원팀이 모여 2차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총학생회는 간담회에 앞서 생리공결제의 필요성, 학우들의 의견을 담은 설문조사, 진행방안 등을 함께 정리해서 학교의사결정기구에 전달한 후 안건으로 상정해 회의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찬성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생리공결제는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교무처에 따르면,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서울여대는 3일 이상 입원한 경우 결강확인사유서를 발급해 줍니다. 생리공결제가 시행되면, 생리로 인한 결강사유서는 허락해 주는 데 반해 하루나 이틀 입원한 학생들의 결강사유서는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불이익일 수 있습니다. 

또, 생리 질환 이외의 감기, 심한 복통 등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해선 결강 인정을 허용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생리통으로 인해 빠지는 것인지 아닌지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등 신체적인 정보파악이 힘든 것도 문제였다고 합니다.

생리통 때문에 실려가기도... 왜 공결제 실시 어려울까

더불어, 생리통이 심한 학생들의 경우는 치료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생리공결제만으로 해결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과 생리통은 개인차에 따라 그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생리공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과 출결에 있어 동일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에 최종 무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생리공결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다음은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에 재학중인 학우와의 인터뷰입니다.

Q. 평소 생리통이 어떤지?
A. 정말 심하다. 약에 내성이 생겨서 기본 4~6알 넘게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프다.

Q. 병원 진료는 받아보았는지?
A. 병원에서는 신체상 문제는 없다고 했고, 병원 측의 권유로 정상체중까지 몸무게를 늘려보기도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Q. 생리통으로 인해 수업시간에 힘들었던 적은?
A. 누워있어도, 어떻게 해도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데 그 상태로 수업을 갈 때 너무 힘든 적이 많았고, 수업 가서 엎드려 있어도 힘들다. 약 먹고 혼미해진 상태로 있으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있던 적도 많다. 또 아파서 지각한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진통제 처방이기 때문에 출결부분에 있어 고생한 적이 많았다.

Q. 생리공결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샌드위치 휴일 때 악용하는 사람들은 못됐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실시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리 때문에 아픈 걸 교수님한테 말하는 것도 민감한 문제고 절차도 까다로운데, 생리공결제를 실시하는 의미를 생각해 학생들의 상황을 배려해줄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많은 학우들이 생리통 때문에 약을 먹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 기절을 하거나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학우들을 대상으로 생리공결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입니다.(2017.5.18~5.24, 서울여대 교내학우들 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함, 단톡방 등 온라인 설문조사)

▲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 ⓒ 정예지


설문 결과,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반대를 하는 입장은 역시나 악용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지금도 늦잠을 자서 지각하거나 결석한 경우 병원에 가서 허위진단서를 떼는 학생도 있는데 생리공결제를 시행한다면 악용이 더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또, 제대로 된 체계가 없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리공결제를 실시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능사일까요.

▲ 설문조사 ⓒ 정예지


학우들이 부작용 대책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결석횟수를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에 하루, 한 학기에 2회~6회, 출석일수의 1/3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진단서나 의사소견서를 제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인차가 있어 비용면에서도 그렇고 병원에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도 많았습니다. 추가 과제로 대체한다, 한 강의당 사용할 수 있는 횟수 제한하자는 등의 제안도 있었습니다.

▲ 생리공결제 시범운영 ⓒ 정예지


악용 우려도 있지만... 여성에게 꼭 필요한 제도

최근 여러 대학에서 악용을 막기 위해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는 텀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여성의 생리문제를 확인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이므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바람직한 문화 캠페인의 토대를 가지고 생리공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작용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리공결제를 실시하는 본래의 취지를 생각해 아플 권리를 잃어버린 학생들의 입장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리공결제는 학칙을 개정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기 때문에, 대학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에서 접점을 찾아 6개월~1년 정도 시범운영을 해본 뒤 개정에 대해서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실제로, 96% 이상의 학생들이 시범운영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지금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는 점을 고려해 다시 제대로 운영될 때 시범운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리공결제'는 다른 학교가 시행하고 있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제도이므로 학우들이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올바른 양심이 선도된다면, 바람직한 생리공결제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