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문철
왜 모를 심다 말았냐며 동네 분들이 한마디씩 건넨다. 유기농 벼농사 짓는 논이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농사 잘못 지으면 시선도 따갑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걸 잘 알기에 해마다 논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올해는 논 수평잡기를 대충 했다가 물 높이가 맞지않아 논 머리빼기 깊은 자리에 모를 심지 않았다. 너무 깊어서 모가 잠겨 녹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깊은 곳에 맞춰 논물 빼면 얕은 곳에 논바닥이 드러나 풀이 난다.
깊은 곳이 얕은 곳보다 훨씬 적으니 논물 높이는 얕은 곳을 기준으로 잡고 모가 크기를 기다려 손 모를 심는다. 모내기 한지 2주일 만이다. 손 모내기를 하던 옛날, 우리 마을 사람들은 보리와 밀 베고 앵두와 산딸기가 익고 밤꽃이 필 무렵 모내기를 했다. 지금이 딱 그 때이니 모내기 날짜로는 알맞다.
손 모를 5판 심었더니 허리도 다리도 뻐근하다. 그래도 부드러운 논흙은 실컷 만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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