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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트럼프가 거짓말로 나를 모욕했다" 핵폭탄급 폭로

"트럼프의 수사 중단 외압은 사실... 대화 기록 남겨뒀다"

등록|2017.06.09 06:56 수정|2017.06.09 06:56

▲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로 나와 FBI를 모욕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다가 해임당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박이 사실이라고 처음으로 공식 증언했다.

코미 전 국장은 8일(현지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과 러시아 정부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으며,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받았다"라며 "나는 이를 명령이나 지시로 받아들였다"라고 주장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선거캠프에서 일할 때 러시아 정부와 내통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백악관에 입성했으나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논의하고도 허위 보고를 했다가 경질됐다.

코미 전 국장은 전날 상원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인 플린 전 보좌관이 좋은 사람이며, 그를 놓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매우 충격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는 FBI 국장으로서 임기를 보장받고 싶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임기를 지켜주는 대가를 바라는 것 같았다"라며 "그는 나에게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이지만, 코미 전 국장은 4년 만에 해임됐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 생중계 갈무리. ⓒ CNN


미국 언론은 역사적인 청문회이자 정치계의 '슈퍼볼'(미국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이라며 엄청난 관심을 쏟아부었다. ABC, CBS, NBC 등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CNN, 폭스뉴스 등 뉴스 전문채널도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코미 전 국장은 작심한 듯 '핵폭탄급' 증언을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로 자신과 FBI를 모욕했다"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FBI를 잘 이끌고 있다고 말해놓고서는 갑작스럽게 해임해서 혼란스러웠다"라며 "내가 FBI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할 것 같아 나와 FBI를 보호하기 위한 기록이 필요했다"라며 백악관에서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이른바 '코미 메모'의 존재를 인정했다. 또한 "백악관에 대화 녹음테이프가 있기를 바란다"라며 진실 게임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의원들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여부를 묻자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위한)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2015년부터 인지하고 수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대상에 트럼프 대통령은 없었다고 확인했으며, 자신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에 해당하는지는 특검이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명백한 탄핵 사유"... 백악관 "거짓말한 적 없어"

언론과 민주당은 일제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가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앨 그린 의원과 브래드 셰만 의원이 탄핵안 초안 작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에 새로 들어온 인물이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며 "법무부, FBI 등과의 관계 설정이나 의사소통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마크 카소위츠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지시하거나 제안하지 않았다"라며 "충성심을 바란다고 말한 적도 없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탄핵안이 발의되더라고 의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하다며,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더 나오거나 탄핵 여론이 높아진다면 공화당이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은 하원 출석 의원의 과반, 상원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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