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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학교는 대자보를 자유롭게 붙일 수 없을까?

서울여대, 8천 학우와 게시판 1개

등록|2017.06.02 18:21 수정|2017.06.02 21:47
서울여대 4학년 김수정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여자대학교에선 학생이 게시판에 게시물(대자보)을 붙이려면 각 게시판마다 지정된 관리팀의 검인을 받는 게시물 허가절차가 필수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게시물을 부착할 수 있는 게시판은  후문 부근의 '아고라 게시판' 딱 1개뿐이다. 서울여대의 학생 수는 총 8745명(2014년 기준)으로, 8천 학우에게 자유롭게 허가된 게시판은 오직 1곳인 것이다.

대자보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검인의 여부

"어, 어제 있던 대자보 없어졌네."
"그러게. 근데 그거 검인 없더라."
누군가 정성을 들여 꾹꾹 눌러썼을 그 글씨, 한 학우의 의견이 하루아침 사라진다. 검인 도장을 안 받았다는 것만으로, 사라진 대자보에 대한 논란은 종결되기 충분했다. 검인의 유무는 누군가의 외침을 묵살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기도 했다. 서울여대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그중 여전히 강하게 물음표로 남아있는 것은 "대자보가 붙거나 떼어지면 그 내용보다 '대자보의 검인 유무'가 공론화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점차 나도 그 분위기에 무뎌져 갔다.

총장님은 대자보를 정해진 게시판에 붙이라고 하셨다

이번 학기 기숙사 식당에서 서울여대 전혜정 총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전 총장에게 왜 검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게시판이 아닌 다른 곳에 붙은 대자보를 학교에서 떼어가는지 물어봤다. 전 총장은 "의견을 내는 것은 자유고,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게시판이 있는데 왜 다른 곳에 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언어를 막겠다는 게 아니라, 질서의 문제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대자보를 벽에 청테이프나 양면테이프로 붙이면 벽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 기념관의 훼손된 벽 모습 ⓒ 김수정


이 대자보를 게시판에 붙이고 싶어요

서울여대 <교내 게시물 관리 규정>에 의하면 게시판 이외의 벽면 등에 검인되지 않은 대자보의 부착은 불가능하다. 만약 게시판에 승인을 받지 않고 게시했다면 그 대자보는 철거된다. 그렇다면 학교가 제시하는 모든 절차를 따르고서 내가 원하는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 기념관 1층 게시판에 붙어있는 게시판 사용 수칙 ⓒ 김수정


나는 대자보를 붙일 곳으로 50주년 기념관(아래 기념관) 1층 게시판을 떠올렸다. 이곳은 교양수업이 가장 많은 곳이라 학생들이 많이 올 수밖에 없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게시판을 볼 수 있는 장소다. 게다가 카페, 빵집, 식당, 매점과 교직원 식당이 있어 학내 구성원 또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19일, 3장의 대자보를 A3 사이즈로 프린트해 학생지원팀에 갔다. 학생지원팀장이 없어서 승인을 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21일, 다시 찾아갔다. 팀장은 없었다. 23일 5시에 팀장님과 만나겠단 약속을 잡고 어렵게 팀장님을 만났다.

"대자보를 붙이고 싶은 장소가 꼭 그 게시판이어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누리관 2층에 위치한 학생지원팀. ⓒ 김수정


팀장님을 처음 뵙자마자 인사를 드렸는데, 인사를 끊으시고 무슨 학과, 몇 학번, 이름이 뭐냐고 대뜸 물으셨다. 당황했지만 말씀드리고, 대자보에 대한 검인을 부탁드렸다. "이 대자보를 기념관 1층 게시판에 붙이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학생지원팀)의 대전제는 외부 게시물이라든지, 학내 부서들 것, 혹은 규칙으로 끌고 가야 할(것을 담은) 게시물들을 (검인) 해 드리는 거예요."

"지금 이 내용으로 봐서 이건 게시물의 승인을 해줄 수 없어요. 우리가 게시물을 허가해줄 수 있는 조건이 학생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고요."

"사회대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현재 총학생회가 없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아래 비대위) 게시판 등에도 이렇게 (문의할 수) 있어요."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고 싶다는 곳이 꼭 공용 게시판(기념관 1층 게시판) 이어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되네요."

▲ 50주년 기념관 1층 모습.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 1개(노란색 체크 표시)가 전부다. ⓒ 김수정


통제받는 표현의 자유

사실상 게시판의 자유로운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위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기념관 1층 내부에는 게시판이 1개밖에 없다. 하나뿐인 그 게시판은 공용 게시판이다.(학생지원팀의 검인이 필요하다) 그곳에 붙이지 못하면 다른 게시판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결국 기념관 1층엔 대자보를 붙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굳이 공용 게시판에 붙이고 싶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한 것에 숨이 막혔다. 물론 다른 건물, 다른 게시판들도 있다. 하지만 기념관 1층이 내 게시물을 공론화시키기 좋은 장소라고 판단해 그렇게 말씀드린 건데, 서로의 의견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만 맴돌았다.

다른 학교는 어떨까

얼마나 다를까. 타 학교의 게시판 분위기는 어떤지 비교/대조하기 위해 대자보로 유명한 서강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살펴봤다. 세 학교를 선정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일단 서강대는 서울여대와 학생 수가 비슷하다. (서울여대 학생 수 8745명-2014년 기준, 서강대 학생 수 8377명-2013년 기준) 학생 수가 비슷한 학교에서 게시판 문화와 개수를 비교하기 좋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또한 얼마 전 육군 동성애자 색출 사건 후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로 화제가 됐었다.

고대는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한국 사회 전체를 들썩였다. 이화여자대학교는 같은 여자대학이고, 작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때 대자보로 주목을 받았다.

각 학교마다 특정 건물을 1~2개로 정해 게시판을 살펴봤다. 건물을 고르는 기준은 (1) 학생들이 교양수업을 수강하러 제일 많이 오는 곳, (2) 매점이나 식당, 카페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서강대는 김대건관, 이대는 학관과 학생문화관, 고대는 굳이 건물을 정하지 않았다. 대신 고대 정경대 후문이라는 '게시판 길'을 확인했다. 각각 외부 게시판은 몇 개인지, 내부 게시판은 몇 개인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각 대학 학생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서강대 "검인은 필요 없습니다. 대자보는 그냥 자율적으로 붙이는 거예요"

▲ 서강대학교 김대건관(K관)을 가는 길에 위치한 외부 게시판 ⓒ 김수정


서강대학교에서 가장 교양수업이 많다는 김대건관(K관)을 가는 길에 마주친 외부 게시판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크기도 클뿐 아니라 대자보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만 보던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였다. 붙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글씨가 바래져 있었다. 학교의 검인 도장은 없었다. 학생들이 손수 쓴, 다른 조그마한 게시물들도 많았다.

▲ 육군 동성애자 색출 사건 후 서강대학교 김대건관(K관) 앞 외부 게시판에 붙은 "나도 잡아가라"대자보. 4월 19일 경에 붙었다는데, 내가 방문한 5월 15일에도 붙어 있었다. ⓒ 김수정


김대건관 1층(3층-공식 명칭은 3층이지만, 서강대 정문을 따라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층을 1층으로 간주했다)에 들어서자 강의실을 기점으로 양옆에 게시판이 2~3개씩 있었다. 대략 17개 정도였다. 내가 갔을 땐 1층 내부에 대자보는 없었지만 학생들의 손때 묻은 다양한 게시물들이 붙어있었다.

▲ 서강대학교 김대건관(K관) 1층(3층) 내부 모습. 강의실 문 양옆으로 게시판들이 있다. ⓒ 김수정


서강대학교 학사지원팀 팀장에게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교의 검인을 받아야 하나"라고 묻자 그는 "허락받지 않아도 됩니다. 대자보는 그냥 자율적으로 붙이는 거예요. 원래 게시판에 게시물들을 붙이려면 부착 가능 스티커를 배부하는데, 대자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혹시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들을 시간이 지나면 떼기도 하시는지"라는 물음엔 "대자보를 학교에서 떼는 경우는 없어요. 작성자가 자체 수거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그 위에 학생들이 또 다른 게시물(대자보)을 붙이거나 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정하상관 1층 학생 휴게실 게시판. 대자보들이 켜켜이 붙어있다. ⓒ 김수정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대자보 위에 대자보를 붙인다는 게 이해가 갔다. 서강대 정하상관 1층(4층 공식 명칭은 4층이지만, 평지인 길을 따라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층을 1층으로 간주했다) 학생 휴게실 게시판에는 지난해 11월 대자보가 아직 붙어있었다. 그 옆으로는 또 다른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있었다. 대자보 층은 꽤나 두툼했다.

고려대 "대자보는 떼지 않습니다"

고대는 특정 건물을 정하지 않았다. 대자보로 유명한 게시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대자보 핫 플(Hot Place의 줄임말)'이라 불리는 정경대 후문의 게시판이다. '고대는 정경대 후문에 게시판이 몇 개'라고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 길을 따라 쭉 게시판이 있는 형태였다. 학생들은 그곳에 대자보든 게시물이든 자유롭게 붙였다.

학교의 공식 입장은 어떨까. 고려대학교 학생지원부 부장에게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생지원부의 검인이 있어야 하나"고 물어봤다.

"아니다. 허락 맡을 필요 없고 학생 자율에 맡긴다. 다만 정규 게시판(건물 벽 등)이 아닌 경우와 상업적 게시물인 경우 떼어질 수 있다. 대자보는 떼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화여대 "검인 절차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자보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붙입니다"

▲ 이화여자대학교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다양한 형태의 자보들 ⓒ 김수정


이대는 게시판과 게시 문화가 가장 활발했다. 방문했을 당시 퀴어 관련 자보들이 많이 붙어있었다. 학관은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꽉 찬 건물이었는데, 하나의 강의실을 기점으로 좌, 우 총 4개씩 붙어있었다. 게시판으로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너무 많아서 게시판 수를 세다가 포기했다. 강의실 문을 제외하면 모든 벽이 게시판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지원팀은 "게시판마다 지정 관리팀이 있다. 게시물과 대자보는 모두 검인을 받고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자보를 검인 받고 붙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붙인다. 우리가 가끔 정리하긴 한다"라고 밝혔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학관에서 게시물을 붙이고 있던 학우에게 "이 게시판엔 대자보를 학교 검인 없이 붙여도 되나"라고 묻자 "승인 필요하긴 한데, 그냥 붙여요. 솔직히 대자보를 왜... 떼면 다시 붙이면 되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게시물 부착시 청테이프를 권장하는 이대 동아리연합회. 전투적이고 멋졌다. ⓒ 김수정


서강대와 고대는 검인이 없다고 해도, 이대는 서울여대와 같이 검인 절차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대 학생들이 대자보를 자유롭게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뭐였을까.

서울여대엔 게시판 자체가 많지 않다

세 학교 모두 공통점은 게시판이 각 건물마다 외부와 내부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건물마다 외부엔 최소 2개의 게시판이 있고, 내부도 최소 2개에서 벽 전체가 게시판인 경우도 있었다.

3개의 학교들을 살펴본 뒤 다시 서울여대로 왔다. 그런데 왠지 휑하게 느껴졌다. 게시판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 이화여자대학교 학관 강의실 복도 모습. 강의실 문 양옆으로 게시판들이 있다. ⓒ 김수정


▲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 기념관 강의실 복도 모습. 위 이대의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 김수정


위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서울여대는 게시물 검인을 떠나 게시물을 붙일 공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여겨졌다. 직접 서울여대를 돌며 건물마다 게시판 수를 셌다. 서울여대 건물마다 외부 게시판,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할 때의 야외 게시판, 건물 내부(1층만 집계)의 게시판들이 몇 개인지 살펴봤다. 아래는 서울여대 게시판 수를 정리한 표다.

▲ 서울여자대학교 건물 표 ⓒ 김수정


또한 서강대학교를 게시판 개수 대조 학교로 선택했다. 이대가 세 학교 중 유일하게 서울여대와 같은 검인 절차가 있어 이대를 대조해보고 싶었지만, 총학생수 차이가 컸다. (이대 학생 수 : 2만 5395명-2014년 기준)

따라서 학생 수가 비슷한 서강대(서울여대 학생 수 8745명-2014년 기준, 서강대 학생 수 8377명-2013년 기준)를 게시판 개수 대조 학교로 삼았다. 아래는 서강대 건물마다 게시판 수를 정리한 표다. 서강대 모든 건물의 게시판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주요 건물들은 살펴봤다. 서울여대 게시판 조사 기준과 마찬가지로 내부 게시판 개수는 1층만 파악했다.

▲ 서강대학교 건물 표 ⓒ 김수정


교양 수업 건물 내부 게시판 한 층 서강대 17개, 서울여대 1개

게시판 개수로 게시 문화를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럼에도 내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서울여대는 게시물을 부착할 게시판이 충분한가"이다. 서울여대 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울여대의 건물 외부 게시판 수이다. 인문사회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0이다. 내부 게시판들도 다 지정 관리 팀이 있는 게시판들이다. 주로 외부 홍보 포스터나 학내 행사 홍보 게시물만 붙는다.

▲ 서울여대 게시판마다 붙어있는 게시판 사용 회칙. 사진은 인문대학 학생회 게시판이다. ⓒ 김수정


두 학교를 비교하기 위해 게시판을 세는 과정에서 발견한 차이점은 게시판의 소속이었다. 서울여대는 모든 게시판마다 그 게시판이 어느 팀, 과, 부서의 게시판인지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또한 각 게시판마다 "○○대 / ○○팀 / ○○부서 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게시물은 부착할 수 없습니다"라는 사용 회칙이 작게 적혀있었다.

▲ 자유게시판 형태의 서강대학교 게시판 ⓒ 김수정


반면 서강대는 자유게시판의 형태가 더 많았다. 몇몇 게시판은 어느 팀, 과, 부서의 게시판이라고 지정되어 있었지만, 서울여대처럼 게시판 사용 회칙은 없었다.

위 표에 나타난 건물 중 그 성격이 유사한 건물 하나만 대조해봤다. 표의 가장 첫 번째에 위치한 서울여대의 50주년 기념관(이하 기념관)과 서강대의 김대건관(이하 K관)이 그 비교 대상이다. 두 건물 모두 교양수업이 몰려있는 건물이고, 정문에서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강대 K관 1층(3층)의 게시판은 17개 였고, 서울여대 기념관의 1층 게시판은 1개였다. 서울여대의 게시판 수는 확연히 적다.

좀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기념관과 K관의 층 특성을 고려해 비교해봤다. 서강대 K관 1층(3층)은 강의실 층이다. 하지만 서울여대 기념관의 1층은 강의실 층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서울여대 기념관의 강의실 층은 4층부터 시작이다. 따라서 4층으로 비교해봤다.

희망을 갖고 기념관 4층을 쭉 돌아봤다. 게시판은 1개뿐이었다. 자유게시판도 아닌 취업경력개발팀의 게시판이었다(일반 학생은 절대 게시물을 부착할 수 없다). 4층의 특성(강의실)을 고려해 비교해도 17개와 1개는 양적으로 차이가 난다.

▲ 서강대학교 K관 강의실 층 ⓒ 김수정


▲ 서울여자대학교 기념관 강의실 층 ⓒ 김수정


서울여대에서 대자보-게시판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항상 논점이 '검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서울여대는 게시판이 양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서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게

서울여대엔 '아고라 게시판'이 1개 있다. 바롬인성교육관 건물에서 후문으로 통하는 길에 위치해 있다. 1개라고 너무 섭섭할 필요는 없다. 그곳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게시물이든 대자보든 부착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학생들과 총학생회의 요구에 의해 학교가 내어준 공간이다. 단, 단점이 있다. 이 게시판을 따라 걷는 길은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다.

▲ 왼쪽 노란색 박스가 "아고라 게시판". 오른쪽은 아고라 게시판 전체 모습. 2개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 김수정


근데 아고라 게시판은 이용수칙도 있다. 자유롭게 부착하라고 있는 공간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모양이다.

▲ 서울여대 아고라 게시판 이용수칙 ⓒ 김수정


가장 눈에 들어오는 수칙 번호는 2번, 3번이다.
"게시일을 기입하지 않으면 보호해 드릴 수 없다."
"게시일로부터 10일까지만 부착해야 한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허락받은 것에 더해, 이용규칙 또한 꼭 지켜야 한다.

▲ 서울여자대학교 기념관 4층 복도 모습.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 김수정


오직 1개의 게시판이 8천여 명의 학우에게 허락됐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학교가 정해준 그곳에서만 묵묵히, 규칙을 지키며, 자유롭게 대자보나 게시물을 붙이면 된다. 이 모든 상황에 만족한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면, "게시판에 게시물을 붙여라"고 일관하는 학교에게 반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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