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깎아달라" 요구도 부정청탁... 대학생들 찬반 논란
'정당한 권리'vs '비정상의 정상화'... 권익위 '학칙에 근거한 조정 요청은 허용'
재수강 위해 성적 낮춰달라는 부탁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철우(23, 가명)씨는 이번 학기 한 과목 때문에 걱정이 많다. 성적의 30%에 달하는 과제 제출일을 착각해 제출을 못했기 때문이다. 감점 수준으로 그치기는 했으나 그 감점의 폭이 커 A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결국 이 씨는 재수강을 결심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학점이 높아요. 한 과목이라도 B대를 받는다면 그만큼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이번 학기 애 쓴 것도 아쉽고, 학점도 잠시 낮아지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재수강을 통해 결과적으로 학점을 높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과제 제출을 제외하고는 성실히 수업을 따라가고, 중간고사도 응시했던 이 씨는 기말고사는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
"김영란법 이후로 성적을 올려달라는 것 외에도 재수강을 위해 내려달라는 요청도 위법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희 학교는 B-이하가 재수강이 가능한데, 혹시라도 기말고사를 봤다가 B0나 B+가 나온다면 재수강을 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기말고사를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C나 D의 성적을 받고 마음 편히 재수강을 하려 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인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캠퍼스도 마찬가지였다. 스승의 날 모습부터 시작하여 교수님께 드리는 음료수 한 잔과 부탁 한 마디까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우리의 정(精)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기도, 누군가는 사회가 더욱 더 투명하고 정직하게 나아가는 과도기적 모습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며 여러 대학생들은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경우처럼, 재수강을 위해 기말고사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수강을 위한 최대 학점을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경우 C+, 경희대학교의 경우 B- 등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그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 이상의 학점을 받았지만 해당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기 위해 교수님께 본인들의 성적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 이러한 관행이 문제시되기 시작했는데, 학점을 낮추는 거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요구는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김지현(22)씨는 "아무런 근거 없이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통념상에도 맞지 않고, 또 상대평가일 경우 다른 학생들의 성적도 내려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서도 안되고, 부정한 청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의 성적을 내려달라 하는 것은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없는데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학점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부정청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국민권익위 '학칙 등에 근거해야...' 정작 학칙에는 관련 규정 없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각급 학교의 성적처리 등은 청탁금지법 제5조제1항제10호의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하며, 고등교육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또는 학칙 등에 근거하여 조정을 요청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그에 근거하지 않은 성적처리 요청은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즉, 고등교육법 혹은 학칙에 근거하지 않은 성적 조정 요청은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에는 성적 정정 관련 조문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학교의 학칙에도 또한 관련 근거 조항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홍익대, 동국대, 국민대, 건국대의 학칙을 조사한 결과, 오직 홍익대학교만이 재수강을 위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의 대학에는 '과오 및 부정행위에 의한 학점 취소' 정도의 고지만 있을 뿐이며, 성적 정정 관련하여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학들도 다수 존재했다. 결국 다수의 대학생들은 재수강을 위해, 김영란법 위반을 감수하고 본인의 성적을 낮춰달라는 부탁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상황이다.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 VS 비정상의 정상화인 과정
이와 관련되어 학생들의 목소리도 양분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의 경우, "재수강을 위해 성적을 내려달라는 요구는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정당한 권리 중 하나"라며 "부당하게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려달라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학생회에 소속 중인 B씨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재수강을 위한 학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복지와 직결된 문제이긴 때문이다. 하지만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애쓰고 있고, 재수강 관련 규정도 더욱 엄격하게 바꿔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는 재수강을 위한 성적 정정 학칙 규정을 만들어 달라 하기에는 학생회 차원에서도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비정상적인 관행이었다며, 김영란법에 의한 해당 요구의 금지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이승준 씨는 "원칙적으로 학점은 학기 초 교수와 학생 간의 공유된 기준을 통해 산정되어야 한다"며 "임의로 성적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내리는 것 역시 정해진 기준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란법과는 별개로 성적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뜻을 전했다.
다만 본인도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학생-교수 간 성적을 조정해달라는 요구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온 바, 해당 사항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철우(23, 가명)씨는 이번 학기 한 과목 때문에 걱정이 많다. 성적의 30%에 달하는 과제 제출일을 착각해 제출을 못했기 때문이다. 감점 수준으로 그치기는 했으나 그 감점의 폭이 커 A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결국 이 씨는 재수강을 결심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학점이 높아요. 한 과목이라도 B대를 받는다면 그만큼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이번 학기 애 쓴 것도 아쉽고, 학점도 잠시 낮아지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재수강을 통해 결과적으로 학점을 높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과제 제출을 제외하고는 성실히 수업을 따라가고, 중간고사도 응시했던 이 씨는 기말고사는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
"김영란법 이후로 성적을 올려달라는 것 외에도 재수강을 위해 내려달라는 요청도 위법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희 학교는 B-이하가 재수강이 가능한데, 혹시라도 기말고사를 봤다가 B0나 B+가 나온다면 재수강을 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기말고사를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C나 D의 성적을 받고 마음 편히 재수강을 하려 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인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캠퍼스도 마찬가지였다. 스승의 날 모습부터 시작하여 교수님께 드리는 음료수 한 잔과 부탁 한 마디까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우리의 정(精)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기도, 누군가는 사회가 더욱 더 투명하고 정직하게 나아가는 과도기적 모습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며 여러 대학생들은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경우처럼, 재수강을 위해 기말고사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수강을 위한 최대 학점을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경우 C+, 경희대학교의 경우 B- 등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그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 이상의 학점을 받았지만 해당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기 위해 교수님께 본인들의 성적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 이러한 관행이 문제시되기 시작했는데, 학점을 낮추는 거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요구는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김지현(22)씨는 "아무런 근거 없이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통념상에도 맞지 않고, 또 상대평가일 경우 다른 학생들의 성적도 내려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서도 안되고, 부정한 청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의 성적을 내려달라 하는 것은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없는데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학점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부정청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국민권익위 '학칙 등에 근거해야...' 정작 학칙에는 관련 규정 없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각급 학교의 성적처리 등은 청탁금지법 제5조제1항제10호의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하며, 고등교육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또는 학칙 등에 근거하여 조정을 요청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그에 근거하지 않은 성적처리 요청은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즉, 고등교육법 혹은 학칙에 근거하지 않은 성적 조정 요청은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에는 성적 정정 관련 조문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학교의 학칙에도 또한 관련 근거 조항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홍익대, 동국대, 국민대, 건국대의 학칙을 조사한 결과, 오직 홍익대학교만이 재수강을 위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홍익대학교 학칙홍익대학교 학칙 제 47조 제 2항은 재수강을 위한 학점 정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 홍익대학교
그 외의 대학에는 '과오 및 부정행위에 의한 학점 취소' 정도의 고지만 있을 뿐이며, 성적 정정 관련하여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학들도 다수 존재했다. 결국 다수의 대학생들은 재수강을 위해, 김영란법 위반을 감수하고 본인의 성적을 낮춰달라는 부탁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상황이다.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 VS 비정상의 정상화인 과정
이와 관련되어 학생들의 목소리도 양분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의 경우, "재수강을 위해 성적을 내려달라는 요구는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정당한 권리 중 하나"라며 "부당하게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려달라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학생회에 소속 중인 B씨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재수강을 위한 학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복지와 직결된 문제이긴 때문이다. 하지만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애쓰고 있고, 재수강 관련 규정도 더욱 엄격하게 바꿔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는 재수강을 위한 성적 정정 학칙 규정을 만들어 달라 하기에는 학생회 차원에서도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비정상적인 관행이었다며, 김영란법에 의한 해당 요구의 금지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이승준 씨는 "원칙적으로 학점은 학기 초 교수와 학생 간의 공유된 기준을 통해 산정되어야 한다"며 "임의로 성적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내리는 것 역시 정해진 기준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란법과는 별개로 성적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뜻을 전했다.
다만 본인도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학생-교수 간 성적을 조정해달라는 요구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온 바, 해당 사항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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