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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가 재미없단 편견은 버려'... 교가의 대변신

[bulgom의 혁신교육 현장(10)] '교가도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등록|2017.06.18 14:12 수정|2017.06.18 14:12

▲ 충북 창리초 교가 동영상. ⓒ 창리초


"학교가 재미없단 생각은 이제 버려/ 친구야 일어났니 어서가자 우리 학교/
신호등도 지키고 운동장을 누벼 건너/ 맑은 이슬 송이송이 피워내는 꽃봉오리/
아름답고 슬기로운 희망 씨앗 되리라/ 자라고 또 자라라 으쓱으쓱 창리 어린이"

2015년 개교한 충북 창리초의 교가다. 활기찬 동요를 빼닮은 가락이다. 이 학교 김옥배 교장은 "가사를 직접 만든 아이들이 교가 리듬에 맞춰 자꾸 춤을 추며 다닌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춤추게 만든 교가, 어떤 내용이기에...

이쯤 되면, 교가가 재미없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교가의 대변신을 보여주는 학교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교가에 랩을 섞은 초등학교까지 생겨났다. 2012년 개교한 서울세명초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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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세명초 교가 동영상. ⓒ 서울시교육청


"우리가 만드는 학교, 모두가 주인공인 교실/ 일등도 꼴찌도 없고 잘난 놈도 없고 못난 놈도 없고/ 너 때문에 학교 다닐 맛나고 너 때문에 뭐든지 맛있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우리는 세 명, 세 명!!"

두 학교 교가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댄다는 것. 졸업식과 입학식 때만 '차렷 자세'하고 부르는 행사용 노래를 벗어나 생활 속 인기 노래가 됐다는 얘기다. 가요처럼 동요처럼 아이들 삶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두 학교 교가는 모두 해당학교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랫말을 같이 썼다. 아이들의 삶이 노랫말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국 초중고 교가는 "○○산 정기 받아..."와 같은 풍수지리에 바탕한 노랫말이 대부분이었다.

<한겨레> 2016년 10월 4일치 보도 "21세기 초등 운동회에 '70년대식 교가' 넘친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63973.html)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402곳 중 303곳(75%)의 교가는 도입부를 지리적 명칭으로 시작하고 있다. "관악산 우뚝 솟은 기상을 안고"(서울난곡초), "아차산 등녁에 새날이 오면 정기 어린 가슴에 희망이 솟네"(서울면목초) 등 인근의 유명한 산과 강, 들판, 역사적 유적지 등을 언급하며 이 '기운'과 '정기'를 본받자는 내용이다.

일본군가 바꿔서 교가로 사용하기도


가락 또한 동요가 아니라 군가 분위기거나 서양식 행진곡에 가까웠다. 심지어 강원도 횡성의 한 초등학교는 일본 군가를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해서 교가로 사용해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역 주민의 문제제기로 2008년 교가를 바꾸기도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국 초중고 학생들은 교가를 부를 때면 항상 '차렷' 자세가 필요했다. 음악에 맞춰 발가락이라도 까딱거리려면 야단맞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변신한 교가엔 이런 허망한 풍수지리 장광설이나 군가 풍 가락은 거의 없다. 대신 아이들의 사랑과 삶, 희망이 동요가락에 맞춰 담겨 있다. 이 노래엔 '나라의 일꾼', '대한의 횟불' 등과 같은 국가주의적 색채 또한 빠졌다. 대신 학생과 학교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다음은 2012년에 개교한 서울신은초 교가와 2016년 개교한 서울위례별초 교가다.




▲ 서울신은초 교가 동영상. ⓒ 이나리


"높은 하늘 바라보는 우리 두 눈이/ 나눔으로 풍성하게 세상 향하네/ 너와 내가 함께 하여 우리가 되고/ 서로 믿는 마음 모아 크게 자라리."(신은초 교가 일부)

▲ 서울위례별초 교가 동영상. ⓒ 위례별초


"우리는 모두가 저마다 소중한 씨앗/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너와 나 우리가 모두 주인 되는/ 행복한 세상 만들어가요."(위례별초 교가 일부)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교가,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교가, 그래서 학생들을 춤추게 하는 교가야말로 '살아있는 교가'다. 학생들이 외면한 교가는 결국 행사장에서만 한두 번 소모되고 끝나는 '죽은 교가'인 것이다.

박선희 서울세명초 교감은 "기존의 엄숙한 틀에 맞춘 교가 대신 아이들 정서에 맞는 가사와 가락으로 만든 교가는 아이들 삶의 노래로 평생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세명초 교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학교 학생들 하나하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 어리지만 모르는 것도 많지만/ 날 믿어주는 사람이, 어딘가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도 할 수 있어."(서울세명초 교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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