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연, 흥국생명 간다... IBK '7억 보상금' 위기 면해
한때 '은퇴' 고민... 흥국, 트레이드 카드 맞추기 난항
▲ 남지연 선수 ⓒ 박진철
여자배구 판도를 뒤흔들 대이동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전개된 선수 이동 규모만 해도 이미 프로배구 사상 최대 폭이다. 그러나 여전히 물밑에서 추가 트레이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이동은 FA 이적-보상 선수-트레이드로 3단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 달 20일 종료된 FA 2차 교섭 기간에 타 팀으로 이적한 간판급 선수가 5명이었다. FA 이동 선수의 규모나 무게감에서 역대 최고였다.
김수지(전 흥국생명)와 염혜선(전 현대건설)이 각각 연봉 2억7천만 원과 1억7천만 원에 계약하며 IBK기업은행으로 옮겼다. 박정아(전 IBK기업은행)는 연봉 2억5천만 원에 한국도로공사로, 김해란(전 KGC인삼공사)은 연봉 2억 원에 흥국생명으로, 황민경(전GS칼텍스)은 연봉 1억3천만 원에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사상 최초 '원샷 지명'... 고예림 IBK, 남지연 흥국생명행
지난 3일에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최초로 FA 보상 선수 '원샷 지명'이 실시됐다. 모든 구단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서 동시에 보상 선수 명단을 공개·지명한 것이다.
여자배구 6개 구단의 단장과 감독들은 3일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경기 중간에 태국 방콕 후아막 스타디움의 스카이박스 내 VIP실에 모였다. 그리고 보상 선수 명단을 동시에 공개하고 지명을 완료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보호 선수는 FA 영입 구단이 영입 선수를 포함해 총 5명을 지정하게 된다. 원 소속 구단은 5명의 보호 선수 이외의 선수 중 1명을 보상 선수로 지명해 데려간다.
그 결과 IBK기업은행은 도로공사의 레프트 고예림(24세·177cm)을 지명했다.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의 센터 김유리(27세·182cm)를,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 리베로 남지연(35세·170cm)을 지명했다.
GS칼텍스는 현대건설의 레프트 한유미(36세·180cm)를,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의 신인 레프트 유서연(19세·174cm)을 각각 지명했다.
보상 지명 '하루 만에' 트레이드 속출
보상 선수 지명 하루 만인 4일부터는 트레이드 발표가 속출했다.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은 지난 4일 한유미와 김유리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두 선수는 전날 FA 보상 선수로 지명해 영입한 선수였다.
결국 한유미는 서류상 하루만 GS칼텍스 선수였다가 다음 날 다시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김유리는 하루 동안 현대건설 선수였다가 다음 날 GS칼텍스로 갔다. GS칼텍스는 취약 포지션인 센터를 보강했고, 현대건설은 레프트의 기존 전력을 유지하게 됐다.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도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2 대 2 트레이드를 4일 전격 발표했다. GS칼텍스의 센터 한송이(34세·186cm)와 세터 시은미(28세·176cm)가 인삼공사로 가고, 인삼공사의 센터 문명화(23세·189cm)와 레프트 김진희(25세·175cm)가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인삼공사는 한송이를 레프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송이의 원래 포지션도 레프트다. GS칼텍스는 문명화를 영입해 센터진의 높이를 보강했고, 김진희까지 합류하면서 황민경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첩보전 방불, "보호선수 명단 받고 깜짝 놀랐다"
7일에는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인삼공사가 FA 보상 선수로 지명했던 유서연이 도로공사로 가고, 지난해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던 도로공사 소속 오지영(30세·170cm)이 인삼공사로 가게 됐다.
이 트레이드는 지난 3일 보상 선수 지명 이전에 두 구단이 합의했던 것이다. 도로공사는 유서연을 영입해 서브와 수비 강화를, 인삼공사는 김해란 이적에 따른 리베로 공백을 보강하게 됐다.
이처럼 보상 선수와 연계해 트레이드가 속출한 것은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보호 선수 명단을 주고받은 이후, 6개 구단이 보상 선수와 트레이드 카드를 놓고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맹렬하게 물밑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호 선수 명단부터 치열한 머리 싸움이 전개됐다. 한 구단 감독은 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보호 선수 명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수 이름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트레이드할 팀 구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리베로 부자'가 된 흥국생명은 현재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리베로만 김해란, 남지연, 한지현, 김혜선, 도수빈 등 5명이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해란과 남지연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도 동반 출전한 국가대표 리베로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5일 전화 통화에서 "우리 팀은 센터 보강이 필요해서 IBK기업은행의 김유리를 지명하고 싶었지만, 순서가 앞선 현대건설이 김유리를 지명하면서 불가피하게 남지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지연을 지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트레이드 카드와 IBK기업은행 전력 약화라는 2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구단과 의사 타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충격과 은퇴 만류
흥국생명이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고심한 가운데, 당사자인 남지연이 한때 은퇴를 검토하면서 난관에 빠지기도 했다.
남지연은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결심했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의 설득으로 1년만 더 선수 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호 선수에서 제외되고, 보상 선수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하게 되면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지연은 지난 2013년 8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IBK기업은행의 정규직 직원으로 특별 채용이 된 상태다. 따라서 은퇴 후에는 IBK기업은행 직원으로 생활을 이어가게 돼 있었다.
남지연이 보상 선수 이적을 거부하고 은퇴를 선택할 경우,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흥국생명은 전쟁 같은 대이동 국면에서 다른 구단들은 한 명이라도 더 보강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판국에 중요한 '전력 보강 카드'를 날려버리게 된다. 팬들로부터 남지연 지명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V리그 최강자로 올라서는 데 오랫동안 공헌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면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진다. 금전적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남지연이 보상 선수 이적을 거부할 경우,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FA로 영입한 김수지의 지난 시즌 연봉(1억7천만 원)의 400%인 6억8천만 원을 흥국생명에게 지불해야 한다.
이정철 감독 "남지연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지난 5일 남지연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이 감독은 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남지연과 남편 분을 만나 보호 선수로 묶지 않은 것에 미안함을 표시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팀 사정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지연이 처음에는 상처를 크게 받았고 한때 은퇴도 고려했었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구단의 방침에 대해 양해를 해줬고 흥국생명에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거듭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도 7일 "남지연이 박미희 감독에게 합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흥국생명이 남지연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윈윈할 수 있는 상대 팀을 찾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마치 '전쟁'하듯 초유의 대이동이 계속되면서 올 시즌 여자배구 판도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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