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는 섬 '진달이'로 밀월여행을
한 번의 발길로 두 개의 섬을 만난다... '새우의 고장' 영광 낙월도
▲ 영광 낙월도 해안 트래킹 길. 해안으로 난 길을 따라 상낙월도와 하낙월도 두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 이돈삼
영광 낙월도(落月島)가 해양수산부의 어촌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내년부터 5년 동안 국비와 군비 100억 원을 투입, 지중해의 휴양지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명품 휴양섬으로 조성된다.
흰색과 푸른색으로 마을 담장과 지붕을 칠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한다. 해안 방파제와 구조물에는 벽화를 그린다. 작은 천문대를 세우고, 사계절 꽃밭도 조성한다. 야간 경관 조명도 설치해 차별화된 휴양의 섬으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 하낙월도에서 본 상낙월도 풍경. 하낙월도와 상낙월도가 다리로 연결돼 있다. ⓒ 이돈삼
▲ 하낙월도의 외양마지 풍경.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바위 해안이다. ⓒ 이돈삼
그 낙월도로 간다. 낙월도는 같은 면에 속하는 안마도, 송이도보다 작은 섬이지만 낙월면의 소재지다. 면적이 128만㎡.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구분되는데, 두 섬이 다리(진월교)로 연결돼 있다. 달이 지는 섬이라고 '진달이 섬'이라 불렸다.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운명이 다할 무렵의 이야기다. 백제의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했다가 항로를 잃고 헤맸다. 그때 달이 섬 뒤로 졌다고 '진달이'라 했다는 설이다.
다른 얘기도 전해진다. 법성포에서 보면, 이 섬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이 바다로 달이 떨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섬의 생김새가 지는 달처럼 생겼다고 '진달이'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여하튼 달과 연관되는 낭만적인 섬이다.
▲ 상낙월도 포구에서 햇볕에 말려지고 있는 새우. 낙월도 인근 바다에서 잡은 것이다. ⓒ 이돈삼
배를 타고 가서 낙월도에 내리면 새우와 관련된 표지석이 보인다. 상낙월도에도, 하낙월도에도 새우의 고장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잡은 새우로 5월에 담근 오젓과 6월에 담는 육젓, 겨울에 맛볼 수 있는 동젓은 임금에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말린 새우를 군수품으로 징발당하기도 했다.
새우잡이가 번성했을 때는 낙월도와 임자도를 중심으로 근해에서 잡은 젓새우가 우리나라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다. 섬도, 바다도 흥청거리면서 낙월도를 먹여 살렸다. 그때 낙월도의 인구가 5000여 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300여 명이 살고 있다.
그 새우를 잡았던 배가 멍텅구리 배다. 낙월도 사람들의 애증이 서린 배다. 엔진도, 돛도, 노도 없는 목선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동력선이 바다로 끌고 나가 닻을 내렸다. 그리고 몇날 며칠, 길게는 몇 달까지 조업을 했다. 하여, 새우잡이 배에 팔려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과장 섞인 말도 있었다.
이 배는 조류의 변화가 많은 바다에 그물을 쳐놓고,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새우를 잡았다. 그물이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또 오랫동안 내려놓은 닻이 녹슬지 않도록 나무로 만든 대형 닻을 사용했다. 이 배가 포구로 돌아오면, 배 안 가득 돈을 싣고 온다고 '돈배'로도 불렸다.
▲ 새우잡이 나갔다가 상낙월도 포구로 들어오는 배. 그 주변을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따라오고 있다. ⓒ 이돈삼
▲ 태풍 셀마에 희생된 선원들을 위로하는 위령비. 상낙월도 포구에서 가까운 월암정 옆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이 멍텅구리배는 지금 다 사라지고 없다. 대형 사고가 계기였다. 1987년 태풍 셀마가 낙월도를 덮쳤다. 그때 이 배 12척이 침몰하고 선원 53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있었다. 주민들은 잘못된 기상예보 탓이라고 믿고 있다.
그 사고 이후 멍텅구리배의 안전과 선원들의 인권문제가 제기되면서 1995년부터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고 다 없앴다. 지금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앞에 1척이 전시용으로 남았을 뿐이다.
멍텅구리배가 사라지면서 번성했던 낙월도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인구도 부쩍부쩍 줄었다. 태풍 셀마에 희생된 선원들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상낙월도 포구에서 가까운 월암정 옆에 세워져 있다.
▲ 새우잡이 선원들이 상낙월도 포구에서 잡아온 새우를 선별하고 있다. 그 주변을 갈매기들이 맴돌고 있다. ⓒ 이돈삼
멍텅구리배를 대체한 새우잡이 배가 닻배와 팔랑개비배다. 닻배는 긴 자망을 이용해 물때에 따라 새우를 잡는다. 팔랑개비배는 멍텅구리배의 그물과 비슷한 정치망을 새우가 많은 곳에 설치해 잡는다.
낙월도에서 이 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 배가 있다. 포구에서 어부들이 새우와 잡어를 분리하고, 크기별로 고르면서 먹을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갈매기 군단을 끌고 오는 배도 틀림없이 새우를 잡아오는 배다.
▲ 낙월도 주변 바다에서 잡은 새우들. 새우와 함께 여러 종류의 고기가 섞여 있다. ⓒ 이돈삼
▲ 상낙월도의 후박나무 숲. 후박나무 여러 그루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새우잡이 배가 들고나는 낙월도 포구에서는 배를 정박시켜 놓고 새우 선별작업을 하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햇볕에 말려지는 새우도 많이 보인다. 포구에는 수석을 전시해 놓은 작은 화단이 조성돼 있다. 수석도 그냥 돌이 아닌, 검은빛으로 다양한 무늬를 띄는 묵석(墨石)이다.
낙월도가 이 묵석의 산지다. 오래 전에는 방문객들에 의해 육지로 많이 반출됐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낙월도 여기저기에서 묵석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석으로 아예 벽을 올리고 담장을 쌓은 집도 있다.
낙월도를 돌아보는 트레킹 길도 잘 조성돼 있다. '진달이 섬' 낙월도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하낙월도의 일부 구간만 다소 오르내릴 뿐, 전반적으로 완만하고 순하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 낙월도 해안 트래킹 길. 섬의 해안을 따라 상낙월도와 하낙월도 두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 이돈삼
면사무소와 파출소, 보건지소가 있는 상낙월도 길은 포구에서 달바위, 몽돌로 이뤄진 재계미해변, 후박나무가 숲을 이룬 땅재, 큰갈마골해수욕장, 바위 두 개가 솟아있는 쌍복바위를 돌아 포구로 이어진다.
하낙월도는 포구에서 전망이 좋은 장버래쉼터를 거쳐 작은골, 당너매, 할미골, 외양마지로 이어진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서 두 코스를 다 밟으면,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2∼3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은 하낙월도의 외양마지다.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바위 해안이다. 여기서 보면 외양마지와 상·하낙월도를 이어주는 진월교, 상낙월도가 함께 어우러진다. 그 풍광이 멋스럽다.
▲ 하낙월도에서 만난 초분. 벼농사를 짓지 않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초분이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 하낙월도 외양마지 풍경. 큰 바위가 어디선가 굴러온 것처럼 바위와 바위 사이에 걸려 있다. ⓒ 이돈삼
하낙월도 포구에서 장버래 쉼터로 가는 길에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초분도 볼 수 있다. 겉모습으로 봤을 때 초분을 한 지 2∼3년 된 것으로 보인다. 낙월도는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 볏짚도 나오지 않는다. 낙월도 밖에서 볏짚을 구해 와 초분을 쓴 것으로 보인다.
간조 때에는 낙월도 뒤쪽 해상에 100㏊ 정도의 넓은 모래등(풀등, 맛등)이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 풍경을 산책길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물때를 맞추면 배를 타고 모래등으로 들어가서 맛조개도 직접 잡아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낙월도가 정말 멋진 섬이라는 걸, 정겹고 낭만적인 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섬도 예쁘고 호젓하다. 아직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밀월여행하기에 좋은 섬이다.
▲ 새우잡이 배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 무리들. 영광 낙월도 포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이돈삼
▲ 낙월도행 배를 타는 향화도항에 세워진 칠산타워. 높이 111미터의 전망 타워다. ⓒ 이돈삼
낙월도에는 음식점이 따로 없다. 하낙월도에 있는 민박집 두 곳에서 예약을 받아 밥을 해준다. 갖가지 생선에다 음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잔칫상 같다. 낙월도로 오가는 길에 들러볼만한 데도 있다. 낙월도행 배를 타는 향화도에 칠산타워가 있다. 높이 111m의 타워에 올라가면 무안 도리포는 물론 칠산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향화도가 속한 염산면은 한국 기독교의 최대 순교지로 꼽힌다. 전 교인의 3/4이 순교한 염산교회가 설도항에 있다. 교회마당에 순교공원도 조성돼 있다. 전 교인 65명이 순교한 야월교회는 염산면 야월리에 있다. 작은 교회치고, 기념관이 알차게 만들어져 있다.
▲ 영광 설도항에 세워진 기독교인 순교탑. 염산교회와 야월교회가 있는 영광군 염산면은 한국 기독교의 최대 순교지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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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항에서 배를 탄다. 낙월도로 가는 배가 오전 7시 30분, 10시 30분, 오후 3시 30분 세 차례 출발한다. 낙월도까지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승선요금은 편도 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