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 청소년들과 또래들이 함께한 벽화그리기
성남준법지원센터, 광주시 탄벌교 아래 벽화 사업 진행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들 ⓒ 박정훈
분주하다.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와중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시선들이 다리 아래 벽에 꽂힌다. 위대한 작품을 그리는 듯 많은 학생들의 손길이 오롯히 벽에 칠해진다. 따뜻한 햇살 속 형형색색의 페인트에 정성 가득한 마음들이 담겼다. 여러 나이대의 학생들의 어울려 그려가는 벽화의 모습은 오후가 되자 서서히 구도를 잡아갔다.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들. 웃음이 멈추지 않으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 ⓒ 박정훈
지난 1~2일 법무부 성남준법지원센터(소장 이정민)는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서 탄벌교 주변에 벽화를 그리며 셉테드 사업을 했다. 셉테드(CPTED)란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으로, 환경개선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취약 지역 벽화그리기, 게릴라 가드닝(잘 관리되지 않는 땅에 정원을 가꾸는 활동), 범죄예방캠페인, 보안등·CCTV 설치하는 사업을 말한다.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 디자인을 한 표세희 디자인융합학과 학생 ⓒ 박정훈
"디자인 컨셉은 활기차고 시원하게 여름 배경으로 했어요. 송정동이어서 시목으로 은행나무를 넣고 까치(광주시 상징새)도 넣었어요. 준비하면서 디자인을 해야 되니까 머리를 많이 썼어요.(웃음)"
이번 벽화를 디자인한 표세희 학생은 방긋 웃었다. 표 학생은 "힘들지만 학우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며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 직접 뽑혀서 하니까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말하는 내내 밝은 미소를 보여준 표 학생은 자신은 "이 지역이 아닌 서울 양천구에 산다"면서 "벽화로 남는 작품이니까 지나가는 시민 분들이 볼 때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8살이에요. 그전에 좀 예민했었는데 그게 좀 가라앉았어요. 같이 한 학생 분들이 선입견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서 좋았어요."
이날 벽화 작업에 참여한 또 다른 청소년인 A 학생은 말했다. 그는 두 눈을 연신 깜박이며 벽화를 그리며 마음이 정화되가는 느낌을 진지하게 전했다. 현재 보호관찰 중인 A학생은 친구들과 싸움에 휘말려 보호관찰을 받게 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학생은 "지금은 진짜 후회 많이 하고 있다"며 "(자신처럼) 유혹에 처한 학생들이 있다면 후회할 행동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발적 봉사활동 개념 잡힌 요즘학생들, 너무 이쁘고 자랑스러워"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들과 이경아 교수 ⓒ 박정훈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우리 과 학생이 160여명인데 자발적으로 (봉사활동)하고 싶은 사람 모집하니까 70여 명이 나왔어요. 요즘에는 봉사활동에 대한 개념이 중·고등학생 때부터 쌓여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른 부분이 있죠. (옛날처럼) 동원한다던지 그런 일이 없어도 충분히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가 바뀐 것 같아요."
"준비과정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동서울대 학생들을 인솔한 이경아 디자인융합학과 학과장은 말했다. 이 교수는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굉장히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자유롭게 놀고 떠들면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들 스스로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하고 있어서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제자들"이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들. ⓒ 박정훈
이번 벽화 작업의 테마는 동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공모작품으로 "행복한 마을, 함께 하는 동네"다. 동서울대학교 대학생 봉사자와 지역아동, 보호관찰대상 청소년이 한 팀을 이뤄 벽화를 그림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이번 벽화그리기 사업은 광주시민이 많이 이용하지만 낙서와 쓰레기 투척이 많아 범죄 위험성이 높은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 장소로 선정하고, 화단조성, 벽화그리기, 벤치 설치 등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을 위해 6개 단체가 힘을 합쳐 진행했다.
범죄예방 위해 진행된 벽화그리기. 지역주민 위한 휴식공간 되길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 그림그리는 것에 몰입한 모습 ⓒ 박정훈
"처음에 시작할 때는 페인트만 있으면 될 줄 알았어요."
성남준법지원센터 김영식 과장은 멋쩍은 듯 웃었다. 그는 간단할 것이라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막상 해보니 여러 부분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그간의 쉽지 않은 과정들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학생봉사자들과 시의 지원으로 막상 결과물이 나타나면서 "힘들었지만 주민들 휴식공간이 조성된 것 같아 기쁘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또한, "예년과 달리 보호관찰청소년들과 함께해서 더 의미가 있는 듯하다"며 "광주뿐만 아니라 성남쪽 달동네도 계획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들. 학생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 ⓒ 박정훈
"저도 딸만 둘 키우지만 사실 자녀들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이죠. 우리 학생들이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도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대화를 나눠보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될 테고 문제점들을 발견되면 고쳐질 수 있어요. 그런데 관심 없이 무관심으로 그냥 두면 그런데서 문제들이 조금씩 커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 그동안 보호관찰청소년들을 겪으며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다른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심을 가져주면 소통과 대화가 가능해 아이들 비행의 길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을 전했다.
▲ 지난 1일 송정동 탄벌교 주변을 셉테드 사업으로 벽화그리기에 나선 동서울대 디자인융합학과 학생들. ⓒ 박정훈
한편, 그동안 행사를 준비한 김경진 주임은 "여기가 되고 어둡고 쓰레기가 많이 방치됐던 곳인데 이곳을 개선해서 범죄를 예방하고자 시작하게 됐다"며 "지역아동, 보호관찰청소년, 사회봉사명령대상자, 대학생들. 지역 법사랑위원들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셉테드 사업은 법무부 성남준법지원센터가 기획 및 주관하고, 동서울대학교가 벽화 시안 및 도색 작업, 노루페인트가 페인트 후원, 광주시, 법무부 법사랑 광주지구협의회·농협 광주시지부 등의 참여로 지난 1~2일 양일간 벽화 페인트 작업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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