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어깨 깨물던 아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보 엄마 육아일기] 나쁜 훈육법

등록|2017.06.02 11:14 수정|2017.07.31 15:13

부모를 닮는 아이나쁜 훈육 대물림하지 말아야한다. ⓒ Pixabay


낯선 사람과 내 속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공통 관심사인 '육아'를 위해 용기를 내서 유치원에서 하는 부모 소모임에 신청하게 됐다.

부모 소모임의 첫 주제는 아이 교육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부모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 아이에 대해서 교육받으러 온 거 아닌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아이는 부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내 성격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생각하니 납득이 갔다.

먼저 부모 자신을 알기 

나의 성격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간단하게 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부수적인 질문들이 있었다. '내가 아는 나'와 '모르는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을 알기'였다.

'모르는 나'라고 하니, 아이를 훈육하다보면 나도 내 자신이 이해가 안 가는 경우들이 떠올랐다.

밥을 안 먹는다고, 잠을 늦게 잔다고, 높은 곳에 올라가 위험하다고 호통을 치며 혼을 냈던 내 모습들이 기억났다.

난 사회생활을 하거나 지인들과 관계에 있어선 순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 성격이 온순하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난 항상 강자의 입장에서 아랫사람에게 지시를 내리는 갑이 되어있었다. 왜 유난히 아이에게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부터 지르게 될까.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들어!"

이 말을 참 잘도 하게 된다.

가장 후회됐던 순간은 키즈카페 앞에 앉아 과자 먹겠단 아이를 억지로 끌고 와 차에 태웠던 것이다. 내가 화났던 이유는 '과자까지 사다줬으니 넌 내 말을 들어야지. 집에 가서 과자 먹어도 되잖아.'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서 주차장까지 갔다.

아이는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원망스러움을 내 어깨를 무는 것으로 표출했다. 있는 힘껏 무는 게 너무 아파서 하지 말라했지만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래서 아이 등짝을 때렸다. 그제야 아파서 '앙' 울면서 놓아주었다.

키즈카페에서 주차장까지 지옥같은 길을 걸어서 차에 올라타니 난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아이 윗옷을 올려 등을 만져보았다. 빨간 등을 보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바보같이 애처럼 엉엉 소리 내면서 우니 아이도 따라 울었다. 아이와 즐겁게 놀러와놓곤 순식간에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고작 몇 분이었을 텐데. 과자 한 봉지 먹는 시간을 그냥 기다려줬으면 될 걸. 아이가 그러고 싶어 하면 큰 문제가 아닌 이상 차분히 따라줄걸. 뒤늦게 제정신이 차려졌다. 이천 원짜리 과자 한 봉지와 내 이기심으로 아이를 때리다니.

나쁜 훈육법 물려주지 말아야

그 다음 생각할 질문인 '나는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나'를 들을 때 마음이 저릿했다.
내가 부모님께 받아온 훈육법이 좋았던 나쁘던 아이에게 모두 영향이 가는 걸 나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대부분 그렇듯 우리 집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큰소리와 회초리로 자라왔다.

어릴 때 기억 중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정말 별거 아닌 순간이었다. 슈퍼에서 아빠가 원하는 딸기맛이 아닌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골랐다고 혼이 났던 기억이다. 왜 내가 원하는 걸 먹지 못하고 아빠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건지 화가 나고 분했다.

당시 아빠의 입장도 내가 아이에게 강요했던 마음과 비슷했을 거라 생각된다. 아빠 입장에서는 '내가 사주는 거고, 초콜릿보다는 생과일이 건강에 좋다'고 여겨서 내게 강요했을 거라고.    

최악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내가 아이에게 비슷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지독히도 싫었던 부모님의 훈계를 나도 아이에게 똑같이 하고 있을 때면 내 자신이 소름끼칠 때가 있다. 그것이 나쁘단 걸 알고 내가 고통 받았던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면서도 욱하며 불쑥 튀어나왔다.  

오랜 시간 몸에 베인 습관같은 것이기에 쉽게 바뀔 순 없지만 나빴던 훈육법들은 되도록 아이에게 대물림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디 그것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heehanstory)에도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