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생일

등록|2017.06.15 15:10 수정|2017.06.15 15:10

▲ ⓒ 이종헌


생일

생일도 아닌데 축하 문자가 여기저기서 날아든다. 어찌된 까닭인고 하니 SNS에 제공한 양력생일이 본의 아니게 전파를 탄 모양이다. 어쨌거나 기분은 좋다. 축하 받을 게 많지 않은 세상에 조금이라도 축하 받을 일이 있다면 양력이면 어떻고 음력이면 또 어떤가?

몇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지인에게도 안부 문자가 오고 또 가까운 친구 중에는 진짜 생일 맞느냐며 확인 전화도 온다. 생일이면 술 한 잔 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이렇게 대답했다. 술 먹는 날이 생일이지 뭐! 그 친구 오늘 술값 좀 날리게 생겼다.

아침에 이것저것 책을 뒤적이다가 연암 박지원의 시 한 편을 발견했다. 제목은 <제비바윗골에서 돌아가신 형님을 생각하며>이다.

"우리 형님 모습이 아버님과 똑같아서
아버님 생각날 때마다 형님 얼굴 뵈었었네
오늘 문득 형님 그리우니 어디 가서 뵈올 건가?
갓 쓰고 도포입고 시냇물에 비친 내 모습 보러 가네."


형님은 아버지를 닮았고, 나는 형님을 닮았으니 형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아버님이 그리우면 형님을 찾아뵈었다. 그러나 그 형님마저 돌아가셨으니 하는 수 없이 물속에 비친 내 얼굴 보며 그리움을 흘려보내는 수밖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침부터 뭐라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이 가슴 한 가득 밀려온다. 연암이 그러하듯 나도 생일 아닌 생일 날 아침, 문득 어린 시절 자랐던 고향과 이제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한다. 유난히 부모님이 그리운 아침, 형님은 멀리 광주에 계셔서 뵐 수 없으니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 보는 수밖에... 2017. 6. 15. 현해당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