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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보자? 자유한국당의 '무검증' 질문 세례

이완영 토스→정우택 공격, '서훈 논문 표절' 주장 사실 아냐

등록|2017.05.30 21:33 수정|2017.05.30 21:33

서훈 청문위원 정우택 원내대표29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서 후보자의 답변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검증에 나선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되레 검증되지 않는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진행된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우택 : 2007년 12월 동국대 학술지에 2008년 동국대에서 받은 북한의 선군외교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게재한 적이 있나. (중략) 만약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판단하기에 표절이다.

서훈 : 제 기억으론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게재한 게 아니라 부분을 게재했다. (중략) 지도교수와 충분히 논의해서 진행한 것이다.

정 의원이 문제 삼은 논문은 2008년 2월 서 후보자가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쓴 박사학위논문(<북한의 선군외교 연구-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이다. 논문의 분량은 383쪽에 달한다.

앞서 서 후보자는 동명의 논문 요약본(45쪽 분량)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학술지인 <북한학연구>(제3권 제2호, 2007년 12월)에 게재했는데, 정 의원은 이를 표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동국대 관계자는 29일 "동국대는 박사학위 논문 취득에 앞서 학술재단 등재지에 소논문 1편 이상을 내게 돼 있다"라며 "그런데 이 소논문이 박사학위논문에 기반이 되는 것이거나, 요약본이어도 표절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학계의 관행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소논문은 박사학위논문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쓰이는 것인지 사전에 학계에 알리는 성격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요약본 끝에는 "본 논문은 박사학위논문 요약문임"이라고 적혀 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007년 12월 <북한학연구>에 게재한 45쪽 분량의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 논문.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8년 2월 서 후보자가 동명의 박사학위논문(383쪽 분량)을 제출한 것을 두고 표절이라고 주장하는데, 45쪽 분량의 논문에는 "본 논문은 박사학위논문 요약문임"이라고 적혀 있다. ⓒ 소중한


정우택 "이완영이 준 내용", 이완영 "정우택이 질의한 것"

관련 분야 연구자인 한 국립대 교수도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학위논문은 퍼블리케이션(출판물),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컬리피케이션(자격심사)의 영역이다"라며 "둘 다 논문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같은 종류 같지만, 두 논문은 별개의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의 사례처럼) 박사학위논문과 학술지에 실린 요약본이 일부 겹치는 것은 현재 학문 영역에선 표절 문제로 보지 않는다"라며 "서 후보자 사례에 표절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9일 청문회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가 제기한 의혹은 맞는 이야기인데, 이완영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이 의원에게 물어보면 된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30일 "내가 준비한 게 아니다. 정 의원이 질의한 거잖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동국대 측에선 표절이 아니라고 한다"라고 묻자 "자기표절이다. (더) 이야기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가운데)과 이완영 의원(왼쪽), 정우택 원내대표가 29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 후보자의 답변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앞서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은 검증되지 않은 '문자제보'를 근거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진 바 있다(관련기사 : 한국당, 검증 안 된 '문자제보'로 이낙연 공격).

정 의원은 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보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저도) 확신하지 못한다"라며 사실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자 아내의 미술전과 관련해) 합리적 의심과 국민적 의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혹시 후보자가 인격적 모독을 느꼈다면 죄송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이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다"라며 "제보의 신빙성이 상당히 위험하다. 제보를 조금 엄선해주길 바란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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