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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사건, 일본 국민 모두가 알아야"

[인터뷰]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난 홍릉봉향회 이동재 회장

등록|2017.06.07 12:02 수정|2017.06.07 12:02

▲ 이동재(86)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홍릉에서 해마다 기신제(忌晨祭)를 올리고 있는 '홍릉봉향회' 이동재 회장은 "한 나라의 국모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불태운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일본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하고, 또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 진실을 알지 못하면 그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며 "한일관계가 지금과 같은 갈등을 넘어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역사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에서 이동재(86)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의 이번 일본 방문은 15명의 '홍릉봉향회' 회원들과 함께 '역사기행'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이번 일정 동안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되었던 칼이 보관되어 있는 후쿠오카의 구시다 신사와 구마모토현 아라오시에 있는 금강사(한국조선인 강제연행 사망자 위령비를 건립한 사찰) 등을 둘러보게 된다.

그렇지만 이번 일본 방문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이날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이다. 이 심포지엄은 구마모토 지역에 있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이 주최한 행사다. (관련 기사 : 명성황후 후손, 시해자 후손 영정에 고개 숙인 이유, 명성황후 사건 들어본 일본인 100명 중 2명)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해마다 '홍릉'을 찾아 참배하고 선조들의 과오를 사죄하고 있다. 또한 명성황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일본인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이날 마련한 심포지엄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고종황제의 증손인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를 비롯한 한국에서 온 홍릉봉향회 회원들과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및 구마모토 시민 등 120여명이 참석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진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대하는 일본의 자세, 발전적인 한일관계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동재 회장은 토론회 내용에 대해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구마모토의 여러분들이 성심성의껏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토론회 내용도 의미 있고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명성황후 기신제에 찾아온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2년째 해마다 찾아와 참배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또 선조들을 대신해 사죄하고,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한일관계가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정부가 위안부협상에서 보여준 태도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면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우리 정부는 '엉터리'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며 "정말 미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일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사건에 대해 일본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후손들에게 거짓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미래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한일관계도 발전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동재(86)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다음은 이동재 홍릉봉향회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오늘 심포지엄에 대한 소감을 말해 달라.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일본에 왔는데, 여기에 계신 구마모토 여러분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준비한 것 같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내용도 좋았다. 만족한다. 제가 그 동안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 간사이도 가고, 홋카이도에도 갔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명성황후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명성황후 초상화까지 마련해서 준비하고... 정말 진심을 느꼈다. 일본분들도 나름대로 반성하면서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 앞에 걸려 있는 초상화는 어떤 초상화인가?
"명성황후는 사진이 없다. 이토히로부미가 명성황후 사진을 가진 사람은 다 자진 신고하라고 했었다. 신고 안하면 처벌하니까 일본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고, 러시아 사람까지 모두 명성황후 사진을 없앴다. 그런데 러시아 선교사가 찍은 사진이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사실 저 앞에 있는 것은 상상화다. 명성황후 사건을 숨기기 위해서 철저하게 사진을 없앴던 것이다."

-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분들과는 언제 처음 만났나?
"12년 전 홍릉에 왔을 때 처음 만났다. 그때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룬 한국 다큐를 이 분들이 보고 찾아왔다. 그 뒤로 해마다 찾아와서 사죄하고 있다. 또 몇 년 전에는 가와노 선생이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왔었다. 가와노 선생의 외할아버지가 명성황후 시해범 중 한 사람이다. 가와노 선생이 어렸을 때 외조부가 준 주머니를 가지고 놀았는데, 그 주머니가 바로 명성황후의 주머니였다고 한다.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똑 같은 주머니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며 일부러 만든 것이다. 외조부의 죄를 사죄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 주머니를 우리가 받아서 명성황후 생가에 보관하고 있다."

- 명성황후 시해범 44명 중 21명이 구마모토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명성황후 시해범들의 땅, 구마모토에서 일본인들이 찾아온다고 했을 때 심정이 어땠나?
"처음엔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안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그냥 묘지에 인사나 하고 가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찾아왔을 때 그래도 마음이 좀 풀렸다. 그래서 우리도 답례차 한 번 가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일본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다."

- 그렇다면 지금 이 분들을 만나는 심정은 어떤가?
"지금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국운이 그랬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고, 또 늦게나마 이 사람들이 그 역사적 진실을 알고, 선조들을 대신해 사과하고, 또 그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다."

- 이 분들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생각하는가? 또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가?
"진심인지 아닌지 솔직히 어떻게 알겠나. 가식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12년 동안 우리에게 보여 준 모습에 있어서는 진심이라고 느꼈다. 특히 가이 선생(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장)은 진심인 것이 확실하다. 자기 시간과 돈을 써 가면서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에게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고마운 분이다."

-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일본인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사건을 접하는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도쿄나 오사카 등에 가서 강연도 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영상도 상영하고 사진도 보여주고 그랬다. 홋카이도 대학에 가서 영상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반응이었다. 거의 들어본 일도 없었다는 반응이다. 또 퇴직교원들을 상대로 이 사건을 들려주니까, 자신도 몰랐고, 자신이 교사로서 올바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같은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많이 갖는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알아야 한다.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한일관계가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일본에 와서 명성황후 사건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민간에서만 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 우리는 다 사비를 털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도쿄박물관에 가서 고종황제의 투구를 볼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에 가면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썼던 칼이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인에게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공개하지 못하나? 공개하고 그 역사를 일본인들이 알아야 한다. 그 일을 어떻게 민간에서 다 할 수 있겠나. 국가가 나서야 한다."

- 한국정부가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한국 정부는 엉터리다. (위안부 협상 등 일본과) 하는 것을 봐라.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다. 명성황후 기신제에 일본대사가 한 번 왔다 갔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홍릉봉향회에서 사비로 제사를 모셔오다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제야 제수비가 나온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안타깝다."

▲ 이동재(86)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왜 한국정부는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할 일이 많으니까 등한시하는 것 같다.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정말 미칠 일이다."

- 일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처음에는 우리도 일본에 와서 이런 역사가 있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일본분들이 스스로 사비를 써가면서 이러한 노력을 해 주니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알고, 또 사죄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또 일본의 학교에서 이러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계신다. 참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일본정부나 국민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가?
"후손들에게 거짓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한 이런 끔찍한 사건을 숨길 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위에서 한일관계가 발전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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