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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트럼프 탄핵론... 사법방해가 뭐길래?

코미 전 FBI 국장 '외압' 폭로... 민주당 "명백한 탄핵 사유"

등록|2017.06.10 10:20 수정|2017.06.10 10:20

▲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를 중계하는 CNN 갈무리. ⓒ CN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가 해임당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탄핵론이 거세지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놓아달라고 말했다"라며 "이를 (수사를 중단하라는) 명령이나 지시로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해임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명백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에 해당한다며 탄핵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 역사상 임기 도중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하나

한국은 국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하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하지만, 미국은 의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하원 법사위원회가 과반 동의를 얻어 탄핵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결과를 놓고 또다시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탄핵을 발의한다.

하원에서 탄핵을 발의하면 공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연방대법원장이 탄핵 심리를 맡고, 상원의원들은 배심원단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변호인을 내세워 방어할 수 있다.

심리가 끝나면 상원은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실명 투표'에 돌입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대통령은 즉각 백악관에서 쫓겨나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는다.

한국은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부통령이 탄핵당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수행하면서 다음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탄핵 위기에 몰렸던 역대 미국 대통령은 3명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시작되기 직전 자진해서 사임했고,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1868년)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8년)은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됐다.

미국 의회는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높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은 하원 전체 435석 중 241석, 상원 전체 100석 중 52석을 차지하고 있다.

'위기의 남자' 트럼프, 정말 탄핵당할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외압 의혹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압박을 받는 이유는 사법방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려는 FBI의 공권력을 부정한 의도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사법방해는 탄핵 사유로 헌법에 규정된 '기타 중대한 범죄'(other high crimes)에 해당한다.

닉슨이 탄핵 위기에 몰렸던 이유는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한 것이 아니라 사건 은폐를 지시하고 특별검사를 해임한 사법방해 때문이다. 그는 같은 편인 공화당에서도 탄핵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자진 사임을 선택했다.

클린턴도 '지퍼게이트'로 불린 백악관에서의 성 추문이 아니라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사법방해가 탄핵 사유였다. 이처럼 사법방해는 중대한 탄핵 사유라는 것이 미국 정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사법방해에 해당할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는 "FBI는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하부 조직이고,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것은 대통령의 정당한 재량권"이라며 사법방해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사법방해가 될 수 있다"라며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CNN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몰랐다고 해도 법에 대한 무지는 탄핵 방어의 논리가 될 수 없다"라며 "만약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더라도, 실제로 사람을 향해 총을 쐈다면 범죄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폭로나 증거가 나오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에서 명확한 탄핵 사유가 확인된다면 공화당도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코미 전 국장의 폭로는 이번 사태의 시작에 불과하다(just beginning)"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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