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재인 대통령을 '흔드는' 세력이 있다

문재인 1번가의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대책'에 반대하는 원자력계

등록|2017.06.04 14:43 수정|2017.06.04 17:41
문재인 대통령, 당선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탈핵 공약을 위한 최소한의 단기적인 조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가 시급하다.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항소로 계속 운영 중이다. 또한 신고리 5·6호기에는 건설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폐쇄되는 고리 1호기의 폐쇄일, 6월 18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적인 이날에 탈핵 공약의 첫 번째 조치가 발표되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원자력계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이익 감소 우려하는 원자력계... 문재인 공약을 흔들다

▲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지진 무대책인 정부를 규탄하고 핵발전소 중단을 촉구했다. ⓒ 권우성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공약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 '탈원전, 친환경의 대체 에너지 정책'이었다. 특히 이 공약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1호기 폐쇄와 같이 구체적인 계획이 적시돼 있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위한 100대 국정과제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5월 말부터 원자력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 공약을 두고 국정기획위원회와 청와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원자력공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 230여 명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노조가 각각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기에 한 경제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이 파기됐다는 보도를 내보내 논란을 부추겼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보라고 해명하면서 "에너지 관련 공약에 대해 차질없이 이행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명령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이 역시 오보라면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부산과 울산·경남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약 이행을 위한 산업부 업무 보고를 받는 시기에 원자력계와 경제지가 한바탕 불러일으킨 오보 해프닝은 이익이 줄어들까 두려워하는 원자력 이익 공유체들의 반란과 같다.

원전이 줄어들면 원자력공학자들 연구비용도 줄어들고 학생도 줄어들 것이다. 원전이 줄어들면 한국수력원자력(주) 직원도 줄어들고 승진은 정체될 것이다. 큰 광고주인 원전 건설사와 한수원이 언론사에 뿌리는 돈도 줄어들 것이다.

원전 이익을 나눠 가지던 이들의 몰염치

▲ 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가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폐쇄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민규


원자력 공학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주)가 원전을 가동해서 얻는 이익을 공유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원전가동으로 생산된 전기 1kWh 당 얼마의 돈을 책정해 연간 수천억 원의 원자력연구기금을 조성, 원자력 공학자들이 속한 대학과 원자력학회·원자력연구원에 연구 명목으로 돈을 배분한다.

10조 원가량의 영업 이익을 남기는 한전으로부터 두둑한 정산금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주)는 1000억~2000억 원의 원자력연구개발 자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원자력 관련 대학들에게 연구 명목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배분한다. 원자력 관련 학과만이 아니라 인문학 관련 학과에도 지원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 230명의 성명을 이끈 주최단체들 중에서 주관을 맡은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2016년 11월 4일에 출범했는데 한수원으로부터 3년간 약 7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7~8일에는 '원자력 지속성 강화 및 탈핵 대응 워크숍' 같은 행사를 열면서 원자력 산업의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 워크숍에서 ▲ 원자력 정책 관련 워크숍·세미나 등 대국민 활동 확대 ▲ SNS 및 각종 매체를 통한 원자력 정보 확산 ▲ 사실에 입각하고 유용한 원자력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오해에 의한 불안 해소 기여 등 원자력 바로 알리기 활동에 적극 나서기 등을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역할로 제시했다. '연구'보다는 '홍보'에 방점이 찍힌 행동이다.

원전 관련 기술 연구를 위해 쓰인다고 책정된 국민 세금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 안전은 최저 수준이다. 원전 수출의 주력 모델이라는 APR1400은 다른 나라들의 같은 제3세대 원전 노형과 비교해서 중대사고 대처설비가 부족해 유럽 입찰 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원전 설계가 국내용과 수출용이 다른 것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노후원전을 수시로 또는 10년마다 점검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기술기준을 비교해서 원전설비를 업그레이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는 물론 과거 기술 기준과 비교도 이뤄지지 않았다. 40년 전 기술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 가동하고 있다.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40년의 원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기술 기준 하나 없어서 미국과 캐나다 기술기준 준용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의 기준들이다. 그것도 바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 10년 이상 뒤처진 것들도 있다.

도대체 연간 수천억 원씩 책정된 연구개발 비용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더구나 연구자와 납품업체, 용역업체, 한수원과 규제기관 그리고 그들 퇴직자들이 뒤엉켜 약자인 비정규직을 억압하고 원전안전을 방기하면서 돈잔치 하는 현장은 차마 목도하기 어려울 정도다.

원자력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에서 자행된 위법 행위는 또 어떠한가. 핵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소각하고, 방출하고,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방사능 방출 경보가 울리는 경보기를 끄고, 수치를 조작했다. 이들이 다름 아닌 이런 원자력공학자들이었다. 원자력학회를 비롯한 이들 단체들은 이에 대한 어떤 반성적인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한수원 노조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원전 현장에서 정작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들은 방사능 피폭을 가장 적게 받는 이들이다. 한수원 정규직 대신 방사능 피폭에 더 노출되면서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왔지만 정규직 급여의 1/3도 못 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해고될 때 한수원 노조는 무엇을 했을까.

원자력계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광고성 기사, 광고성 영상을 내보내온 신문과 방송은 또 어떠한가. 사실상 기사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2012~2013년까지 원자력문화재단의 신문협찬기사 실태자료를 보면 신문 기고의 경우 건당 30만~45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돈을 받고 지면을 할애해주는 식이다.

<조선일보>가 2012년 4월 20일 자에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를 내보냈는데 원자력문화재단은 이 신문사에 5500만 원을 협찬했다. <조선일보>의 천병태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는 1100만 원이었다. 그런데 협찬했다는 표시는 없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12~2013년 홍보차원에서 14개 신문사에 3억6000만 원을 썼다.

2010년 4월 KBS 교양 프로그램 1대100에서는 한수원 직원 92명이 출연했다. 원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문제가 출제됐다. 한수원은 이 프로그램에 4억 원을 협찬했다. SBS 생활경제, EBS 다큐프라임, YTN, MBN 원자력 특집 등에도 5억여 원이 쓰였다(관련 기사 : <미디어오늘>, 신문과 방송의 '원전사랑', 돈 때문이었다).

원전을 둘러싼 이익 공유체들이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까 염려하면서 행동에 나선 것은 무척 노골적이고 염치 없는 행동이다. 이를 비중있게 다루는 언론사 역시 균형감각을 잃었다.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중단... 시민들이 다시 나서야

▲ 경주 월성원전 1~4호기 전경 ⓒ 이철재


월성 1호기는 내진설계 보강도 불가능한 중수로 원전이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규모 6.5 이상 지진이 나면 월성원전의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냐고 했을 때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 압력관의 5%가 파손되는 확률"이라고 답했다. 원전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답을 하면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월성 1호기를 수명연장할 때 최신 기술 기준과 비교하는 안전성 평가도 하지 않았고, 일부는 40년 전 기술기준을 그냥 유지했다. 현재 안전성 평가로는 지진 나고 화재가 일어났을 때 내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법부가 '위법한 수명연장 허가'라고 판결내린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계속 운영 중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 곳에 9번째, 10번째 원전 건설 허가를 받은 원전으로 지난해 6월 말에 공사에 들어갔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미국은 상당수 부지에 원전이 1기 밖에 없지만 한 부지 2기, 3기 원전이 동시에 가동되는 경우에 대해서 다수호기 동시 사고를 우려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우리는 9번째, 10번째 원전 건설허가를 내면서 이런 평가는 물론 연구조차 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후에 한수원이 그제서야 자체적으로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 방법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30k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법적 조항도 자의적으로 평가해서 4km로 축소했다. 반경 30km 이내에 인구 400여만 명이 살고 있는데도 인구 밀집지역 거리 제한 규정에 문제없다는 것이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원전 밀집·인구 밀집 지역에 원전사고 시 확산 시뮬레이션도 없고 대피 시뮬레이션도 없어서 대피 시나리오도 없다. 사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대피하는 시나리오가 가능이나 한지 모르겠다.

탈핵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 요구는, 공익을 위한 주장이다. 탈핵 운동을 한다고, 탈핵 주장을 한다고 어디서 돈이 나오는 게 아니다. 시민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자신의 비용을 내어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일념에서의 행동이다.

원전을 아예 없애는 것에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원자력공학자들의 연구비, 한수원 직원들의 일자리,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 일자리, 원전 건설로 피해 본 주민들의 구제 방안도 논의 의제로 삼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월성 1호기를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이와 상관없이 당장 취해져야 할 조처다.

원자력계의 준동에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고리원전 1호기 폐쇄일까지 앞으로 2주일. 시민들의 행동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탈핵 인증샷 탈핵공약을 제 1공약으로 만든 그 힘으로 탈핵공약 실현에 힘을 보태자 ⓒ 양이원영


덧붙이는 글 1. 6월 8일 탈핵 공약 실현 촉구 선언 참여 / 온라인: https://goo.gl/forms/m9iiuGn2Jo6bPnKp2 / 선언 기자회견: 6월 8일 일시와 장소 추후 공지

2.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 릴레이 1인시위 / 6월 5일 점심 12시부터 시작합니다. 몇 미터 떨어져서 같이 해도 되니까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 필자는 6월 5일부터 되도록 매일 참여할 생각입니다.

3. 페이스북 릴레이 인증샷 캠페인 참여 / 방법: http://kfem.or.kr/?p=178414 / 페이스북을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탈핵메세지로 넘실대게 해주세요. 하고 싶은 말 써서 인증샷 찍고 페북 친구 3명 이상에게 요청하는 겁니다.

<민중의소리>, 환경운동연합에 동시 게재할 예정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