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이영렬·안태근 면직, "뇌물로 볼 순 없다"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 발표, 나머지 참석자는 경고 조치
▲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 총괄팀장인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이 7일 오후 과천시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일명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보강 : 7일 오후 4시 45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직무유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의혹제기 대상인 법무부 검찰국 사이의 금품수수 사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으로 처리됐다. 대가성이 없어 뇌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은 7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만찬 과정에서 '돈봉투'가 오간 사건에 대한 감찰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면직을 청구하기로 했고 자리에 참석해 돈봉투를 받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정순신 형사7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 이원석 특수1부장, 손영배 첨단범죄수사1부장, 이근수 첨단범죄수사2부장, 이선욱 법무부 검찰과장, 박세현 형사기획과장 등 8명은 경고조치 하기로 했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21일 열린 문제의 돈봉투 만찬은 4월 20일 오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저녁 식사 참석을 제의해 이뤄졌다. 만찬 자리에서 안 국장이 최순실 게이트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6명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과정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참석자 10명의 식대 합계 95만원은 이 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했다.
돈봉투를 받은 법무부 과장 2명은 만찬 직후 식당 앞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 중 한 명에게 돈봉투를 건네주며 이 지검장에게 반환해줄 것을 부탁했고, 부탁을 받은 부장검사는 월요일인 4월 24일 이 지검장에게 이를 반환했다.
해당 만찬에서 오간 돈봉투에 든 돈은 모두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 이 지검장이 건넨 특수활동비는 서울중앙지검 산하 부서의 수사활동비 및 수사지원비 등으로 집행되는 돈이다. 안 국장이 건넨 돈은 감찰활동에 편성된 특수활동비다
이영렬 돈은 법 위반, 안태근 돈은 품위 손상
합동감찰반의 보고를 받은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이 전 지검장이 ▲ 법무부 과장 2명에게 돈봉투와 식사비로 각각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 검찰국장에게 9만5000원의 음식을 제공해 청탁금지법 위반 ▲ 법무부 과장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집행 대상이 아닌데도 격려금을 지급한 데에 예산집행지침 위반 ▲ 인사·형사사건 감독 등 검찰사무의 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하는 처신으로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 ▲ 부하 직원들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제지하지 않아 지휘·감독 소홀 등을 적용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해선 ▲ 자신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이 통화내역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특수본 수사 종결 4일 만에 술자리를 벌였고, 특수본 간부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부장검사 5명에게 금품을 지급해 특수본 수사 공정성의 신뢰를 심히 훼손해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 ▲ 부하 직원들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제지하지 않아 지휘·감독 소홀 등을 적용했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 대해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 위반 ▲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을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 및 부장검사 5명에게는 검사로서의 품위손상을 적용했다.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준 돈은 본래의 지급 대상인 서울중앙지검을 벗어나 청탁금지법 위반, 에산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만 안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본 간부들에게 건넨 돈은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돼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이 전 지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감찰반은 문제의 만찬에서 오고 간 돈봉투를 뇌물로 보기도, 횡령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국장의 금품제공을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법무부 감찰관)은 "전체적으로 만찬 경위 및 참석자, 모임의 성격, 돈이 오고 간 경위, 금액을 종합했을 때 오고간 돈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결론"이라며 "그 당시 수사비를 지급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보여지고, 참석한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전원에게 지급해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 및 부장검사에게 건넨 돈에 대해 장 팀장은 "수사비로 알고 받아서 어떤 분은 수사비로 사용했고, 어떤 분은 수사비로 사용하려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관련된 후속 수사도 있고 해서 그 부분은 문제가 안 되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사징계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이들 외의 만찬 참석자들에 해당되는 경고는 징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