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종헌
▲ ⓒ 이종헌
▲ ⓒ 이종헌
우화 하나
한 사나이가 열심히 소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벌써 몇 시간째인지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사내의 카메라를 들여다 보며 물었습니다. "카메라에 온통 소나무가 가득한데 무엇 때문에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오?" 사내는 나그네의 얼굴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 나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셔터를 눌러대며 말했습니다.
소나무 전체를 담으려고 하니 나무의 세밀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고, 반대로 세밀한 것에 집착하다 보니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자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설령 천년송의 모습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는다 한들 그것이 어찌 천년송의 참된 모습이겠습니까. 어쩌다 비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날이면 천년송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데 그 또한 천년송의 참된 모습은 아니니 어찌 잠깐 동안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나무 아래 앉아 술이나 한 잔 하는 것만 못합니다. 사나이가 그 말을 옳게 여겨 카메라를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니 나그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천년송 가지만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천년송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에 있습니다. 높이가 대략 20미터에 이르며 가슴높이 둘레는 6미터,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미터에 달합니다. 지리산 뱀사골 상류 명선봉으로부터 뻗어나온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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