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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가 '쪼개기 근로계약'을?

인권위, 동일·지속 업무에 매년 단기간 근로자 채용 논란

등록|2017.06.02 18:22 수정|2017.06.02 18:22

▲ 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 채용공고 게시판 갈무리. ⓒ 장주성


국가인권위원회가 상시·동일 업무에 대해 해마다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5년간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모니터링 ▲이주인권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인권체험·전시관 관리 ▲노인인권 모니터링 ▲아동인권 모니터링 등의 업무에 대해 코디네이터를 매년 새로 채용했다. 계약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0개월이었으며, 서울과 지역 인권사무소를 합쳐 약 20명의 코디네이터를 한 해 동안 채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채용된 코디네이터들은 매년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 모니터링 담당 코디네이터 모집 공고문을 살펴본 결과, 모든 공고문이 담당 업무의 내용을 '장애인 차별 예방 모니터링 관련 업무(모니터링단 관리 및 지원, 결과 통계 처리 등)'라고 지속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권위의 채용 실태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의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어 발생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쪼개기 계약'이란 퇴직금 지급 또는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 근로기간이 2년을 넘지 않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현행 법령상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사용자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인권위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 아냐"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의 고용형태 전환)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서 코디네이터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은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권위가 코디네이터를 포함한 내부 비정규직 문제에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놓고 보면 정책 검토 등을 통해 수차례 개선 권고를 한 바 있으나, 내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의 경우 예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인권상담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사례처럼 코디네이터도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권상담원의 경우 담당 업무가 위원회의 고유 업무임과 동시에 상시·지속 업무이므로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했다"면서 "코디네이터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경우에도 위원회의 일상적 업무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결정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인권위가 내부에서는 저임금·고용불안 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면서 "인권위는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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