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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진 소방을 만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22] 세계 소방인들의 축제 보스턴 엑스포

등록|2017.06.12 17:00 수정|2017.06.12 17:00
요즈음 많은 소방관들이 미국 소방 탐방길에 나서고 있다.

다른 나라, 그중에서도 소방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소방시스템과 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시간을 통해서 대한민국 소방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보내온 미국 소방 탐방일정을 살펴보면 조금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빡빡한 일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캐나다까지 방문 목적지에 포함돼 있다. 물론 출장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좋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열흘 남짓한 출장으로 미국의 모든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거기에 비행시간과 시차, 그리고 현지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 본다면 실제로 미국 소방을 알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한편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은 또 다른 숙제다. 미국 소방관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통역을 쓸 수도 있겠지만, 예산의 문제도 있고, 또 소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통역할 경우 관련 분야의 전문용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자료조사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소방탐방은 그저 '수박 겉핥기'식 여행에 그칠 수도 있다. 이는 그동안의 해외 출장 보고서 내용이 출장목적에 비해 턱없이 빈약하다는 점이 그런 우려를 방증해 준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가 아닌 실제 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생생한 과정과 고민을 듣는 것은 단지 1~2시간의 기관방문으로는 얻기 어려운 고급 정보다.

결국, 미국 소방 탐방은 양보다는 질로써 승부 내야 한다.

여러 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한 번에 미국 소방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방엑스포에 참여하는 것이다.

▲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개최한 '2017 보스턴 소방엑스포' 홍보사진 (출처: 미국방화협회) ⓒ 이건


해마다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소방엑스포는 그야말로 세계 소방인들의 축제이자 인적 네트워크의 장(場)이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참석하며 300개가 넘는 소방 관련 기업체, 5천 명이 넘는 분야별 전문가, 그리고 미 연방 소방국(USFA) 등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소방엑스포는 그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곳에 미국 소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미국 소방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하나의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4일간 개최되는 엑스포는 새롭게 바뀌는 기준, 신제품 설명회, 소방정책과 규정에 대한 논의, 그리고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들로 꾸려진다.

▲ 2017 소방엑스포 총회 장면 (출처: 미국방화협회) ⓒ 이건


▲ 소방엑스포 현장의 다양한 모습들 (출처: 미국방화협회) ⓒ 이건


하지만 비싼 입장료는 감수해야 한다. 전시장 관람, 총회 및 세미나를 모두 즐기려면 우리 돈으로 130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부 기관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가치는 충분하다.

엑스포에 참석하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엑스포에 참석하는 담당자들과 미리 충분히 교류하고 엑스포 기간 동안 회의나 저녁 식사를 잡아 놓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질문지나 협조사항 등을 미리 조율하고 엑스포 기간 동안 충분히 논의한다면 의외로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미국 소방을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가 보라고 권해드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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