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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지속가능발전 실천하려고 본부에 도시텃밭 조성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등록|2017.06.20 09:26 수정|2017.06.20 09:26
[연재순서]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혁신, 샌프란시스코 도시농업연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지속가능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추세

유엔본부 푸드가든미국 뉴욕주 맨해튼(Manhattan)에 있는 유엔(UN, 국제연합)본부에는 ‘푸드 가든(Food Garden)’이 있다. 이 텃밭은 유엔 직원들로 구성한 유엔가든클럽(UN Garden Club)이 관리한다. ⓒ 사진제공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미국 뉴욕주 맨해튼(Manhattan)에 있는 유엔(UN, 국제연합)본부에는 '푸드 가든(Food Garden)'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텃밭'이다. 2014년 유엔 직원 중 한 명이 유엔본부를 돌아보다가 일부 공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텃밭으로 만들었다.

유엔본부 텃밭은 유엔 직원들로 구성한 유엔가든클럽(UN Garden Club)이 관리한다. 유엔 직원들이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텃밭은 유엔의 환경책임·식량안보·소규모 농업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는 중요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틀 10개로 구성된 이 작은 텃밭에 유엔가든클럽은 유엔의 국제적 취지를 살려 전 세계의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한국산 향신료부터 인도네시아 고추, 카리브 해 칼루루까지 다양하다.

또, 모두 유기농업으로 재배하고 있고, 생물의 다양성과 유용한 곤충을 보호하면서 음식물 폐기물을 이용한 퇴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꿀벌도 살고 있다. 유엔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천이 작은 텃밭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이 유엔본부 텃밭을 최근 6월 초에 열린 6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의 '민관합동 도시농업정책 워크숍'에서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도시농업을 주제로 발표할 때 소개했다.

유엔은 지난 2000년 '새 천년 개발 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DGs)'를 발표했다. 목표 8개와 세부 목표 21개로 구성돼있다. 2015년까지 빈곤퇴치·질병퇴치·유아사망률 감소 등, 주로 시급한 문제와 당면한 개발을 목표로 했다.

그 뒤 유엔은 후속 의제로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2016~2030년)'를 발표했다. 빈곤과 불평등 해소, 사회발전, 경제발전, 환경의제 등이 고루 포함된 목표 17개와 세부 목표 169개를 담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자원과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UN 세계환경개발위원회, 1987)'을 의미하는데, 기후변화·환경오염·에너지 등 환경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강조되고 있다.

도시농업과 지속가능발전, 떼려야 뗄 수 없어

탈곡체험부평구가 도시농업을 주제로 지난 5월에 개최 한 지속가능발전 주간 행사 때 펼쳐진 탈곡 체험 행사. ⓒ 사진제공 부평구청


유엔이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2015년부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이나 해비타트3(Habitat Ⅲ, 3차 유엔 주거 및 지속가능도시개발 회의)와 같은 새로운 의제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지난해 에콰도르 키토에서 20년 만에 열린 해비타트3 회의에 167개국이 참가해 '새로운 도시의제'를 채택했다.

주된 내용은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유도하고, 이해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풀뿌리 조직의 포용과 참여를 중시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새로운 도시의제 이행을 위해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도시농업과 관련해 해비타트3 회의에서 채택한 '새로운 도시의제' 95항에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 and farming)'이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소농, 식량안보와 농업정책, 씨앗의 유전적 다양성 보전 등, 농업과 관련한 조항이 포함됐다.

우리나라도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2014년에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서울 강동구의 도시농업사례를 소개했다는 점이다.

강동구는 국내 기초단체 중 도시농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강동구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구정의 주요 지표로 삼고 도시농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환경대상 '대상'(6년 연속), 그린애플 어워즈 '금상'(우수환경 실천부문), 서울시 도시농업 '최우수구'(3년 연속)를 수상할 정도로, 도시농업과 긴밀하게 연결한 도시정책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시농업이 지닌 다양한 사회·환경·경제·문화적 가치는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와 다방면에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도시농업은 농업의제(목표2) 뿐만 아니라, 빈곤종식(목표1)·교육(목표4)·성평등(목표5)·물이용(목표6)·에너지이용(목표7)·경제성장과 고용(목표8)·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목표12)·기후변화(목표3)·생태계관리(목표15) 등과 연결돼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건강한 공동체 형성

텃밭경진대회부평구가 도시농업을 주제로 개최한 지속가능발전 주간 행사 때 실시한 텃밭경진대회 시상식. 부평구는 지역 내 도시텃밭을 심사해 공동체성이 우수한 텃밭에 상을 수여했다. ⓒ 사진제공 부평구


도시농업은 환경·사회·문화·경제 분야의 지속가능성과 모두 연결돼있다. 우선 친(親)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도시농업은 자원을 순환하며, 흙을 건강하게 만들고, 도시에 녹지를 보급하며,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공동선을 실천하는 것 등이다. 물론 이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계량화하기 어려워 구체적 지표로 설정하기 어렵지만, 지표는 바로 '공동체'다.

도시농업이 도시의 소외되고 파편화된 사람들을 모아 서로 협력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향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도시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김진덕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는 "도시농업은 사람을 건강하게 할 수 있지만, 병든 사회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도시농업이 지닌 공동체성에서 나온다. 자기 텃밭에 머무는 사적 도시농부가 사회적·공적인 영역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원리는 공동선·개방·공유·참여의 원리다. 시민들이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인 공동체에 참여하고, 그 공동체를 직접, 민주적으로 운영 할 때 공동체는 활성화된다"며 "그래서 공동체 텃밭과 교육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시농업을 장려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체텃밭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6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를 주최한 경기도 시흥시는 2013년과 2015년에도 자체적인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시흥시는 이때마다 공동체텃밭을 조성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도시농업박람회 이후 도시농업공원으로 탄생한 함줄도시농업공원은 유형별 텃밭만 운영하다가 지난해부턴 시민공동체텃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신천공원을 2015년에 조성할 때부터 공동체텃밭을 조성해 민간단체가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시흥시는 올해 도시농업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배곧신도시 주민설명회를 거쳐 배곧생명공원에 공동체텃밭을 조성했다.

경기도 또한 도시농업공동체 지원에 적극적이다. 민관이 함께 진행하는 '도시농업 프런티어 사업'으로 도시농업 전문가(프런티어)를 양성하고, 이로써 도시농업공동체를 조직하고 활성화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2015~2016년에 도시농업공동체 87개가 등록했다.

도시농업 경작지는 도시에 대한 시민권 확장

템플호프공항공항 사용 중단 후 도시텃밭으로 변한 베를린 템플호프공항. 베를린 시민들이 시민운동을 통해 도시에 경작권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사진제공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국내에도 도시의 지속가능한 의제로 '도시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6회 도시농업박람회 때 새로운 도시의제의 핵심으로 '도시권'을 강조한 뒤, 도시경작권운동을 제안했다.

도시권은 '도시에 대한 권리(Rights to the City)'를 뜻한다. 1968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도시학자인 앙리 르페브르(Henry Lefebvre)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더 정의롭고 평등한 도시생활을 위해 도시계획과 도시행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도시권은 재산·성별·연령·인종·종교 등에 관계없이 도시가 제공해야할 것을 시민들이 요구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도시경작권 운동은 도시의 공공공간에 도시민들의 경작권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권리선언이다.

지난달 서울도시농업박람회의 '도시농업 국제컨퍼런스'에서 소개된 베를린의 공유지운동이 도시경작권운동의 대표적 사례다. 베를린 시민들은 시민운동을 벌여 2008년에 운영이 중단된 템펠호프(Tempelhof) 공항의 일부를 텃밭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인천 도심에서는 경작지가 부족해 강화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이 도심에 경작지를 요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확대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시민들의 새로운 권리다"라며 "도시권을 비롯한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연계한 도시농업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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