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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만 좋았던 신태용호, 준비된 포르투갈에 완패

[FIFA U-20 월드컵 16강] 한국 1-3 포르투갈

등록|2017.05.31 08:42 수정|2017.05.31 08:42

▲ 지난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이승우가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대가 컸기에 스무 살 언저리의 축구 유망주들은 더 괴로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막내 공격수 조영욱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전반전에 내놓은 전술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끝나고 나서 더 큰 후회가 밀려왔다. 그들에게 주어진 열흘은 야속할 정도로 짧은 기간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가 1-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전반전, 중원을 내준 4-4-2 포메이션

▲ 지난 30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 1-3으로 패한 한국 신태용 감독이 이승우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열흘 전 이 대회 개막에 맞춰 신태용호는 전주성을 뜨겁게 만들었다. 기니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3-0으로 신나게 이겼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이어진 아르헨티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여 2-1로 이겼다. 이 정도면 16강-8강 목표는 물론 마음 속으로 결승전 무대까지 그려볼 만한 기세였다.

하지만 축구는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포르투갈 선수들이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잠비아와 코스타리카 틈바구니에서 C조 2위의 성적을 내고 16강에 올라온 포르투갈을 비교적 쉬운 상대라고 속단한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신태용호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준비했던 것이다.

FC 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 이승우'를 수비하는 요령부터 역습에 취약한 측면 공략법에 이르기까지 포르투갈은 신태용호를 너무나 잘 알고 날카롭게 대응했다.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히베이루가 왼쪽 측면 공격 가담을 통해 낮게 크로스한 공을 향해 달려든 샤다스가 침착하게 왼발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한국의 가운데 미드필드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것이 이 선취골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례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내밀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유효 슛조차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의 수비 조직력을 허물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에 포르투갈은 27분에 또 하나의 측면 역습을 통해 결정적인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나온 크로스가 우리 풀백 윤종규의 등에 맞고 흐른 공을 브루누 코스타가 달려들어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다.

어이없는 크로스 이후 내린 결단은 너무 늦었다

전반전 유효 슛 기록 '0'도 모자라 0-2로 끌려가는 경기 흐름 그대로 후반전을 시작한 신태용호는 54분과 56분에 풀백 우찬양, 미드필더 이상헌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4-3-3 포메이션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주요 공격 루트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해법은 아니었다.

바로 직전까지 이유현과 윤종규의 측면 크로스가 어이없게도 상대 골문 뒤 먼 곳에 떨어졌다. 상대 팀 풀백이 전반전에 나란히 날카로운 크로스로 귀중한 2골을 만들어낸 것에 비하면 클래스의 차이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포메이션의 변화만으로 경기력 전반의 격차를 만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선수들의 의식도 불안했다. 변화를 직접 주도하라고 바꿔 들여보낸 우찬양은 들어가자마자 거친 태클로 안드레스 쿠냐(우루과이)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곧바로 수비의 핵 정태욱도 오른쪽 측면에서 무리하게 몸싸움을 전개하다가 경고를 받는 바람에 자기 자신은 물론 수비 조직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 지난 30일 오후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이상헌(16번)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고 해서 한꺼번에 2골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야 할 상황이었다. 상대에게 충분히 위협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결정적인 직접 프리킥 기회도 두 차례(61분, 64분)나 있었지만 백승호와 이상헌이 각각 오른발로 감아찬 공은 포르투갈 골문 안으로 날아들지 못했다.

선취골의 주인공 샤다스는 69분에 흔들리는 한국 수비수들을 상대로 침착한 왼발 드리블 및 마무리 슛 기술을 자랑하며 점수판을 3-0까지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런데 한국은 72분에 이르러서야 이상헌의 측면 패스를 받은 이승우가 첫 번째 유효 슛을 기록했으니 신태용호는 너무 늦게서야 포르투갈의 골문이 보인 셈이었다. 겨우 81분에 우찬양의 연결을 받은 이상헌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감각적인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신태용 감독은 곧바로 백승호를 빼고 센터백 이정문을 들여보낸 뒤, 수비수로 활약하던 정태욱을 맨 앞까지 끌어올려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아보고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 또한 포르투갈이 예상할 수 있는 부분 전술이었다. 거기서 떨어지는 세컨드 볼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신태용호는 여전히 소득이 없었다.

이처럼 축구는 '때 늦은 후회의 스포츠'다. 전반전 중간 쯤 지날 무렵 4-4-2 포메이션이 철저하게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점수판이 0-2로 변한 다음이었고, 후반전 결정적인 크로스와 프리킥 기회가 각각 두 차례나 있었지만 분명히 유효 슛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토너먼트는 날것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그 회한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다만 20살 언저리에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 더 크고 중요한 시험대가 놓였을 때 이것과 비슷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FIFA U-20 월드컵 16강 결과(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

★ 한국 1-3 포르투갈 [득점 : 이상헌(81분,도움-우찬양) / 샤다스(9분, 도움-히베이루), 브루누 코스타(27분), 샤다스(69분)]

◎ 한국 선수들
FW : 하승운(56분↔이상헌), 조영욱
MF : 이승우, 이진현, 이승모, 백승호(82분↔이정문)
DF : 윤종규,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54분↔우찬양)
GK : 송범근

★ 베네수엘라 1-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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