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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빠의 자식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소망하며

한 사립학교의 폭행 사건을 바라보며...

등록|2017.06.19 17:12 수정|2017.06.19 17:12
오늘(17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 유명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때렸다는 기사가 크게 났더구나. 어찌 보면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항상 벌어지는 학교 폭력 사건의 하나로 보면 될 것 같긴 하다.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가해자 아이 중에 하나가 재벌가의 손자라는 소식이고,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해당 사건의 주요 당사자에서 제외되었다는 의혹이 나온 거야.

그리고 학교장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교육청 같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사립', 말 그대로 사적으로 설립된 학교이니, 그 학교의 이사장이 더 두렵다는 표현을 썼지.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너를 사랑하는 아빠로서 참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단다. 2017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게 정말 믿을 수가 없었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987년, 아빠의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한 장면이 떠올랐단다.

평범한 날이었어. 당시 반장이었던 친구와 함께 발명을 하겠다고, 아빠 집에 가기로 했었어. 학교 앞에는 2차선 도로가 있었고, 차가 많지 않아서 무단 횡단을 했었지. 그런데, 공교롭게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에게 걸린 거야.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그 선생님에게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음 날, 아빠의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 냈지. 그리곤 무단 횡단을 하고도 반성하지 않았다며, 아빠를 때리기 시작했어. 몽둥이도 아니고 손발로 맞았지. 그때는 너무 공포스러워서 울기만 했었어. 맞벌이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어머니가 걱정하실까 봐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단다.

돌이켜 보면 그 무지한 선생이란 자의 폭력보다 더 어이 없는 건, 왜 반장은 부르지 않았던 건지? 왜 아빠만 맞아야 했던건지에 대한 의문이야. 어른이 되어서 화가 날 무렵에는 이미 그 선생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었고, 그저 교육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만 남게 되었지. 그리고 너를 학교에 보내기 전까지는 잊고 살았단다.

세월이 흘러 너를 다시 학교에 보내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세상이 변한 데 비해서 학교는 덜 변했다는 것이고, 정년이 60세가 넘도록 보장되는 제도 덕에 아빠를 가르쳤던 그 시절의 선생들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다는 거였어. 엄마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아빠에게 늘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신뢰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자꾸 바라보게 되는 건, 아마도 아빠의 어린 시절 그 사건을 비롯해,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학습했던 또 다른 의미의 교육 제도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긴 하구나.

다행히도 너희는 아빠와 달리 잘 자라주고 있고, 선생님 운도 잘 따라주어서 한두 명이 좀 별로이긴 했지만, 다행스럽게 학교를 좋아하는 걸 보며 '그래도 이제는 변했겠지'하고 언제부터인가 마음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오늘 기사에 난 2017년의 이 사건은 1987년의 유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구나. 과연 그 사건의 재벌의 손자는 조사 범위에서 제외된 것일까? 정말 함께 때렸지만, 다른 아이들은 조사를 받는데 왜 힘있는 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상당한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여력이 있는 자의 맞은 자식도 더 큰 있는 자의 자식에게 억울함을 당하고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그저 그렇게 당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런 예외는 그 재벌가의 아이에게는 좋은 일일까?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 시리즈 중에 2편을 보면, 정준호 역의 인물이 어린 시절에 패싸움을 주도하고 벌이는 장면이 나온단다. 설경구도 함께 참여해서 싸움을 하지. 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할 때는 함께 책임지지 않게 된단다. 정준호 역은 그 학교의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기 때문이었어. 그 예외를 거듭한 소위 '금수저'인 정준호 역은 결국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믿게 되고, 자신을 위해 범법을 저지르는 것에 무감해지다가 결국 설경구 역에게 응징 당하게 된단다. 현실에서의 예외를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왜 어느 항공사의 3세는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승객과 자신들의 종업원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그녀 역시 예외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너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부자 아빠가 되어 주지 못한 아빠로서 평등이라는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우월함을 누리려고 하는 게 사람들의 본능적인 부분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평등이라는 가치는 모든 사람에게 소중하단다. 생각해보렴, 항상 자신보다 더 나은 경제적, 또는 권력적 위치가 있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자신이 그 자에게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평등이 존재하는 사회가 더 소중하지 않겠니? 그런 생각들을 사람들이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왕의 다스리는 나라에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해.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네가 살아갈 미래가 지금보다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17년이라는 게 슬프게 느껴지는 그런 날에…. 더 나은 세상을 소망하며….

삶의치열함먹이를 위한 각 자의 몸부림이 처절해지는 세상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 허영진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함께 게재할 생각입니다. (electricjin.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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